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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대받지 못한 황제, 타이거 우즈의 잃어버린 경제학
‘황제’는 파티에 초대받지 못했다. 1000만달러 잭팟이 터지는 호화로운 잔칫상이지만, 그를 위한 자리는 없다.

22일(한국시간) 더 바클레이스로 시작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39·미국)는 없다. 1차전 더 바클레이스부터 2차전 도이치뱅크 챔피언십, 3차전 BMW 챔피언십,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까지 5주간 열리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는 각 대회마다 8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려 있고, 마지막에 가장 많은 포인트를 획득한 선수에겐 1000만 달러 보너스를 안겨주는 지상 최대 ‘쩐의 전쟁’이다. 하지만 우즈는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랭킹이 급락,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3월 허리수술로 넉 달 만에 나온 그는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또다시 허리 부상을 입고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우즈는 그러나 최근 한 행사에 참석해 “더 강해져서, 다시 더 폭발력있는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자신했다. 우즈는 1~2개월의 재활을 거쳐 올해 12월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즈가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내면서 명성에 걸맞지 않게 그의 지갑도 얇아졌다. 숫자로 본 2014년 우즈의 경제지수를 살펴보자. 

[사진=STUDIO PGA 제공]

▶10만8275달러=우즈가 올해 벌어들인 상금이다. 우즈는 올해 7개 대회에 출전해 2차례 기권, 2차례 컷탈락했다. 최종라운드까지 마친 3개 대회 중 가장 좋은 성적은 캐딜락 챔피언십에서 기록한 공동 25위다. 디오픈 69위, 파머스 인슈어런스 공동 80위를 포함해 올해 상금은 ‘고작’ 10만8275달러(약 1억1000만원). 1996년 PGA 투어에 데뷔한 후 최저 시즌 상금이며 페덱스컵 랭킹(218위) 역시 역대 가장 낮다. 우즈의 PGA 투어 통산 상금(1억900만 달러)도 거의 제자리걸음했다.

▶800만 달러=우즈가 시즌아웃되면서 허공에 날려버린 ‘최소한’의 초청료다. 성적에 관계없이 참가만으로도 손에 쥘 수 있는 돈이다. 우즈는 당초 10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아메리카골프컵에 참가하기로 했는데 초청료가 무려 400만 달러다. 아시아지역에서도 적어도 2개 기업의 초청을 받아둔 상황이었다. 두개 합쳐 최소 400만 달러짜리다. 우즈는 지난해 미션힐스그룹이 기획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하루짜리 맞대결 이벤트로 200만달러, 유러피언(EPGA) 투어 터키항공오픈 참가로 300만 달러의 초청료를 받았었다. 야후닷컴은 “우즈를 초청할 기업이 더 있었을텐데, 그랬다면 우즈가 날린 돈은 더 엄청날 것이다”고 했다.

▶9.3%=이른바 ‘타이거 우즈 효과(Tiger Woods Effect)’를 숫자로 나타낸 지수다. 콜로라도대학의 로저 피엘케 주니어 교수는 이달 초 영국 스포츠마케팅 업체인 스포팅인텔리전스 웹사이트에 쓴 칼럼에서 “1996년 우즈의 등장으로 연평균 3.4%씩 증가하던 PGA 투어 총상금이 해마다 9.3%씩 뛰었다. 이 덕분에 선수들은 예전보다 훨씬 두둑한 상금을 챙길 수 있었다. 우즈가 동료들의 주머니에 넣어준 돈은 무려 8억6700만달러, 전세계 투어로 확장하면 16억달러에 달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우즈 효과의 최대 수혜자는 필 미켈슨인데, 1997년부터 2008년까지 총상금(5590만 달러) 중 절반 가량(2900만 달러)은 우즈 덕분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2009년 우즈가 불륜 스캔들로 휘청이면서 평균 9.3%씩 증가하던 총상금 규모는 이듬해부터 2.3%씩 감소했다. 때문에 올시즌 우즈의 부진이 투어 상금 규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골프업계는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27%=우즈의 부진과 반복되는 부상은 골프 산업까지 휘청이게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디다스 테일러메이드의 올해 상반기 매출이 27%나 감소했고 향후 골프 산업 성장에 대해서도 기대치를 낮췄다고 보도했다. 다른 용품사들도 다르지 않다. 미국 스포츠 용품업체 딕스스포팅굿즈는 최근 골프 사업을 접겠다고 선언하고 2040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가며 메가톤급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여기엔 골프 부문 직원 500여명의 해고비용도 포함됐다. CNN 머니는 골프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든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우즈의 몰락을 꼽았다. 매킬로이가 최근 눈부신 성적을 올리고 있지만 우즈의 폭발적인 스타성을 이어받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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