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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승희ㆍ정진영 기자의 채널고정> 교묘한 ‘셰어하우스’, 명분 실종 ‘룸메이트’, 리얼한 ‘나 혼자 산다’
올리브 ‘셰어하우스’

고승희=착한 척 하며 들쑤시기, 교묘한 제작스킬…영리했거나 못됐거나 ★☆

정진영=고민 공유는 좋은데 조금 더 불편하고 좁은 집으로 옮겼으면. ★★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

고승희=명분ㆍ스킬ㆍ재미 실종 ★

정진영=홈쉐어 문화를 보여주고 싶다더니 왜 연애질을 보여줘? ★



MBC ‘나 혼자 산다’

고승희=“싱글남은 저렇게 사는구나”…라고 믿게 만드는 능력 ★★★☆

정진영=퀴퀴한 냄새가 나도 즐겁다. 왜? 그게 실제 독거남의 삶이니까! ★★★★



단언컨대, 이 땅의 예능에 100% ‘진짜’란 없다. ‘리얼’을 표방하고 나오지만, 그 안엔 작위성이 난무한다. ‘리얼’이라 믿었더니 ‘리얼리티 쇼’라며 슬쩍 발을 뺀다. “아직 대중이 리얼과 리얼리티의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빚어지는 오해”라는 이야기도 예능PD들이 입버릇처럼 해온 말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관찰형 리얼리티 예능의 핵심은 ‘카메라를 설치하고 엿보는 것’이라는 데에 있다. 이미 2000년대 초반 해외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끌던 포맷이 국내에 뒤늦게 들어왔다”며 “국내에선 다큐형식으로 만든 ‘경찰청 사람들’로 시작해 몰래카메라, 리얼버라이어티, 리얼리티쇼의 형식으로 10년이라는 시간동안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트렌드로 자리 잡은 관찰형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덕에 시청자는 ‘엿보기’에 심취했다. 사생활이든, 생생한 육아기든, 소방관ㆍ 군인 등의 간접 직업체험은 물론 지역체험이 됐든 대중은 그들의 일상을 공유하고, 고난의 상황에 놓인 연예인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시청자는 이미 훔쳐볼 준비가 돼있다(정덕현)”는 해석이 나올 법하다. 


제작진은 ‘준비된 시청자’를 위해 프로그램 안에 수많은 밑밥을 깔아놓는다. ‘철저한 계산’이 바탕한다는 것이다. 상황을 만들고, 캐릭터를 만들어 ‘제작진의 의도’대로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준다. ‘자기검열’에 능한 연예인들은 이 판을 실컷 활용한다. 잘 하면 대박, 못 해도 쪽박은 아니다.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말이다.

‘관음증’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끌어안은 관찰형 리얼리티쇼가 ‘예능가 트렌드’라면, 프로그램은 적어도 두 가지 덕목은 갖춰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명분’과 ‘포장의 정도’다.

주거문화를 다루며 주목받고 있는 세 편의 예능 프로그램은 따지고 보면 ‘관찰형 리얼리티쇼’라는 트렌드에 발 맞춰 왔다. “‘특정한 공간(방 혹은 집)’은 카메라를 설치해놓기 좋은 장소라는 것”이 정덕현 평론가의 해석이다.

은밀한 공간 안에 설치된 최소 15대 이상의 카메라는 훔쳐보기를 즐기는 대중을 위한 안성맞춤 포맷인 셈이다. 하지만 찝찝하고 거북스럽기 그지 없다. 훔쳐보라니 보기는 하는데, 훔쳐보는 것 외엔 그 어떤 명분도 따라오지 않는다. 


‘룸메이트’(SBS ‘일요일이 좋다’)와 ‘셰어하우스’(올리브)는 한 공간을 공유하는 10여명의 스타들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가족이 되고, 폐쇄적인 가족 이기주의를 넘어 범위가 확장된 가족의 의미를 재발견한다는 점에서 ‘명분’을 갖춘 신개념 예능으로 보였다. 뚜껑을 여니 ‘룸메이트’엔 억지 러브라인이 난무하고, 연예인들은 ‘설정 놀이’에 한창이다. ‘셰어하우스’는 상처를 보듬자는 명분을 앞세워 상처를 들쑤신다. 출연자들은 내내 ‘착한 척’, ‘솔직한 척’ 하지만, 이 모든게 하나의 의도를 달성하기 위한 장치이자 리얼리티 예능에 등장한 출연자들의 이미지메이킹으로 비친다. 당연히 공동 주거문화의 새로운 개념과 의미 전달엔 실패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주거문화를 다룬 예능 프로그램이 합리적인 주거방식인 ‘홈 쉐어’의 장점을 보여준다면 교육적인 의미를 함께 가져갈 수도 있다. 한 개인이 사회성을 키워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고, 그 안에서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할 수도 있고, 생면부지의 남이 사는 데에도 장점이 있다는 다양성을 제공할 수도 있었지만, 이들 예능은 명분은 사라졌다”고 짚었다.


반면 1인가구 트렌드를 가져온 ‘나 혼자 산다’(MBC)는 혼자 사는 남자스타들의 일상을 보여주며 궁상(육중완)과 판타지(노홍철)를 적절히 오간다. 프로그램 안에 비친 캐릭터 만들기와는 별개로 이들의 일상은 시청자에게 공감과 부러움을 동시에 주며 이른바 ‘명분’과 ‘재미’ 잡기에 성공했다.

정 평론가는 “1인가구의 문화를 예능으로 가져와 혼자 사는 사람에 대한 로망과 고충을 잘 엮어줬다. 관찰카메라 안에 담긴 출연자들의 모습에선 특별한 설정이 없다. 특별한 설정이 없어도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훔쳐보는 것은 재미를 줄 수밖에 없다”며 “인위적이라는 인상이 짙지 않아, 꾸준한 시청률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고승희ㆍ정진영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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