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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방한] ‘먼발치나마 볼수만 있다면’… 교황 이동 길목마다 몰린 인파
[헤럴드경제] 한국천주교 순교자 124위의 시복미사가 진행된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니는 길목마다 구름 인파가 몰렸다. 천주교 신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도 항상 약자의 편에서 고통과 슬픔을 함께 해 온 교황을 눈에 담으며 마음에 위안을 얻었다.

시민들은 공식일정이 시작되기 전인 이날 새벽부터 교황이 머물고 있는 서울 궁정동 주한교황청대사관 앞에 진을 치기 시작했다.

오전 8시 42분께 검은색 국산 준중형차를 탄 교황이 모습을 드러내자 시민들은 감격을 감추지 못하고 환호했다.

교황이 시복미사에 앞서 방문한 한국 최대 순교 성지 ‘서소문성지’ 일대에도 수백명의 시민으로 북적거렸다. 신도들은 교황이 나타나자 “파파”를 연호했고, 교황의 손을 한번이라도 잡기 위해 앞다퉈 손을 내밀었다. 교황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시민들의 내민 손을 마주잡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이 열리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카 퍼레이드를 하며 가톨릭 신도와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광장에서 시복미사가 치러지는 광화문 바로 앞제단까지 30여분간 진행된 카퍼레이드에서도 교황을 조금이라도 눈에 담으려는 시민들의 간절한 몸짓은 이어졌다.

오전 9시 8분께 덮개 없는 흰색 차에 올라탄 교황은 시종 환한 웃음을 지으며 거리 양 옆에 늘어선 시민들을 바라보며 손을 들어 축복을 전했다.

밤을 새워가며 전국에서 모인 시복식 참가자들은 “비바 파파” “교황님 고맙습니다, 환영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며 하얀 수건을 흔들었다. 시민들은 교황을 눈앞에서 마주한 감격을 간직하기 위해 교황이 지나는 곳마다 일제히 휴대전화를 들어 사진과 동영상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교황은 간간이 차를 멈춘 뒤 어린이들을 안고 이마에 입을 맞췄고 그때마다 참석자 중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교황은 카퍼레이드 종점인 제단을 지나쳐 서울광장으로 방향을 튼 뒤 시복식에 참석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 400여명 앞에 차를 세웠다. 그는 진실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34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47) 씨의 두 손을 맞잡고 위로했고, 왼쪽 가슴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단 채 시복미사를 진행했다.

우리 사회의 다른 약자들도 교황으로부터 마음의 평화와 삶의 용기를 얻었다. 청각장애인들은 수화로 묵주기도를 올렸고, 교황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어쩔 줄 몰라하거나 손을 맞잡고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도 있었다. 미사가 시작되자 이들은 수화로 성가를 불렀다.

미사가 시작되고 교황이 순교자 124위를 복자로 선포하자 자손들은 감개무량함을 감추지 못했다. 첫 한국인 사제인 성(聖) 김대건 신부의 조부이자 이날 복자로 선포된 김진호 씨의 종친인 김종성(47) 씨는 “이런 자리에 있을 수 있어서 영광스럽고 굉장히 뭉클하다”고 가슴 벅차했다.

이날 시복미사가 열린 광화문광장에서 시청앞까지 이르는 방호벽 안에는 미리 초청받은 17만명이 새벽부터 꽉 들어찼고, 주변 도로와 찻집 등은 초대를 받지는 못했지만 먼 발치에서나마 교황을 보려는 신자와 시민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전날밤인 15일 밤부터 광화문광장 주변을 다녀간 신자와 시민들은 연인원 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어마어마한 인원이 모였지만 신자와 시민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잃지 않았다.

행사장 입장부터 미사 종료까지 8시간 동안 현장에선 별다른 소란이 없었고, 참석자들은 미사가 종료되자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정리한 뒤 일사불란하게 퇴장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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