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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쟁과 박해로 고향 등지는 종교인들…이라크 모술 ‘엑소더스’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전 세계 각지가 분쟁으로 들썩이는 가운데 지난해 종교 박해로 인해 고향을 등진 사람들이 수백만 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역시 이라크에서 수니파 무슬림 무장세력이 크리스천들을 대상으로 조건부 강제퇴거 명령을 내리는 등 크리스천, 무슬림, 힌두교인 등 종교를 막론하고 망명길에 오르고 있다.

▶북한, 이집트, 파키스탄 등 종교 난민 수백만=미국 국무부는 28일(현지시간) 발간한 2013 국제종교자유보고서(International Religious Freedom Report)에서 “전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수백만 명의 크리스천, 무슬림, 힌두교인 및 기타 종교인들이 종교적 신념때문에 고향을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3년째 내전이 지속되고 있는 시리아에 주목하면서 “크리스천들의 존재는 이전 모습의 그림자처럼 되어가고 있다”며 크리스천들의 감소를 우려했다. 시리아 홈스 지역 크리스천 인구는 16만명에서 1000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집트 크리스천도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이 축출되고 소요사태가 발생하면서 집과 사업장 등이 불타고 약탈당하는 상황을 맞이하기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종파주의 분쟁으로 700명이 사망했고, 미얀마 메이크틸라주에서는 14만 명이 쫓겨나고 100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북한은 종교단체를 엄격히 금하고 있고 허가받지 않은 종교활동에 대해선 심하게 처벌해 종교적 신념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제한하고 있는 국가로 꼽혔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수단, 이란 등의 국가들도 국가가 승인하지 않은 종교에 대해서는 크게 제한을 두고 있는 국가로 소개됐다.

이외에도 중국은 파룬궁 단원들에 대한 검거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티벳 지역에선 무슬림 위구르에 대한 고문 활동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파키스탄에서도 종파분쟁으로 시아파 무슬림 400명이 살해당했고 교회 폭탄 테러로 크리스천 80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595년에 세워진 모술의 성 엘리야 수도원. [사진=위키피디아]

▶이라크 모술, 2000년 터전 버려야 하는 ‘엑소더스’=한편 이번 보고서는 이라크 모술지역 크리스천들의 대량 이주사태는 반영되지 않았다.

27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에 따르면 최근 이곳을 점거한 알카에다 무장세력은 지난달 이곳에 살고 있는 크리스천들에게 최후통첩을 보냈다. 머물고 싶으면 세금을 내거나 이슬람으로 개종하라는 것이었다. 저항에 대한 댓가는 죽음이었다.

모술 주민 70세의 사메르 카밀 야쿱 역시 AK-47 소총으로 무장한 이슬람 무장세력에 의해 집에서 쫓겨났다. 철수 시한은 지난 19일 정오였다. 그는 남은 극소수의 크리스천 중 하나였다.

야쿱은 NBC방송에 “한 무장단원이 ‘지금 당신을 죽이라고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며 몇 시간 후 수니파 무장세력이 집앞 길을 가로막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내 이웃들이 모두 무슬림이어서 20명 가량이 집 문앞에 와서 나를 도우러 왔다”며 “ISIS에게 날 죽이지 말아달라고 설득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슬람 무장세력은 야쿱의 목숨은 살려줬으나 그가 평생을 살아온 모술을 떠나도록 명령했다. 지난 2000년 간 이곳에서 커뮤니티를 구성하며 살아온 크리스천들은 살기 위해 모두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떠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야쿱의 이웃 라이다 사미르-케이먼은 자신의 여동생과 함께 모술을 탈출했으나 탈출 과정에서 여러 검문소를 지나며 이슬람 무장세력에게 숨겨놓은 돈들과 귀고리, 반지 등 귀중품을 죄다 빼앗겼다.

이들이 도망친 카라코시 지역은 쿠르드자치정부 페쉬메르가가 주둔하며 보호하고 있는 곳이다.

이라크 크리스천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크리스천 커뮤니티 가운데 하나다. 대다수가 아시리아인들의 후예이며 아르메니아인들도 소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라크에는 200만 명의 크리스천이 살았다. 2003년 150만 명으로 인구의 5%를 차지하던 크리스천들은 이라크전이 끝나자 45만 명으로 급격히 줄더니, 지난달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만 명까지 크게 감소했다.

크리스천들은 ISIS의 위협과 공포로부터 도망쳤다. ISIS는 이슬람국가(IS) 건국 이후 자신들이 장악한 주요 도시에서 엄격한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기반으로 한 통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야드 마다니 이슬람협력기구(OIC)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ISIS의 조치는 이슬람의 관용과 공존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난하며 “OIC는 모술 기독교 주민들이 고향으로 돌아올때까지 필요한 인도적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역시 성명을 통해 이라크 반군의 기독교인 박해를 ‘반인륜 범죄’로 규정하기도 했다. 안보리는 “소수 인종이나 종교에 속한 개인을 체계적으로 탄압하는 이라크 반군의 조치를 강력하게 비난한다”며 국제사회의 인권 보호와 인도적 지원 노력을 강조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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