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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은 여전히 노랗고…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세월호참사 100일…진도 실내체육관을 가다
자원봉사 천막은 다 사라지고…곳곳 주인없는 매트·침구류만
“걱정해 주시는 마음에 눈물이…”…경찰에 고마움 표시 의자 제공도
바다엔 못찾은 실종자 아직 10명…그들 찾을때까지 모든게 진행형


“원래 세탁차량이 3대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1대만 남았습니다.”

지난 18일 오전 진도 실내체육관 옆 텅 빈 주차장. 그곳에 있는 이동식 세탁차량은 연신 ‘윙윙’ 소리를 내며 빨래를 돌리고 있었다. 차량 안에 수염이 까칠하게 자란 김소운(52) 씨가 쪼그려 앉아 말했다.

“세탁차량이 팽목항에서 철수한 까닭에 그곳 빨래까지 이곳으로 와요. 새벽 6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세탁기를 돌렸어요. 이러다 고장나면 큰일인데….”

부산에서 자영업을 하다 자원봉사를 온 그는 요즘 교대 근무자 없이 낮이고 밤이고 빨래를 돌리고 있다. 김 씨는 “북적대던 사고 현장이 텅 비어 갈수록 가족들의 박탈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사고 초기 진도 실내체육관 주위를 빼곡하게 채웠던 자원봉사 천막은 대부분 사라진 상태다. 지금은 종교 단체에서 나온 천막 4개와 식당 천막 1개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체육관 내부의 봉사자들도 눈에 띄게 줄었고 주인 없는 매트와 침구류만이 예전 모습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여러 언론사가 신문을 쌓아놓았던 체육관 정문에도 단 1개 신문만 놓여 있다.

전남도청에 따르면 이날 기준 팽목항과 실내체육관을 합쳐 약 165명의 자원봉사자가 남아 있다. 도청 관계자는 “사고 초기 많을 때는 하루 2350명의 자원봉사자가 있었다”고 했다. 자원봉사 신청도 줄어들어 요즘 봉사 문의는 단체와 개인을 합쳐 하루 30여명 정도에 그친다. 팽목항은 수십m씩 늘어서있던 자원봉사 천막과 가족 텐트가 사라져 휑한 모습이었다. 민간에서 찾아온 자원봉사 천막은 거의 사라졌고 공무원들의 천막만이 팽목항 초입으로 자리를 옮겼다.

실종자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는 가족이 자주 찾아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긴장을 늦추지 못했던 팽목항 등대에는 겨우 1명의 소방대원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오후 5시께 열리는 정부 브리핑 때도 요즘에는 고성 한번 없이 조용하다. 해양수산부 장관과 해양경찰청장은 가족들과 이제 일상처럼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장관 주위를 서성이며 뭔가를 들으려는 기자도, 그런 기자들을 제지하며 실랑이를 벌이던 경찰도 이제 더이상 없다. 이처럼 사고 현장이 비어갈수록 실종자 가족들은 박탈감을 커지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계속 남아 있어주는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도 커지고 있다.

전 국민을 비통과 충격에 빠뜨렸던 세월호 침몰 참사가 어느 덧 사건발생 100일을 앞두고 있다. 아직도 수습되지 못한 실종자가 있는 가운데 생존자, 유가족 모두 감당키 힘든 트라우마를 안은 채 지내고 있으며, 유가족들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을 하며 특별법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사람들의 뇌리에서 세월호가 잊혀질까 하는 두려움도 존재한다. 일상은 당연히 계속돼야 한다. 다만 그 교훈은 기억돼야 한다. 단식시위가 이뤄지고 있는 광화문 분수대 인근에서 주말을 맞아 부모와 함께 나온 아이들이 동심에 젖어 물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 아이들의 안전 제일과 세월호의 과제가 읽혀진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진도체육관 내부로 들어가는 문 앞, 플라스틱 의자와 함께 A4 용지로 인쇄돼 붙어있는 글귀가 가슴을 시리게 한다.

‘저희 실종자 가족들을 밤새 지켜주시는 경찰 공무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밤새 저희를 위해 서 계시느라 얼마나 힘드신지요. 의자를 가져다 놓았습니다. 힘드실 때는 의자에 앉아 잠시 쉬시면 좋겠습니다. 저희를 걱정해주시며 밤새 순찰을 돌고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늘 걱정해주시는 마음에 눈물이 납니다.’

한 자원봉사자는 “사람도, 시설도 점점 사라지는 상황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마주치게 되면 가족들은 왠지 모를 민망함을 느끼며 미안해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오전 8시30분께 팽목항 선착장에 희생자 시신 1구가 도착했다. 거의 한 달 만의 수습이었다. 하얀 작업복을 입은 8명의 젊은 소방대원들은 94일만에 물에서 나온 희생자 앞에 도열해 묵념했다.

희생자는 하얀 천으로 덮여 구급차에 실렸고 신원확인소로 옮겨졌다. 가족들의 오열은 들려오지 않았다. 지켜보던 공무원들과 봉사자들은 무거운 침묵을 뒤로하고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아직 10명의 실종자가 바다에서 나오지 못한 세월호, 그것은 끝나지 않는 이야기이자, 현재진행형이었다.

진도=이지웅ㆍ배두헌 기자/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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