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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엽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최고령 3할 · 30홈런 · 100타점 정조준


현역 선수로는 황혼을 바라보는 ‘국민타자’ 이승엽(38). 전성기 때와 같은 힘과 속도는 못 낸다고 스스럼없이 인정한다. 하지만 올시즌 그의 배트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이승엽은 지난 23~24일 사직 롯데 전에서 이틀 동안 10타수 8안타 3홈런 10타점이란 믿기 어려운 괴력 쇼를 펼쳤다. 특히 23일 마지막 타석부터 24일 1~2번째 타석까지 3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며 ‘아시아 홈런왕’ 시절의 막강 포스를 보여줬다. 팬들은 잠시 과거로 돌아가 그 때의 추억과 감동을 되살렸다.

이승엽은 다른 노장들처럼 정신적 지주, 올드팬들의 향수 대상이 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4번타자 최형우가 부상으로 빠진 공백을 넘치도록 채우며 삼성의 싹쓸이 3연승을 앞장서 견인했다. 삼성의 팀순위 1위 질주도 전 경기에 출장중인 이승엽의 공로가 적지 않다.

25일 기준 이승엽은 팀의 81경기에 모두 출전해 317타수 97안타로 타율 0.306에 22홈런 70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111경기에 출장한 지난 한해 13홈런과 69타점을 이미 뛰어넘었다.

이대로라면 타자의 능력을 판단하는 주요 척도인 3할-30홈런-100타점 동시 달성도 가능한 페이스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잔여 47경기에 모두 출전해 현재 타율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산술적으로는 34.8 홈련, 110.6 타점이 가능하다.

이승엽은 일본 프로야구 생활을 접고 한국 프로야구로 복귀한 첫해인 2012년 타율 0.307로 3할은 달성했으나 홈런이 21개로 9개 부족했고, 타점도 85개로 15개가 모자랐다.

역대 3할-30홈런-100타점은 17명의 타자가 총 26차례 달성했다. 이승엽은 풋내기 티를 벗은 데뷔 3년차인 97년을 시작으로 98년, 99년, 2002년, 그리고 일본 진출 직전연도인 2003년까지 무려 5차례나 이 기록을 달성했다. 만약 이번에 이승엽이 다시 한번 이 기록을 달성하면 2001년 롯데 외국인 타자 펠릭스 호세가 세운 만 36세 기록을 깨고 최고령 달성자가 된다.

이승엽의 기록 달성 가능성을 높은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 중 하나는 ‘빠른 슬럼프 탈출’이다. 이달 초 타격 슬럼프가 찾아왔지만 타격 폼을 미세조정하며 금새 벗어났다. 이승엽은 부진 원인이 너무 뒤로 눕힌 배트에 있을 것으로 보고 각도를 좀 세웠다. 이러자 밸런스가 잡히며 제대로 된 스윙이 돌아왔다.

애초 이승엽이 올시즌 회춘타를 선보이고 있는 비결 중 하나가 타격 전 배트의 세우는 각을 조정한 데 있었다. 90도로 곧추세운 배트는 체중을 제대로 실은 타격을 가능하게 하지만 임팩트까지의 배트 헤드의 이동거리가 늘어나게 된다. 이승엽은 전성기보다 느려진 배트 속도로는 무리라고 판단하고 이동거리가 짧아지도록 배트를 뒤로 눕혔던 것이다.

이처럼 배트 각의 미세조정만으로 맹타도 만들고 부진도 빨리 벗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시즌 하반기에 다시 슬럼프가 오더라도 최소 한 가지의 대책을 우선 적용해 볼 수 있다.

이승엽 같은 거포들의 전형적인 속성이기도 한 ‘몰아치기’가 부활했다는 점도 기록 달성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올시즌 3연타석 홈런만 두 차례 기록하는 등 연타석 홈런을 무려 네 차례나 작성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던 모습이다.

맹활약 속에서도 들뜨지 않고 있는 이승엽은 “크게 욕심은 내지 않을 것이지만 홈런 20개를 넘겼으니 더 많이 치려고 노력은 해야 할 것 같다”며 은근히 기록 경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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