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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사내유보금 과세하면 돈풀린다고?…경제계 ‘시큰둥’
임금·투자확대해도 효과 크지 않고
배당 늘리면 혜택은 대부분 외국인 차지
기업 스스로 투자에 나설수 있도록 해야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한국형 양적 완화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현재 곳간에 쌓아놓고 쓰지 않는 유보금이 500조원에 달하니 이걸 배당, 투자, 고용의 방식으로 풀어서 내수를 살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주겠다며 ‘당근’도 제시했다. 재정을 풀어 경기를 살릴 만큼 여유가 없으니 민간의 힘을 빌려 양적완화를 해보겠다는 의미다.

이런 배경으로 탄생한 것이 ‘기업소득 환류세제’다. 앞으로 발생할 기업의 수익에서 일정 부분을 배당, 임금, 투자 확대에 쓰지 않으면 과세하는 내용이다. 말만 달라졌을 뿐 기존의 사내유보금 과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사내유보금 과세를 통한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경제계는 시큰둥하다. 시행 초기에는 투자와 배당이 일정 정도 늘어날 수 있겠지만 낙수 효과가 기대만큼 크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사내유보금 과세를 통해 배당을 늘린다 해도 국내 투자와 소비 증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한국 기업의 주주 구성의 특성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국내 주요 상장사의 대주주가 주로 외국인, 기관, 정부다. 사내유보금을 풀어 배당을 늘린다고 해도 그 혜택이 일반 가계 소득에 영향을 미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배당의 혜택이 외국인이나 기관으로 돌아갈 뿐 일반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국가통계포털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장사의 주주 구성은 시가총액 기준 외국인이 32.41%로 가장 많고 일반법인이 24.48%다. 개인의 비중은 23.99% 정도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의 경우는 투자 개념의 사내 유보를 줄이고 이익을 자국 모기업의 배당을 늘리는 데 쓸 수도 있다. 이 경우 외국기업의 배당이익만 채워주고 정작 국내 내수 진작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기업이 투자를 할 만한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승렬 한국상장사협의회 회원지원본부장은 “단순히 유보금에 대한 압박만으로는 내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어려울 수 있다”며 “기업들이 투자한 부분에 대해서 광범위한 투자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고, 법인세 감면, 각종 규제 완화 등 적극적인 투자 인센티브를 제시해 기업 스스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의 해법이 필요할 때마다 구원투수인냥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거론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사내유보금은 투자할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일 뿐 그만큼 돈을 쓸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사내유보금에 대응하는 자산항목은 이미 기업이 투자한 유무형 실물자산이 대부분이고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은 20%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유보금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투자를 할 여력을 상징하는데 정부가 이것을 풀라고 하면 기업의 투자 여력을 줄이라는 의미와도 같다. 연구·개발(R&D) 비용 등 각종 투자 비용을 늘리라고 하면서 유보금을 배당과 임금을 늘리는 데 쓰라고 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 부연구위원도 “회계적으로 유보금과 투자는 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다. 유보금의 감소가 투자의 증가로 직결되기도 어렵다”며 “유보금 과세 논의는 기업환경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현금성 자산 보유 동기나 투자 인센티브를 직접 변화시킬 수 있는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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