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지난달 말 발생해 300여명의 사상자를 낸 대만의 가스폭발 사고 역시 인재(人災)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초동대처가 미흡해 인명피해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2일 대만 재난 당국 및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대만 제2의 도시인 가오슝(高雄) 소방당국에 첫 가스 누출 신고가 접수된 것은 사고 당일인 지난달 31일 오후 8시46분(현지시각)이었다. 이어 가오슝 도심에서 첫 폭발이 시작된 것은 이로부터 3시간여 뒤인 같은 날 오후 11시59분께로 파악됐다. 즉 3시간의 여유가 있었는데도 당국은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행정원 환경보호서(署) 독성물질 재해대응 태스크포스(TF)가 가스 누출 현장에 도착한 것도 최초 신고 1시간 40여 분 뒤인 오후 10시30분께였다. TF팀이 누출 가스의 성분을 확인하지 못해 허둥지둥하는 사이 프로필렌으로 알려진 석유화학 물질 지하 공급관 동선을 따라 8번의 연쇄 폭발이 이어졌다.

누출 가스성분 확인이 안되다보니 주민 대피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소방차를 대거 동원해 가스가 분출되는 곳마다 물을 뿌려 누출 성분을 희석시키려 했지만, 최초 누출 지점을 찾지 못해 노력이 허사로 돌아갔다.

가오슝 첸전(前鎭)구 주민 천(陳)모씨는 “시 정부에 전화를 걸어 수습 상황을 물어봤더니 소방대가 출동했으니 집으로 돌아가서 안심하고 주무시라라는 이야기를 했다”면서 “이어 불과 몇 분이 지나지 않아 ‘펑’하는 폭발음이 들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당국이 공개한 최초 가스 누출 신고접수 시점보다 1시간여 이른 오후 7시께 이미 심한 가스 냄새가 났으며, 경찰관이 출동해 상황을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가스폭발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업체가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던 점도 사고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가오슝시 당국은 가스 누출 시점을 전후해 현지 석유화학 업체들에 프로필렌을 공급하는 한 업체의 지하 공급망에서 이상 압력 저하 현상이 나타났지만, 해당 업체가 관계 당국에 이를 통보하지 않고 숨긴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만 중앙재해대책본부는 이번 사고로 사망 26명, 실종 2명, 부상 285명 등 총 31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공식 집계했다. 이는 지금까지 대만에서 발생한 가스 폭발 사고 가운데 가장 희생자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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