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상하다. 미국은 자존심 상할 것이고 중국은 기뻐 펄쩍 뛸 것인데 그게 아니다. 알고 보니 중국은 손사래를 치며 WB에 이런 사실을 밝히지 말라고 상당기간 윽박지르기까지 했다고 한다. 왜? 돈내기 싫어서다.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떠안아야 할 국제적인 책무, 특히 유엔예산 등 재정부담이 엄청난 때문이다.
바야흐로 ‘G제로‘시대다. 미국과 일본에서 미국과 중국으로 지칭된 2강 G2도, 7공자 계모임인 G7도, 사교클럽 G20도 큰 의미가 없게 생겼다. 세계질서 재편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으르렁대고, 일본은 미국에 달라붙어 중국의 상투를 잡아 흔들고, 한국이 중국과 부르스를 치는 사이 북한은 보란 듯이 일본과 허니문을 즐긴다. 이른바 ‘탈-탈냉전(post-post cold war)’ 시대다.
그러고 보니 미국이 정말 미국답지 않아 보인다. 시리아 사태, 이스라엘의 보복공습, 우크라이나 내전과 반군의 말레이시아 여객기(MH17) 격추사건 등 나설 일이 태산인데 너무 태연하다. 정치자금 행사나 찾고 골프투어까지 즐기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그 대신 쏘다니다 “북한이 조용해졌다”는 둥 오발탄을 쏘아대는 존 케리 국무장관. “오바마 대통령이 ‘담대한 희망(오바마 저서)’에서 ‘번트왕(bunter-in-chief)’으로 곤두박질쳤다”며 비꼬는 23일자 외신이 눈길을 끈다.
황해창 선임기자/hchw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