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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 쇼핑]많이 버려야 살아남는 사회.. 일회용품의 공습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지난 1997년 북태평양 한복판에서 각종 쓰레기 더미가 뭉쳐진 ‘플라스틱 섬’이 발견됐다.

플라스틱이 전체 쓰레기의 90%를 차지하는 일명 ‘제7의 대륙’이다. 10년 후 플라스틱 섬의 크기는 한국 면적의 약 14배인 140만㎢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북태평양 뿐만 아니라 인도양과 대서양 등에 적어도 5개 이상의 ‘플라스틱 섬’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바다 생물들은 바다를 뒤덮은 플라스틱 조각들을 먹고 떼죽음을 당하거나, 유해물질을 고스란히 품고 인간에게 다시 재앙으로 돌아온다.

바다 오염의 80%는 육지, 그 위에 사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접시, 종이컵, 나무젓가락 등 쉽고 효율적인 삶을 위해 내던진 일회용품들이 땅과 바다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종이컵 사용량은 117억개. 해마다 1억개씩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 1인당 하루 평균 3개를 사용하는데, 1년치 종이컵을 만들때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13만2000톤이다. 나무 4725만 그루를 심어야 흡수할 수 있다.

▶많이 팔아야, 더 많이 버려야 살아남는다= 불과 100년 전만해도 쓰레기의 양은 지금보다 훨씬 적었다. 일회용품의 절대량이 적었을 뿐더러, 쓰레기가 돌고 도는 선순환이 원활했기 때문이다. 델라웨어대 수전 스트레서 교수는 “당시 소비자가 버린 물건을 생산자가 꾸준히 사들여 쓰레기가 적었다”고 주장한다 . 제지업자는 종이를 만들기 위해 넝마를 샀고, 고무공장 사장은 폐고무를 원재료로 구입했다. 비료업체는 먹고 버린 뼈를 가공해 제품을 만들었다. 버릴바에야 돈을 주고 팔아버리면 되는 시절이었다.

그러나 생산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자잘한 폐기물은 더 이상 가치가 없어졌다. 자원의 선순환 구조가 깨져버린 것이다.

더 많은 물건을 팔기 위한 기업의 광고와 마케팅도 한 몫을 했다. 종이컵 회사는 현대적이고 위생적인 이미지를 끊임없이 각인시켰고, 일회용 생리대를 만드는 회사들은 세균이 득실대는 헝겊 손수건의 모습을 광고에 내보냈다.

오늘날 일부 환경론자들을 중심으로 ‘리사이클’ 열풍이 불고 있지만, 자원 선순환 구조의 파괴는 비단 개인의 습관이나 실천의 문제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구조가 작동해야 살아남는 기업들의 생존 원리가 바뀌지 않는 한 리사이클 열풍은 한낱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해석이다.

▶종이컵, 하찮게 보지 마세요= 급증하는 일회용품으로 인한 폐해는 고스란히 인간의 몫이다. 더 많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 화석 연료를 사용해야 하고, 이같은 관성은 온실가스 증가,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정부간 패널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기온이 0.74℃ 높아졌고, 최근 10년간 지구온난화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 6.4℃ 지구온도가 상승하면 21세기 말 북극 빙하가 완전히 녹아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먼 미래를 예로 들지 않아도 된다. 일회용품은 보통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일회용 종이컵의 코팅제인 폴리에틸렌의 녹는 온도는 105~110℃. 튀김과 순대 등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일회용이컵에 담아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음식 속 기름 온도가 코팅제 녹는점보다 높아져 유해물질이 흘러나올 수 있다. 페트병도 통상 입구가 좁아 깨끗이 세척 건조하기가 어려워 미생물 에 오염될 수 있다. 또 열처리 공정이 없는 탄산음료나 생수병은 약 55℃ 이상의 물을 담으면 하얗게 변하거나 찌그러지는 등 변형이 일어난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플라스틱 변형시 유해물질이 검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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