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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년전, 그리고 오늘…변함없는 ‘이반’ 에 대한 편견
지난 2000년 커밍아웃을 한 이후 방송에 나오지 못했던 홍석천은 요즘 ‘탑 게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방송에서 활약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김조광수 감독의 동성(同性) 결혼식에 한 시민이 오물을 투척한 것을 보면 동성애자들에 대한 편견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16일 개막한 연극 ‘프라이드’<사진>는 1958년과 2014년 영국 런던에 살고 있는 동성애자들의 삶을 교차해서 보여주며, 동성애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어디쯤 와있는지 돌아보게 해준다.

1958년 동성 연인 필립과 올리버의 이야기는 무겁고 애틋한 반면 2014년 필립과 올리버의 이야기는 밝고 유머러스하게 그려진다. 


1958년 필립은 올리버에게 “침묵만이 당신을 살아남게 할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감정을 숨긴다. 이 말을 들은 올리버는 뚝뚝 눈물만 흘린다. 올리버를 잊기 위해 정신병원을 찾은 필립에게 의사는 “도착(倒錯)적인 병”이라며 충격적인 치료법을 제시한다.

2014년 필립과 올리버는 당당히 동거를 하지만 갈등을 빚고 헤어진다. 올리버가 나치 코스프레를 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려다 필립에게 들키는 장면에서는 포복절도를 하게 된다.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한 행진인 ‘프라이드 퍼레이드’에서 필립을 만난 올리버는 “나는 당신을 너무 사랑하고 있습니다”라고 고백한다. 또 한명의 주인공인 실비아는 1958년에는 필립의 아내로 외로움 속에 살아가지만, 2014년에는 올리버와 필립을 화해시켜주는 발랄한 친구 역할을 한다.

‘프라이드’는 동성애와 관련한 거창한 주제를 던지려고 하기보다는 두시대를 오가며 주인공들이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영국 극작가 알렉시 켐벨이 지은 작품이지만 동양의 윤회 사상처럼 과거 주인공들의 말과 행동은 현재와 긴밀하게 연결돼있다.

비록 60여년새 동성애자들은 음지에서 양지로 나왔지만, 진보주의자 행세를 하는 잡지 편집장이 2014년의 올리버에게 게이 섹스에 대한 글을 써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은 여전히 이들에 대한 편견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차이콥스키, 라벨 등 동성애자로 알려진 작곡가들의 음악이 배경에 흐르며 주인공들의 슬픔, 외로움 등을 부각한다.

필립역에 이명행, 올리버역의 오종혁, 실비아역의 김소진 등 배우들의 열연으로 3시간에 달하는 공연시간이 길지 않게 느껴진다. 이들과 함께 정상윤, 박은석, 김지현이 더블 캐스팅됐다. 오는 11월 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한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사진제공=연극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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