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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적쇼크 기업들…일제히 위기경영 모드 돌입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재계가 일제히 위기관리 경영에 돌입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대부분 대기업의 상반기 성적표가 단순히 이익이 줄어드는 차원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각 기업들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중심으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규모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한편 각 사 최고경영자(CEO)들은 한계돌파를 위한 신(新) 성장 전략을 짜는 데 핵심역량을 모으고 있다.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2조 3300억원이나 줄어든 삼성전자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강도 높은 비용 절감에 들어갔다. 본사인력 15%의 현장배치 방침도 사실상 비용 절감 차원의 인건비 효율화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1997년 이후 처음이다. 2008년 이학수 전 부회장 퇴진 이후 한동안 정중동(靜中動)이던 재무통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CFO인 이상훈 사장은 직접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리며 적극적인 위기대처를 촉구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래도 분기에 7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추세”라며 “이익증가세가 꺾인 데다, 캐시 카우(cash cow)였던 모바일 기기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부진이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그룹 전자계열사 실적도 곤두박질치면서 그룹 전체의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판매대수는 분명 작년 동기대비 늘었는데 이익은 줄었다. 원화강세에다 수익성 높은 내수시장에서 수입 차와의 경쟁에서 고전한 탓이다. 특히 환율위험과 내수부진의 타격이 컸던 기아차는 부사장 급이던 CFO를 사장급으로 격상시켰다. 위기관리를 지휘할 CFO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역발상 조치라는 게 양재동 사옥 주변의 해석이다.

특히 통상임금 범위확대와 근로시간 단축 등 노조의 요구에도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노사갈등에 따른 생산차질 위험에도 불구하고 노조 요구대로면 어마어마한 인건비 부담을 높여 경영에 치명타를 가할 위험이 더 크기 때문이다.

SK도 최태원 회장 부재상황에서 에너지부분이 적자로 돌아서며 2003년 소버린 사태 이후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최 회장이 영어(囹圄)의 몸이 되기 전 ‘마지막 작품’인 SK하이닉스가 선전하고 있지만, 주력인 에너지와 통신사업의 구조적 한계를 타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 성장동력인 해외자원개발도 최 회장 부재상황이 길어지면서 추진동력이 급속히 약해지고 있다.

SK 관계자는 “위기상황에 대한 분석과 처방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 등을 결정해줄 최고경영자의 공백 탓에 상당한 경영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LG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G3가 돌풍을 일으킨 덕분에 양호한 2분기 성적을 내놓은 LG도 위기경영의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진 데다, TV를 제외하면 가전 부분의 실적은 여전히 부진하다. LG화학도 효자사업이던 석유화학 부문은 중국 경제의 주빈으로 작년 동기대비 이익이 급감했고, 비교우위라 여겼던 자동차용 전지 부문에서는 삼성SDI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해 GS건설에 이어 올 해에는 GS칼텍스의 실적이 곤두박질 친 GS, 2분기에만 1조원 넘는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 등도 이미 위기관리 경영 모드다.

대한민국 제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간판 대기업들이 이처럼 위기경영모드로 진입하면서 기업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재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9일 서울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민관합동 제조혁신위원회 제1차회의’에서 “선진국, 신흥국 등 우리나라를 둘러싼 제조업체들의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노동•환경 부문에서 각종 규제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제조업이 활력을 되찾고 재도약하려면 ‘생산’이 아닌 ‘혁신’ 위주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하는 만큼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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