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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 - 박영서> 말레이기 격추…中, 진정한 친구 될 수 있을까
올해 2월 우크라이나의 야누코비치 정권이 무너진 이후 우크라이나는 서방과 러시아가 맞부딪치는 최전선이 됐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쪽으로 기울자 러시아는 3월 흑해함대의 주둔지인 크림반도를 합병했다. 이후 러시아는 중앙정부로부터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친 러시아 세력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서방과 러시아의 대리전 성격으로 변화하면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선 전투가 끊이지 않고있다. 결국 이 곳 상공에서 말레이시아 항공기가 격추되어 탑승객 298명 전원이 사망한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서방은 경제제재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러시아 옥죄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러시아는 고립되지 않았다. ‘믿을 만한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친구가 바로 중국이다.

이번 항공기 격추 사건을 놓고도 중국은 중립을 강조하면서도 러시아를 옹호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중국 정부와 언론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피격’이나 ‘격추’ 같은 표현보다는 ‘추락’이라는 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사건 발생 당시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이었던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함께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통해 최대한 빨리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친러파 세력의 범행 가능성이 굳어지고 있는 데도 굳이 중립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중국 매체들도 비슷한 분위기다. 관영 신화통신은 사설에서 “서방국가들이 반군 소행으로 사실상 결론지은 것은 명백히 성급한 행동이다”면서 “현 시점에서 최우선시 해야할 것은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서로 협력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맞서 글로벌 힘의 균형을 맞추려는 중국의 외교전략을 이번 사태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중-러 관계는 최고의 밀월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국과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와 남중국해 영토 분쟁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은 ‘공동의 적’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사실 중-러 관계는 중-미 관계보다 훨씬 긴 3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중-러 관계는 17세기 러시아가 시베리아로 동진하면서 청나라와 접촉했을 때 시작됐다. 몽골의 지배를 받았다는 공통점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는 이후 밀월과 협력, 갈등과 대립을 반복해왔다. 지금은 ‘혼자서는 힘든’ 미국의 전략적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나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말레이 항공기 격추사건은 중-러간 공조관계를 시험대에 올릴 것이다. 만약 푸틴 대통령이 끔찍한 이번 항공기 사고의 진실을 묵살하고 더욱 강한 카드를 던진다면 국제사회의 러시아의 배척은 심화될 것이다. 이럴 경우 중국의 선택은 중요해진다. 중국이 해야할 할 일을 하지않는다면 새로운 ‘동서 암흑시대’가 개막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자국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이제 중국 스스로 강조하고 있는 ‘품격있는 대국외교’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줄 때도 됐다. 이번 항공기 격추사고에 대한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중국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박영서 베이징 특파원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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