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미궁에 빠진 유병언 사인…여전히 남는 의문들
[헤럴드경제=김기훈ㆍ배두헌 기자]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인은 결국 미궁에 빠졌다. 유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타살됐는지, 자연사했는지는 확인 불가능하게 됐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죽은 자의 비밀을 풀어줄 시신도 온전히 보전되지 못한 채 훼손되고 부패됐다. 결국 수사당국이 허술한 초동수사로 ‘비밀’을 풀 수 있는 시간을 허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유 씨의 사망원인을 분석한 결과 “고도 부패로 사망원인 판명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유 씨의 시신에서 독극물이나 알코올은 검출되지 않았다.


지난 6월12일 전남 순천에서 유 씨의 변사체가 발견됐을 당시 경찰은 유 씨라는 의심을 전혀 하지 못했다. 결국 유 씨의 DNA 확인 과정은 무려 40여일이 소요됐다. 유 씨의 사인을 밝혀낼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것이다.

발견 당시에도 유 씨의 시신은 부패와 더불어 동물들에 의한 사후손괴가 일어난 상태였다. 그만큼 발견 즉시 정밀 검사를 통해 사인을 밝혀냈어야 했다.

유 씨의 사망원인이 밝힐 수 없게 되자 의혹은 되레 증폭되고 있다. 첫번째 의문은 짧은 시간 동안 시신이 급격히 부패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경찰은 “유 씨 시신 발견 당시 백골화가 80% 이상 진행된 상태”라고 했다. 경찰 추정으론 2주 남짓한 기간에 시신이 알아보기 힘들만큼 부패했단 이야기다.

이에 대해 국과수 측은 “시신의 얼굴 등이 훼손이 많이 되기는 했지만 다른 부분은 근육이 남아 있어 백골화됐다고 말할 수 없다”며 “부패가 시작되면 냄새를 좋아하는 동물들이 탐습하기 좋은 조건이다. 그로 인한 ‘사후손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 씨가 타살됐을 가능성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유 씨의 도주를 돕는 과정에서 측근 등이 유 씨를 살해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또 유 씨의 몸과 목이 분리됐다는 이야기가 돌며 의혹도 커졌다. 국과수 측은 “목에 가해진 외력이 없다”며 타살 가능성을 일축했다. 목과 몸이 분리된 것은 부패로 인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SNS 등을 통해 급속히 유포된 유 씨의 시신 사진을 볼 때 시신을 둘러싼 수풀의 모양새가 이상하다는 점도 의혹으로 남는다.

유 씨가 누운 자리 주변의 풀들은 바로 얼마전 꺾여진 듯이 깔끔하다. 유 씨의 사망 시점으로 추정되는 5월 25일부터 6월 12일 사이 낮기온 30도 안팎을 기록하는 등 한여름 날씨를 보였다. 당시의 고온다습한 환경을 미뤄봤을 때 어느 정도 풀이 자라는 것이 당연하지만 사진속 시신 주변에서 잔풀을 찾아보기 힘든 것도 의문이다.

이윤성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는 “부패하지 않은 시체도 사인을 못 밝히는 경우가 있다”며 “유 씨의 시신 상태로 볼 때 사인을 밝히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사인규명을 3일만에 못 밝히겠다고 끝낼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답할 증거가 없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여러 방법이 생길 수 있다. 앞으로 시간을 두고 여러 방법을 동원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kihu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