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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만원권 우려가 현실로…당국 대책마련 부심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5만원권 환수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5만원권 거래가 점차 음성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통화당국이 대책 마련에 부심이다. 특히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5만원권을 대량 인출해 보관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것 등이 환수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발 물러선 韓銀=한은 고위관계자는 11일 “5만원권 발행이 시작된지 5년밖에 지나지 않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올 들어 환수율이 심하게 떨어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같은 흐름이 계속될 경우 중앙은행 차원에서 환수율 제고를 위한 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종전까진 5만원권 수요 증가를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란 입장을 취해왔다. 한은은 지난 3월 발표한 연차보고서에서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강해지고 저금리로 화폐 보유성향이 높아진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5만원권의 증가 원인을 추정했다.


실제로 고액권 중심의 화폐 수요 증가는 2008년 이후 선진국에서 나타난다. 미국 시중에서 50달러와 100달러권 비중은 2008년말 80.8%에서 작년말 83.4%로 높아졌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발행하는 유로화 중 100유로권 이상 고액권의 발행액수도 31.2%에 이른다. 일본, 캐나다 등 주요국에서도 고액권 발행 비중이 2008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강해지고 현금 보유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기업과 자산가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현금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적다는 점도 고액권 수요를 부추긴다.


▶“이율 낮고 세금 물 바엔 현금으로”=하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5만원권이 금융위기 이후 새로 만들어졌고 발행 5년만에 턱없이 부족한 환수율 상황에 직면하게 됐기 때문이다.

또 김제 마늘밭 사건, 유병언 전 세모 회장의 현금다발 사건 등 5만원권의 음성거래가 속속 포착되고 있고,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가 오히려 음성 현금거래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은행에선 5만원권을 조달해주는 신종 서비스까지 등장, 5만원권 수요 증가를 단순히 세계적 추세라고 치부하기에는 사안의 심각성이 크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서울 강남지역 시중은행의 한 PB센터장은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5만원권 선호현상이 짙어지는 것이 5만원권 수요를 급격히 높이는 요인으로 보인다”며 “과세망이 촘촘해지는 상황에서 재산세, 상속세, 증여세 등을 물 바엔 그냥 현금으로 놓고 쓰고 물려주겠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5만원권 발행잔액은 고공행진이다. 지난 6월엔 전달에 비해 5629억4700만원 늘었고, 1년 전보다 7조8837억원이나 증가했다. 장수로는 6월말 현재 총 9억100만장이 시중에 풀렸다. 올 상반기 5만원권 환수율은 28.1%로 작년 같은 기간(54.5%)의 반토막이다. 환수율이 28.1%라는 것은 시중에 풀린 5만원권 100장 중 28장만 한은 금고로 돌아온다는 얘기다.

화폐사용의 5만원권 쏠림현상은 중장기적으로 물가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폐 기능이 교환이 아닌 가치저장의 수단이 되면서 현금의 원활한 유통성을 저해될 수 있기때문이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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