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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과징금 폭탄맞은 건설사의 책임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2009년 발주한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의 입찰 담합 혐의로 28개 건설사에 대해 435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역대 전체 담합사건 중 두 번째, 건설업계 담합 사건 중엔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건설업체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2002년 ‘4대강 살리기 사업’, 올해 ‘인천도시철도 2호선’, ‘대구지하철 공사’, ‘경인운하 사업’ 등 대규모 정부 발주 공공공사에서 계속 담합 판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과징금 부과가 확정되면 건설업체는 부정당업체로 지정돼 일정기간 국내 공공공사 입찰 참가가 제한된다. 해외에서도 부정한 업체로 낙인찍혀 수주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담합이 범죄라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시장 경제의 근간인 자유로운 경쟁의 법칙을 깨기 때문이다. 공공입찰의 경우 국가재정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철저히 조사해 합당하게 처벌하는 건 당연하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건설사의 부정으로만 몰고가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일단 기존 제도가 경쟁을 제한하고 있다. 정부는 여러 개의 공구를 동시에 발주하면서 수주를 1개사 1공구로 제한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호남고속철도의 경우 2009년 7월과 9월 공구 17개가 동시에 발주됐다. 대형 공사 입찰 자격이 있는 업체는 한정돼 있는데 그중 1개 업체가 1개 공구만 수주하라는 건 자유로운 경쟁을 하지 말란 것이나 똑같다.

그런데 잘 알려졌듯 공공공사 입찰에 적용되는 ‘최저가 입찰제’의 수익률은 지나치게 낮다. 채산성을 맞출 수 없어 건설사들은 여유만 있다면 웬만해선 공공 공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할 정도다.

결국 4대강 사업 등 공공공사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1개사 1공구로 수주가 제한돼 있고, 최저가 입찰제로 입찰해야 한다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자연스럽게 입찰 담합의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어떤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때는 제도가 문제인 경우가 있다. 모든 건설사가 담합으로 처벌받게 된 처지라는 건 그렇게 만든 배경이 문제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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