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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김한길 ‘생명 연장의 꿈?’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국회의원 300명(의석수 기준)의 공통 관심사를 꼭 하나만 집어내라면 이겁니다. 바로 ‘나의 재선’이죠. 그래도 국가와 민족을 걱정하고, 정책에 대해 고민도 하지 않겠냐구요? 당연히 합니다. 그러나 우선 순위로 따지자면 ‘나의 재선’ 보다 낮은 순위라 확언할 수 있습니다. 한국 노동인구의 절반 가량인 ‘비정규직’의 최대 관심사가 ‘재고용’이란 걸 부정키 어려운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국회의원은 ‘4년 비정규직’이죠.

장황히 ‘재선’ 얘기를 꺼낸 이유는 오는 30일 재보궐 선거의 공천 작업이 끝난 뒤 언뜻 유사한 상황이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요약하자면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공동대표의 ‘생명 연장의 꿈’ 쯤 될 것 같네요. 사상 최대규모의 재보궐선거가 끝나고 나면 당연히 ‘지도부 책임론’이 일테고, 이에 대한 책임감 덜기 차원에서 공천이 진행된 것 아니냔 해석이 가능한 여러 징후들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남의 손 선거’네요.


우선 공천 과정이 가장 뜨거웠던 서울 동작을 선거를 보시죠. 김 대표는 지난 3일 이곳에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전략공천했습니다. 깜짝 놀랄 일이죠. 기 전 부시장은 광주 광산을에 지원했던 인사입니다. 출마 지역을 바꿔 전략공천한 사례가 과거에도 있었는지 정확치는 않지만,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아직 정치권 내부에서도 여러 평가가 나옵니다. ‘신의 한 수’란 평가도, ‘잘못 낀 첫단추’란 평가도 나옵니다.

당 지도부는 기 전 부시장을 전략공천하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거론했습니다. 기 전 부시장이 박 시장과 가까운 인사고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박 시장의 영향력을 확인했으니, 그 바람을 이번 재보궐선거에서도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겁니다. 박 시장도 ‘당의 뜻’이라며 기 전 부시장의 전략공천에 공감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기 전 부시장의 ‘활용’엔 이런 저런 분석들이 나옵니다. ‘생명 연장의 꿈’ 차원에서 보자면 지도부 책임덜기 측면이 있습니다. 기 전 부시장을 통해 서울 선거를 ‘박원순의 선거’로 만들면서 지도부는 2선으로 물러나겠다는 전략이죠. 동작을 선거에 이기면 문제없겠지만, 현재로선 새누리당 나경원 전 의원의 인지도와 지지율이 기 전 부시장에 비해 높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입니다. 지게 된다면 ‘박원순의 실패’란 분석이 나올 것이란 분석이죠. 재선 후 야권의 차기 대통령 후보 1순위로 올라선 박 시장을 통해 당내 친노계 인사들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로 읽는 시각도 있습니다.

수원 선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원 대표주자는 손학규 상임고문입니다. 새정치연합은 수원 팔달(병)에 손 고문을, 수원 권선(을)에 백혜련 전 검사를, 수원 영통(정)에는 박광온 대변인을 전략공천했습니다. 수원 선거를 요약하면 ‘손학규의 선거’입니다. 경기지사를 지냈고 대통령 꿈도 가진 손 고문이 수원 3곳 선거구를 이끄는 구도의 ‘남의 손 선거’가 가동되고 있는 것이죠. 지게되면 ‘손학규의 실패’가 되는 것입니다. 손 고문도 이런 생각을 충분히 읽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이상 정치적 공백기가 길어져선 대권에서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당 지도부의 다소 무리한 요구를 수용케 만든 원인입니다. ‘거래’란 본래 양측 모두 ‘내가 이익’이란 판단이 선 다음에야 이뤄지는 것입니다.

수도권 선거를 모두 ‘남의 손’으로 치르고 김 대표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당 대표직을 내년 3월까지 끌고 갈 수 있는 동력입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최종 책임은 당 대표가 지는 것이 맞겠지만, 대리 선거를 치를 경우 지도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낮추는 효과는 거둘 수 있습니다. 벌써부터 당 지도부 내에선 ‘6곳만 이겨도 선방’이란 기대치 낮추기용 발언들도 나옵니다. 홍명보 감독이 러시아와의 경기 전에 ‘지지 않는 경기’를 주장해 무승부 결과를 낸 것과도 유사해 보이네요. 지지 않은 경기에 대해선 ‘책임지라’는 주장도 세게 내놓기 어려울 테니까요.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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