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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냉키ㆍ게이츠 등 거물들의 은퇴생활은?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정책결정자도, 세계적인 기업을 이끌며 시장을 호령하던 거물들도 물러날 때가 있다.

이들은 학교나 연구소로, 자선사업으로, 은퇴 이후 새로운 삶을 설계하며 평생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다. 간혹 자리에서 물러나는 대신 거액의 퇴직금을 챙기는 운 좋은 은퇴자들도 있다. 심지어 현업에 다시 복귀하기도 한다. 최고의 자리에서 물러난 이들, 퇴직 이후의 삶은 어떠할까.

▶게이츠와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수장들에게 퇴직이란(?)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IT) 기업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MS는 올 들어 큰 변화를 맞았다. 그동안의 실적 부진을 이유로 지난해 스티브 발머 전 최고경영자(CEO)가 사임을 발표하고 신임 사트야 나델라가 CEO로 취임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자선활동에 열의를 가지며 한동안 MS의 경영과 거리를 뒀던 설립자 빌 게이츠는 일선에 다시 복귀하며 MS 부활에 일조하기로 했다.

지난 2월 발머 전 CEO는 퇴임과 동시에 MS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도널드 스털링 전 구단주가 인종차별 발언으로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영구제명된 뒤 표류하던 로스앤젤레스 클리퍼스팀을 최근 인수하면서 구단 경영에 집중하고자 19일(현지시간) 돌연 이사직 사퇴를 발표했다.

발머는 구단을 20억달러(약 2조원)에 매입하고 구단주가 됐다. 구단 인수금액 가운데엔 역대 최고였다.

오래 전 경영 일선에서 빠진 게이츠는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을 설립, 자선사업에 뛰어들었고 최근 루게릭병 환자를 위해 ‘아이스 버킷’(얼음물 샤워)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자산 720억달러(약 73조원)의 억만장자도 자신이 설립한 MS의 위기를 두고 볼 수는 없었다. 그는 나델라의 CEO 임명과 더불어 스스로 기술고문 자리에 올라 다시 현업으로 복귀했다.

(왼쪽부터)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설립자, 스티브 발머 로스앤젤레스 클리퍼스 구단주, 벤 버냉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사진=위키피디아]

▶학교로 연구소로… 트렌드는 ‘학문에 힘쓰다’=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 루 거스너 IBM 전 회장 등의 공통점은 ‘은퇴 후 학교ㆍ연구소행’이다.

8년 간 ‘세계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Fed 의장직을 수행하고 지난 1월 말 퇴임한 그는 3일 만에 미국의 유명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직함은 특별연구위원. 스탠포드대, 프린스턴대에서 교수 생활을 했던 그에게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퇴임 이후 강연 등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돼 오히려 급여 면에선 이전보다 나아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회 강연료는 20만~40만달러 수준. 그가 의장직을 수행할 때 연봉이 20만달러였다.

경영의 달인,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 전 회장도 2001년 현 제프리 이멜트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사모펀드회사의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면서 간간이 NYT나 비즈니스위크 등에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그가 펴낸 책 ‘승자의 조건’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06년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교편을 잡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의 강의에는 손수 뽑은 30명의 석사과정 학생들이 참여했다.

학교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던 웰치는 2009년 잭 웰치 경영대를 설립하고 직접 커리큘럼을 짜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IBM이란 거대 공룡을 이끌었던 루 거스너 전 회장도 2002년 회장직을 내려놓고 이듬해 1월 글로벌 사모펀드회사 칼라일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가 2008년 은퇴하고 선임자문위원으로 내려왔다.

거스너 역시 최근 연구소에 관심을 보였는데, 지난해엔 MIT, 하버드대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비영리 연구기관 브로드 연구소의 이사회 회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왼쪽부터)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 루 거스너 전 IBM 회장. [사진=위키피디아]

▶화려한 명퇴, 어부지리 거액의 퇴직금 받는 이들은…=CEO 임명 2개월 만에 회사를 떠나면서 두둑한 거액의 퇴직금을 챙긴이도 있다. 미국 케이블TV 방송사인 타임워너케이블의 로버트 마커스 전 CEO다. 그는 타임워너케이블과 컴캐스트의 인수합병(M&A)를 성사시키며 8000만달러를 받았다. 현금 2050만달러, 보너스 250만달러에 주식 5650만달러어치를 받은 그는 ‘황금낙하산’의 부작용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되기도 했다.

황금낙하산이란 M&A 피인수 기업 임원에게 지급하는 고액의 퇴직금을 의미하는 것으로 M&A를 쉽게 만든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피인수 기업 임원들의 탐욕적인 행위를 용인한다는 면에서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은 제도다.

퇴직과 더불어 막대한 퇴직금을 손에 쥐고 나온 임원이 또 있다. 바로 야후의 전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엔리케 데 카스트로다.

야후에서 일한 기간은 15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6400만달러 이상의 퇴직금을 받았다. 여기에 월급과 채용 보너스, 주식 성과급 등을 포함하면 1년 남짓 일해서 1억9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명확한 퇴직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마리사 메이어 CEO가 실적부진을 이유로 그를 해고했다는 해석이 유력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퇴직금이 지급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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