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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기업소득환류세제, 일몰제 된 배경은 박용만 회장(?)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지난 6일 세법개정안이 발표됐습니다. 재계의 관심이 쏠렸던 부분은 ‘기업소득 환류세제(사내유보금 과세)’였습니다. 사내유보금 과세는 최경환 신임 부총리의 취임과 동시에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최 부총리가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풀어 투자, 임금, 배당을 늘리지 않을 경우 과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재계의 우려도 커졌습니다.

일단 세법개정안에 담긴 기업소득환류세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자기자본금 500억원 초과 기업(중소기업 제외)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들의 투자, 임금증가, 배당, 대·중소기업 협력 관련 지출이 당기소득의 일정액(기준율)에 미치지 못할 경우 미달분에 대해 10%의 가산세가 부과됩니다. 기준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변화의 내용은 두가지입니다. 일단 이제까지 쌓아둔 유보금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향후 발생하는 이익만 포함됐습니다. 또 근로소득, 배당소득 증대세제와 더불어 내년부터 3년 간 한시적으로 시행됩니다. 사실상 ‘일몰제’라는 이야기입니다. 


기업소득환류세제가 일몰제가 된 배경에는 재계의 부단한 노력이 담겨있습니다. 사실 세법개정안 발표 전까지 기획재정부와 경제단체들은 보이지 않은 줄다리기를 이어왔습니다.

재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 부총리의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이 전달된 후 재계의 반발이 생각보다 거세자 적잖이 당황했다고 합니다. 최 부총리는 취임 직 후인 지난 달 22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는 등 재계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은 이날 회동에서 “사내유보금 과세의 부작용이 클 수 있다”며 강하게 우려를 전달했습니다. 최 부총리도 “기업의 세부담이 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하겠다”며 수용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기재부는 사내유보금 과세를 일몰제로 시행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재부 내부에서도 ‘한시적으로 시행해야한다’는 일부 목소리가 있었지만 큰 비중은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기류가 바뀐 것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발언이었습니다. 박 회장은 세법개정안이 발표되기 약 일주일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일몰제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시 박 회장은 “지금 상황이 절박하니 어쩔 수 없이 환류세를 시행한다 해도 기업들이 투자와 배당을 늘리고 향후 사정이 좋아졌을 때는 제도가 오ㆍ남용되고 기업들에 큰 족쇄가 될 가능성도 있다”며 “일몰제로 두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사견임을 전제로 발언을 하며 ‘논의를 거쳐 대한상의 공식입장으로 정부에 건의를 하겠다’는 의사도 전달했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재계에서는 ‘한시적 시행’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한상의 회장의 발언은 파장이 컸습니다. 기재부 측은 박 회장 발언이 알려진 후 의중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제도 자체에 대한 반대인지 아니면 말그대로 시행 기간을 한시적으로 해달라는 요청인지를 파악해야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단체장이 정부가 추진하는 제도를 반대하는 것이라면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을테니까요. 대한상의는 당시 박 회장의 발언에 대해 “제도 자체에 대한 반대 의견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기업소득환류세제는 3년 일몰제로 일단 정해졌습니다. 재계 안팎에서는 ‘박회장의 의견을 정부가 수용한 것 아니겠나’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박 회장이 제도의 방향을 바꾸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논의의 방향을 바꾼 것은 맞는 듯 합니다. 공을 넘겨받은 국회에서도 ‘목표 달성 시에는 조기 일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의 정책방향이 원칙 없이 흔들려서는 안되겠지만 다양한 주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처해있는 상황이 녹록치 않은 상황입니다. 투자를 하고 싶어도 불안감과 불확실성으로 선뜻 투자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곳간을 열라’고 다그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 투자에 나설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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