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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여름휴가 시작됐는데…“당신의 하늘길이 위험하다”
이번엔 알제리 여객기 추락사고
올 사망자 10년 평균比 86% 급증…분쟁지역 운항 · 노후기종 등 원인



아시아, 유럽에 이어 검은 대륙 아프리카까지….

민간항공기 사고 재앙이 전세계를 덮치고 있다. 여름휴가 시즌이 본격 시작됐지만 세계로 뻗은 하늘길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겁다.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항공기 추락사고 소식은 비행기 사고 확률(1/2만)이 자동차 사고(1/36)나 총기사고(1/325)확률 보다 낮다는 통념마저 위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알제리 여객기 추락사고까지 겹치면서 전세계 비행기 여행 안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며 “여행객들은 사전에 자신의 항공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014년은 ‘항공재앙의 해’=올해는 ‘항공 재앙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세계에서 발생한 민간항공기 사고로 지금까지 700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이중 461명은 지난 일주일새 발생했다. 올해 희생자 수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추산한 지난 5년 평균 항공기 사고 사망자(517명)보다 35% 많았다.

이는 미국 민간단체 항공안전네트워크(ASN)가 발표한 지난 10년간 평균치(376명)보다는 86% 급증한 것이다.

2014년 여객기 추락 사고의 비극은 지난 3월 말레이시아 항공기(편명MH370) 실종으로 시작됐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출발해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던 MH370기는 인도양 남부에서 사라져 239명 탑승자 전원이 행방불명됐다. 이달 17일 역시 말레이시아 항공기(MH17)는 우크라이나 분쟁지역을 지나다 미사일에 격추돼 298명이 전원 사망했다. 엿새뒤 23일에는 대만 푸싱(復興)항공 소속 GE-222 소형 항공기가 악천후 속에 비상착륙을 시도하다 4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다음날에는 아프리카 알제리 여객기가 인접국 말리에서 연락이 끊긴 뒤 추락했다. 말리 인근에서 기체 잔해가 발견됐지만 탑승한 116명의 생사는 아직 최종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최연소 세계 비행일주 도전자였던 미국인 소년 하리스 술레만(17)이 지난 22일(현지시간) 태평양에 추락해 동승한 아버지와 함께 사망하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잇단 항공기 사고 왜?=항공 사고의 원인은 악천후가 지배적이다. 기상악화 속에 무리한 이착륙을 시도하다 참사로 이어진다.

그러나 최근에는 내전과 분쟁이 하늘길을 안전 무법지대로 만들고 있다. 말레이시아 MH17기는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지역에서 격추됐고, 알제리 여객기 역시 내전을 치르고 있는 말리 상공에서 교신이 중단됐다. 알제리 여객기는 격추보다 기상악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당국은 말리가 내전 중이란 상황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무리한 항공기 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대만 소형 여객기 추락사고는 공항 이착륙에 대한 안전규칙 빗장을 풀면서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만 당국은 과거 가시거리가 1600피트 이내일 경우 공항을 잠정 폐쇄하고, 비행기 이륙을 금지했으나 이 같은 규정은 1999년 이후 공항 당국은 날씨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기장이 자체 결정하도록 하는 형태로 바꿨다. 23일 대만 여객기가 비상착륙을 시도할 당시 악천후로 가시거리는 800피트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사고다발 여객기 기종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알제리항공 여객기는 옛 맥도널 더글라스 항공이 제작한 MD-83으로, 잦은 사고로 악명이 높았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MD-80시리즈는 지난해 2월 현재까지 모두 61차례의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켰고 희생자는 1330명에 달했다.

1997년 맥도널 더글러스를 합병한 보잉은 1990년대 신형 B-737을 내놓은 뒤 1999년 MD-80시리즈 생산을 중단했지만, 현재도 MD-80시리즈는 전세계에서 480여대가 운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 안전확보 비상=비행기 추락 사고가 잇따르자 각국 항공청과 항공사는 안전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 연방항공청(FAA)와 유럽항공안전청(EASA)는 22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격화하고 있는 텔아비브 노선 운항 금지를 권고했다. 이후 금지 조치를 해제했으나 대한항공과 터키항공이 노선 중단을 연장하는 등 각국 항공사는 안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FAA는 말레이기 격추를 계기로 우크라이나와 에티오피아, 이라크, 리비아, 소말리아, 북한 등 6개국 영공의 민항기 비행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여전히 국제기구의 분쟁지역 항공로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항공기조종사협회(BALPA)는 “분쟁지역 항로를 이용하는 민항기에 대한 충분한 안전조치가 확보되지 않고 있다”며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주도아래 각국 항공안전 당국과 항공사가 참여하는 안전성평가 절차가 확립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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