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기로에 선 韓 경제, 소프트패치냐 더블딥이냐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올 2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6%로 2012년 3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민간소비가 5개 분기만에 마이너스로 고꾸라지면서 한때 회복 기대감이 고조됐던 우리 경제가 다시 기로에 서게 됐다.

내수 부진이 뚜렷하지만 수출증가세는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 경기 회복세가 일시 지연되는 소프트패치(soft patch) 현상에 그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내수부진 장기화, 환율 급락에 따른 수출 타격, 중국의 경기둔화 등 대내외 하방위험이 가시화될 경우 국내 경기가 기존의 회복 경로에서 이탈해 다시 침체 국면으로 접어드는 더블딥(double dip)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다시 ‘0%대 늪’?=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9%를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3.9% 성장해 3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2분기 성장률이 7개 분기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면서 우리 경제가 또 다시 ‘0%대 성장의 늪’에 빠지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분기 성장률은 2011년 1분기부터 작년 1분기까지 0%대에 머물렀다. 그러다 작년 2분기에 1.0%로 9분기만에 0%대에서 탈출했다. 이후 작년 3분기(1.1%)까지 1%대 흐름을 이어가다 4분기와 올 1분기 모두 0.9%로 다시 0%대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1%선에 근접해 회복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으로 봤다. 그런데 이번 2분기 수치가 저조하게 나오면서 이런 흐름에 찬물을 끼얹게 된 것이다.


▶내수 부진, 세월호 때문만은 아니다=우리 경제의 위기감은 내수 부진이 단순히 세월호 사고에 따른 소비심리 둔화 때문만은 아니라는 판단에 있다. 이번 성장률 하락을 유발한 민간소비 악화는 경기상황적 문제보다 구조적인 문제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의 내수부진은 상당히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가계소득 위축이 기업의 매출 감소를 가져오고, 매출 감소에 불안을 느낀 기업은 현금 확보와 비용 절감에 더 노력을 기울이며 이것이 다시 가계 소득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또 “지난 10여년간 한국 경제가 중화학공업 제품의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져 수출 산업에서의 성장 둔화를 소비 산업의 성장 확대로 상쇄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라고 분석했다.


▶하반기 곳곳에 ‘복병(伏兵)’=상반기에는 세월호라는 돌발변수가 있었다면 하반기에는 예정된 여러 하방리스크들이 우리 경제를 기다리고 있다. 둔화된 내수부진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락세인 원/달러, 원/엔 환율은 하반기에도 그 추세를 유지하면서 1000원선이 붕괴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우리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내수에 이어 수출 경기까지 부진을 겪을 수 있다. 또 중국 경제의 성장 회복세가 둔화되면서 대(對)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특히 당분간 민간소비의 회복세가 미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내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와 저물가의 악순환) 우려도 제기된다. 소비위축으로 가계의 잉여자금은 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비영리단체 포함)의 자금잉여 규모는 1분기 현재 25조3000억원으로 전기대비 9조7000억원 늘었다. 또 여론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비자 소비심리(5월 현재)가 세계 60개국 중 최하위권(55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일본의 ‘잃어버린 20년(1991~2011년)’의 전철을 밟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에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됐다. 서비스업의 경쟁력이 저조한 가운데 제조업 중심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성장동력 약화에도 직면하게 됐다. 또 내수성장의 제약성이 두드러지는 동시에 수출의 경기선도력도 정점에 달하는 등 수요확대의 한계에 부딪혔다는 점도 유사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취임 후 “우리 거시경제의 저성장, 저물가, 과도한 경상수지 등 불균형 현상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기간에 보여온 패턴과 유사하다”고 밝힌 바 있다.

▶韓 경제 ‘절반의 물’=우리 경제의 현 상황을 ‘절반의 물’에 비유하는 평가도 나왔다. 현 시점의 한국 경제는 보는 시각에 따라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는 부정적인 판단과 ‘아직도 절반이 남았다’는 긍정적 관측이 둘다 가능한 때이기 때문이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지난 23일 ‘두 개의 한국에 대한 이야기’ 보고서에서 “거시적으로는 개선되고 있지만 미시적으로는 도전에 직면했다”며 우리 경제를 물이 절반 가량 든 유리잔에 비유했다. 이 보고서가 가장 먼저 지적한 부분은 ‘약진하는 대기업과 고전하는 중소기업’이다. ‘재벌’로 통칭되는 소수의 대기업 실적에 힘입어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했지만, 정작 고용은 취약한 중소기업이 대부분 떠맡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한국 대기업들은 제조 기지를 인건비가 싼 국가들로 옮겨왔다”며 “이에 따라 상위 대기업들의 한국 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1980년대 연간 13%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5.6%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수출이 한국의 경제 성장을 주도하지만 무역 흑자의 증가는 전반적인 경제 활기로 이어지지 않는 점도 주목했다.

gil@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