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고승희ㆍ정진영 기자의 채널고정> 공감형 VS 키치형 ‘막장드라마’ 어떻게 보십니까?
방송3사 드라마 막장 지수

▶아침드라마 SBS ‘청담동 스캔들’

고승희=탈막장 선언했는데…제목과 소재로 아침 장악 ★★★☆

정진영=제목만으로도 감이 팍 오는 막장계의 슈퍼루키 ★★★☆



▶저녁드라마 KBS2 ‘뻐꾸기 둥지’

고승희=믿고 보는 ‘막드 여신’…장서희, 점(아내의 유혹) 찍을 날 기다린다 ★★★★☆

정진영=이쯤 되면 장인의 경지…여신께 경배를 드립시다! ★★★★★



▶주말드라마 MBC ‘왔다 장보리’

고승희=진화한 막장…점 없어도 통하는 김순옥 작가의 마력 ★★★☆

정진영=밝고 씩씩한 새로운 막장 드라마 캐릭터 발견! 장하다! ★★★★



화끈하고 빠르다. 눈을 뗄 수 없는 전개로 시청자를 휘어잡는다. 한두 회 ‘본방사수’를 못했다고 안달할 필요도 없다. 몇 회 정도 쿨하게 건너뛰어도 드라마 스토리를 파악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3사 드라마엔 빼놓을 수 없는 전형적인 장르물이 있다. 아침, 저녁, 주말을 장악해 이른바 ‘막장’으로 치부되는 드라마들이다.

대한민국 드라마사에서 막장드라마의 등장은 고단한 현대인의 삶과 흐름을 함께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막장드라마의 내용적인 부분은 경제논리에 의해 좌우됐다”며 “200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로 편입하며 사람들은 적자생존의 경제현실에 놓였다. 인간을 황폐하고 척박하게 만드는 현실에서 물질적 욕망이 생겨났고, 이 같은 욕망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막장드라마의 스토리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돈이 없어 억울했고, 가난해 서러웠던 주인공들은 대대로 복수의 대상이 많았다. 복수와 돈 때문에 대리모(뻐꾸기둥지)가 됐고, 대리모 노릇을 하며 받은 돈을 불려 ‘금의환향’ 한다. 물질로 점철된 청담동 사람들의 상속 쟁탈전은(청담동 스캔들)은 시어머니의 며느리 죽이기(피임약 복용)로 나타난다. 친딸과 양딸이 뒤바뀌는‘출생의 비밀’(왔다 장보리)이 나오는 것도 다른 이유는 없다.

어차피 소재(출생의 비밀, 복수, 불륜, 살인, 모함) 면에선 새로움이라곤 없는 ‘막드의 세계’는 ‘설득력’이 관건이다. ‘막장드라마’가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이유도 결국 “황당할 정도의 상황 전개와 공감이 어려운 캐릭터”(윤석진 평론가), “완성도와 개연성이 떨어지는 스토리와 구성”(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에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들의 시청률이 만만치 않다. KBS2 저녁드라마 ‘뻐꾸기둥지’는 14~15%대를 오가고, SBS 아침드라마 ‘청담동스캔들’은 출발 3회만에 10%대를 찍었다.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는 동시간대 최강자(22.8%)다. 화려한 영상도, A급 배우도,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도 필요치 않은데 내놓기만 하면 ‘선방’이다. 제작비도 절약되니 방송사 입장에선 이만한 ‘저비용 고효율’ 상품이 없다. 숫자의 결과는 막장드라마를 시청하는 변명의 이유로 돌아온다. 흥미로운 것은 막장드라마의 주시청층과 즐기는 시청층의 소비 방식이 극과극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 ‘막드’ 소비방식 ①공감형 “착한 주인공, 복 받아야해”=한 지상파 방송사의 부장급 간부는 자사 저녁드라마의 팬이다. 교양있는 말투와 선한 미소로 스토리를 해부하는 여자 부장은 “드라마의 결론은 언제나 ‘권선징악’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등장인물의 악행은 기가 막히지만, 욕하면서도 보고(욕드), 복장이 터져도 본다(복드)는 명제를 고스란히 실천한다.

중년여성들을 주시청층으로 삼는 이 드라마들은 몰입도가 높다. 심지어 이해할 수 없는 인물에게조차 “공감간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그 이유로 “기존의 드라마 공식을 극대화해 매회 자극의 요소를 집어넣는 것이 막장드라마의 방식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말이 되지 않지만, 자극은 시청자를 끌어당기는 가장 단순한 요인”이라고 짚었다.

윤석진 평론가는 사회적인 시각으로 접근했다. “당하기만 하는 선한 주인공을 응원하면서도 현실의 나는 손해보지 않겠다는 냉철한 인식”이 바탕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권선징악을 바라는 대중의 보편적인 심리가 작동한다. 윤 평론가는 ”막장드라마가 중년층에게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는 현실감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가져온 이야기를 단순화시켜 보여준다는 데에 있다“며 ”절대선, 절대악이라는 극과극의 대립과 갈등 구조를 형성하며 복수로 나아간다.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를 통해 권선징악이 구현되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에 대한 기대를 확인받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 ‘막드’ 소비방식 ②키치형 “‘개콘’보다 더 웃겨…어이없어서”=서울 청담동에 거주하는 20대 후반 직장인 박모(여성ㆍ아동복 디자이너) 씨는 아침드라마를 시청하며 출근준비를 한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진짜 어이없다”고 열변을 토하면서도, 드라마가 끝나기 전 집을 나서야 할 땐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출근 이후엔 자신의 SNS에 유머사이트에 올라온 ‘막장드라마’의 클립영상을 링크한다. “나만 보는 건 아니었어”라는 안도감 섞인 한 줄 평과 함께다.

실제로 SNS를 비롯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엔 막장으로 불리는 드라마들의 짧은 영상이 퍼나르기 되며 ‘유머 한 토막’으로 공유된다. 막장의 새 역사를 연 ‘주스신’(MBC 사랑했나봐)를 비롯해 남자주인공이 김치로 따귀를 맞는 장면(모두 다 김치), 주인공들이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는 독백장면 등 숱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막장드라마를 즐기는 시청층의 심리엔 키치적인 정서가 들어가 있다.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의 제왕’을 통해 막장드라마를 개그소재로 사용하며 즐기는 문화를 만들었는데, 실제 드라마에서 코미디 못지 않은 웃지 못할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억지스런 상황이 과도하게 흐르는 구성을 바라보는 데에서 특이한 즐거움이 나온다. 작품에 대한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즐거움으로, 그 안엔 조롱과 비아냥이 내포돼 있다. 주시청층과는 다른 차원의 즐김이다”고 설명했다.

윤석진 평론가는 “20~30 세대가 막장드라마를 즐기는 것은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볼 수도 있다. 아무리 스펙을 쌓아도 독립된 사회인으로 주체성을 갖기 어려운 현실에서 울분을 토할 방법이 없는데, 막장드라마의 자극적인 설정과 복수, 응징이 쓰레기배출구 역할을 하며,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다”고 봤다.

고승희ㆍ정진영 기자/s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