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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통은 가장 위대한 인프라” 박원순 시정 2기 출범

“이제 서울은 다시 시민이 시장입니다. 이제 서울은 따뜻하고 안전하며 희망과 꿈이 있는 사람 제일의 도시, ‘사람특별시’로 나아갑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2기 시정이 7월 1일 시작됐다. 이 날 서울시청 정문 앞 400여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치러진 ‘조촐한’ 취임식에서 눈길을 끄는 순서가 있었다. 바로 사회복지사, 대학생, 고등학교 교사, 디자이너 등으로 구성된 6명의 시민시장이 각자의 취임사를 낭독하는 장면이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선정된 이들은 안전한 대중교통체계 마련, 장애인 처우개선, 어르신 복지 증진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민 시장’의 취임사 이후 등장한 박원순 시장은 ‘시민 시장’들의 취임사는 “자신의 취임사 일부”라며 그들의 약속을 자신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 시장이 ‘시민과의 소통’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평소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한다. 때로는 ‘하트’ 표시를 이용해 기쁘거나 행복한 마음을 종종 표현하기도 한다. 특히 지난해 박 시장은 한국의 대표적인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윤아에게 생일 축하 인사를 건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박 시장은 “트위터에 매일 들어가지는 못하나 거기 들어가면 많은 것을 배운다. 1,000만명이 사는 도시다 보니 어떤 지역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꼼꼼하게 알지 못해 아침에 출근하면서 체크를 한다” 면서 “현장을 모르고서는 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소통과 관련 확고한 철학과 원칙을 갖고 있다. 올해 초 출간한 '경청: 박원순의 대한민국 소통 프로젝트'라는 제목의 책을 보면 그의 소통철학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에서 그는 “남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진심을 다해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보는 ‘경청’의 자세가 중요하다” 면서 “눈을 떠야 볼 수 있듯이 귀도 떠야 들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박 시장은 특히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 등에서 소통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 곳은 우리 모두의 소통과 정보, 지식 나눔의 공간”이라며 “상대방 의견이 내 의견과 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라며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현재 박 시장의 카카오스토리는 8만 8,000명의 시민들이 소식을 받고 있다. 트위터 팔로워는 무려 85만명일 정도로 SNS에서 왕성한 소통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 공식 홈페이지는 박 시장이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소통채널 중 하나다.

시장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그의 동정 소식이나 서울 시정을 동영상으로 전달해주는 ‘라이브 원순’을 비롯해 ‘시민 원순’, ‘시장 원순씨’, ‘함께 만드는 원순씨’ 등을 접할 수 있는데, 단번에 ‘시민들과의 소통’을 방점으로 콘텐츠를 구성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취임 이후 500회째 게재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원순씨 희망일기’는 일반 시민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박 시장의 개인적인 일상적인 관심사나 의견을 시민들에게 들려주고  이에 대한 의견을 SNS를 통해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는 공간이다. 예를 들면 시민들에게 가볼만한 여름휴가 명소도 추천해주고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방청객으로 참석한 일화도 들려준다. 

최근 희망일기에서 “제 얼굴이 못생겼다구요? 이데일리 이은호 기자의 칼럼 한번 보세요” 라는 글을 올려 시민들에게 웃음을 던지기도 한다. 칼럼 내용인 즉 박 시장이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씹을 부분이 많은 얼굴”이지만 기자에게는 “잘 생겨 보인다는 희한한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며 다소 익살스럽게 쓴 내용이다.  

 이처럼 박 시장의 거리낌 없는 소통철학은 시정활동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정책을 결정하는 이른바 ‘청책토론회’이다. 처음에 필자는 ‘청책토론회’가 ‘정책 토론회’의 오타가 아닌가 싶었는데 ‘시민의 의견을 듣고 정책을 결정합니다’라는 부연 설명을 확인하고서야 취지를 금세 깨닫게 됐다.  

 주제도 ‘사람과 동물이 행복한 도시’ ‘보도블록 10계명’ ‘마을미디어 활성화’ 등 생활 주변의 정책에서부터 ‘초미세먼지 대응방안’ ‘1인 창작자 정책수립을 위한 토론회’ 등 무거운 내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는 올해 초 한 온라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00~200명이 모여서 얘기를 들으면 뭐가 문제이고 어떤 정책을 만들어야 할지 그림이 나온다” 면서 “정책토론회는 시민과 서울시가 함께 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경청하는 서울시의 대표 브랜드” 라고 말할 정도로 ‘청책 토론회’에 애착을 갖고 있다.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사람을 동원해서 서류로만 이뤄지는 시민참여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러한 박 시장의 소통 리더십은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등 박 시장이 10년 이상 지속해온 시민단체 활동에 근간을 두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시민단체 활동 특성상 토론과 설득을 중심으로 한 의사소통방식이 몸에 배어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2006년부터 3년 동안 전국을 돌아 다니면서 여행을 했다. 배워야 할 사례를 찾아다니면서 수백명을 인터뷰했고 그 때마다 책을 썼다. 당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대방의 진의를 파악하고, 얼마나 진심을 다해 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때문에 소통을 통해 쌓은 신뢰는 우리 사회가 위기를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인프라’ 라는 것이 그의 확고한 지론이다. 더 나아가 소통이 ‘밥’이 되고, 돈이 되며, 일자리가 된다는 데 주저 없이 말한다.

실제로 그는 수많은 소통과 협의를 통해 만성 적자노선인 지하철 9호선 민자사업을 혁신하고 ‘시민펀드’라는 새로운 모델로 최고 3조 2,000억원의 세금 낭비를 막았다. 또 이해관계자들과 끊임 없는 대화와 협상을 벌여 민간 건설회사 아파트가 들어서는 곳에 국공립 어린이집을 짓기로 합의해 2,500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특히 서울 지하철 노조의 경우, 그가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차례의 파업이 없다는 것은 이러한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캐나다 출신의 Colin(33)씨는 “한국의 정치가나 관료들이 권위적이라고 생각한 부분이 있었는데 영어로 번역된 ‘원순씨의 희망일기’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말끔히 사라졌다” 면서 “시민들과 가깝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다른 나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중국인 위샤오윈(Yu Xiao Yun, 40)씨도 “말은 쉽지만 상명하달의 권위주의적 관료체제에서 이를 실천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 그러한 것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 존경스런 마음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2기 서울시정을 이끌 '박원순 호(號)'의 닻이 본격적으로 올랐다. 그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소통’의 리더십이 2기 서울시정에서 어떤 반향과 결과를 가져올지 기대를 모은다.

이진용 기자 (jycaf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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