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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錢쟁된 전쟁…그 배후에는 항상 경제논리 있었다
美, 1·2차 세계대전 후 강대국 부상…日은 한국전쟁 덕에 막대한 富축적
베트남전 참전 한국도 비약 성장…전쟁 통해 군수산업 등 전방위 발전
세계경제 판도에도 커다란 변화…정부 재정지출 늘어 경기부양 효과도

전쟁의 이면에는 항상 경제논리가 있다. 전쟁이 대규모 소비를 유발, 생산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전쟁을 통해 군수산업은 많은 혜택을 봤고, 군수산업의 호황은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평소라면 아무리 경제가 침체상황이더라도 용인되기 어려운 정부지출 확대와 통화정책도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에서는 쉽게 용인될 수 있었다. 재정 지출 비중이 크게 늘어나면, 단기적으로는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다. 전쟁으로 인한 재정지출 증가가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일부의 인식도 여기에 근거한다.

무엇보다 대규모 전쟁은 대부분 세계경제의 판도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1,2차 세계대전으로 세계경제를 주도해 온 영국 경제는 위축되고 미국이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했다. 일본은 1894~1895년 청일전쟁을 통해 경제 대국으로 나아갈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특히 청일 전쟁의 승리로 일본이 거둔 이득 중 당시 배상금 2억3000만냥만 하더라도 1894년 일본 국가 세입의 네 배에 달하는 액수였다. 이 배상금 덕분에 일본 정부는 여러 방면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고, 민간 기업도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일본은 한국전쟁의 최대 수혜국으로 꼽힌다. 일본은 한국전쟁을 통해 많은 물자를 생산 판매해 어마마한 부을 얻게 된다. 당시 일본은 세계 5위 경제대국에 올라선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학 명예교수는 “일본은 전쟁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참전해 가장 많은 경제적 이익을 챙겼다”고 분석했다.

한국전쟁 기간 중 일본은 군사기지 역할을 했으며, 인천상륙작전에 투입된 미군 전차상륙함(LST)은 대부분 일본인 승무원에 의해 조정됐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알아차린 미국의 전후 복구자금은 대부분 일본으로 흘러들어갔다. 일본의 경제부흥에는 한국전쟁의 공이 지대했던 것이다.

미국은 19세기 내내 경제성장을 거듭한 끝에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시점에 영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산업국가가 된다. 19세기 중반 이후 국제금융의 중심지가 된 영국의 파운드가 기축통화가 됐다. 하지만 1차 대전으로 영국을 포함해 유럽 경제가 피폐해지자 전쟁특수를 누린 미국의 경제적 부상을 바탕으로 달러가 파운드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은 2차대전으로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본다. 미국은 전쟁기간중인 1941년~1945년에 연평균 11.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2차 세계대전(1939년 9월 1일∼1945년 8월 14일)이 시작됐을 때 미국은 대공황의 수렁에서 벗어나 1939년 8.1%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1940년에도 8.5% 성장했다. 군대징집으로 노동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실업률도 크게 하락했다. 1940년 14.6%에 달하던 실업률은 1944년 1.2%까지 감소했다.

송태정 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쟁과 경제(War and Economy)라는 보고서에서 “전쟁을 계기로 많은 기술이 개발되고, 이렇게 발전된 기술은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많은 기여를 한 측면이 있다”며 “1, 2차 세계대전 당시 자동차, 철강, 선박 등 군수관련 산업에 획기적인 기술혁신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일본은 패전 이후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을 거치면서 이들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철강, 자동차, 조선 강국으로 부상했으며, 1970년대 중반 이후 경제대국으로 평가받는 결정적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정부 수립 이후 한국 경제도 전쟁을 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해외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한국의 경제발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총성없는 전쟁인 ‘냉전(Cold War)’은 한국이 미국의 그늘 아래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배경이 됐다. 세계 최빈국이던 한국은 베트남 전쟁을 기반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 1970년대 말에는 ‘아시아의 용’으로 거듭났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베트남전으로 인해 한국이 얻은 각종 경제적 효과가 500조원에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전쟁은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과도한 정부지출 급증은 종전 후엔 성장둔화, 실업급등, 물가상승 등의 부작용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베트남전 이후 미국 경기가 급속히 침체한 것은 오일쇼크에 따른 영향도 컸지만 장기간 전쟁으로 인해 자원이 생산적인 부문에 투입되지 못함으로써 결국 생산성 둔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세계를 지배했던 원리는 우세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패권주의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우세한 군사력을 보유한 나라보다는 막강한 경제력을 가진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더 높은 지위를 가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국제관계는 정치군사적 관계보다는 경제 관계가 국제 관계의 주도양상”이라며 “신 냉전시대가 도래한다면 군사적 이해관계보다는 경제적인 문제가 주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훈 기자/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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