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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막장 국회판 드라마, 코드는 ‘배신’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네가 날 왜 배신하느냐.” 피를 토하며 숨을 거두는 백안이 말합니다. 그러자 그를 죽인 탈탈이 비장하게 답하죠.

“숙부님의 신념 속엔 백성이 없었습니다.”

숙부를 따르고자 했지만 결국 칼을 들 수밖에 없었던 탈탈. 이렇게 드라마 ‘기왕후’는 절정을 향해 달려갑니다.

사랑과 배신, 복수가 난무하는 이 같은 얘기가 드라마 속에서나 볼 법한 장면은 아닙니다. 지난 21일 검사의 수사를 피해 6시간 동안 도망자 역할을 자임한 국회의원들 덕분에 이른바 국회판 드라마도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2014년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코드는 ‘배신’입니다.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의 비리수수 혐의가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데는 그의 경제특별보좌를 지낸 A 보좌관의 ‘배신’이 한 몫 합니다. 자기가 보좌하던 의원의 부조리를 고발했으니 스스로 악역을 자처한 박 의원의 공이 더 크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A 보좌관은 언론을 통해 박 의원이 본인의 월급을 건설업체를 통해 지급했다고 폭로했습니다. 그가 채용 당시 박 의원과 월급여 300만원을 받기로 구두 계약했지만, 급여는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고도 했습니다. 8개월 치의 A 보좌관 월급이 박 의원의 호주머니 속으로 몰래 들어간 것 같다는 주장도 불거졌습니다.

급여를 제때 받지 못해 화가 난 A 씨가 “일을 관두겠다”고 했을 때 드라마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자연스레 다음 이야기를 그려봅니다.

‘아, 뭔가 일이 나긴 나겠구나.’

만일 박 의원이 뒤늦게라도 A 씨의 밀린 월급을 해결해줬다면, 드라마 전개는 더욱 긴장감 있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관객의 예상대로(?) 악역을 맡은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차가운 대사가 흘러나옵니다. 박 의원은 A 씨에게 “계양구의 B 건설회사에 돈을 넣어주겠다. 거기서 급여를 받아라”고 했으니까요.

이어 박 의원의 운전기사 B 씨의 ‘배신’이 스토리의 절정을 알립니다. 운전기사 B 씨는 “불법 정치자금을 신고하겠다”며 박 의원의 에쿠스 자동차에 있던 현금 3000만원의 돈뭉치와 서류뭉치를 검찰에 넘깁니다. 검찰이 돈의 출처를 조사하면서 검찰은 박 의원과 관련한 각종 비리 의혹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국회판 드라마는 크라이막스를 향해 달리죠.

결국 지난 21일 검찰은 박 의원에 대한 강제구인장을 가지고 국회 의원회관을 찾았습니다. 결국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향한 박 의원, 그는 그날밤 구속수감 됐습니다.

파기한 줄 알았던 출판기념회 장부를 몰래 검찰에 제출한 C 보좌관의 ‘배신’도 또다른 드라마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됩니다. 어느 날인가 부터 여의도 정가에선 D 의원실의 보좌관과 말단 여직원과의 염문설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문제 삼은 D 의원. D 의원실 측에 따르면 “나가라”는 의원의 말에 C 보좌관은 “퇴직금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C 보좌관의 주장은 전혀 다릅니다. 돈 관리를 하는 여비서가 다른 보좌관과 공모해 본인을 음해하기 위한 악성 루머를 퍼트리기 시작했다는 주장이죠. 오히려 그는 “퇴직금을 받으라”는 D 의원의 요구를 거절했다고 합니다.

엇갈린 진술에 대한 진위여부가 밝혀지려면 앞으로 좀더 수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다만 어떤 결과가 나오던 10년 간 함께 한 의원과 보좌진, 그들의 관계가 한 순간에 틀어지게 돼 안타깝습니다.

아무튼 누군가 쌓였던 분노를 한 순간에 폭발해 버릴 수도 있을 것만 같은 긴장감에 관객은 다시금 긴장하기 시작합니다. 분노와 배신이 엉키고 설키는 여의도 정가의 이야기가 마치 ‘막장’ 국회판 드라마이니까요.

아, D 의원은 어떻게 됐냐구요? 결국 이 의원도 지난 21일 검찰의 강제구인의 대상이었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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