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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김학수> 홍명보와 이영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와 관계된 인물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이는 아마도 홍명보 대표팀 감독과 이영표 해설위원이었을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뜻을 이루지 못한 패자가 된 데 반해 이영표 해설위원은 신선한 해설로 축구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조별리그에서 알제리에 참패를 당하는 등 1무 2패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예선 탈락한 한국축구 대표팀 사령탑 홍명보 감독은 30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월드컵 기간 국민 여러분께서 성원을 보내주셨는데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제가 부족해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우리 선수들은 소중한 경험을 했으며 아직 미래가 있는만큼 잘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지상파인 KBS TV에서 이번 월드컵 해설을 맡아 흥미로운 해설을 펼쳐 KBS가 MBC와 SBS를 제치고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 데 큰 몫을 담당했다. 예선 마지막 경기가 끝난 후 이영표 해설위원은 “우리가 원하는 16강에 진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 맞다.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다”라며 거침없는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알제리전은 전반전은 3대0으로 졌지만 후반전은 2대1로 이겼다”며 대표팀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해설을 맡아 철저한 분석과 신들린 예지력을 발휘한 이영표 해설위원은 한국축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 프로축구인 K리그를 적극적으로 활성화시킬 것을 역설하며 이를 위해 KBS의 K리그 6경기 중계를 보장받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박수를 받았다.

둘은 이번 월드컵 기간중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성과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의 일선 사령탑으로서 성적에 웃고 울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으며, 이영표 해설위원은 대표팀의 장단점을 철저히 해부하며 해석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예전 대표선수 선후배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역할과 임무를 부여받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연출됐다.
2002 한· 일 월드컵 4강신화의 주역으로 같이 대표선수생활을 하다가 지도자와 해설자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두 사람이 2014 브라질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게 된 것은 아마도 월드컵에 대한 사전 준비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홍명보 감독은 해외파 17명 위주로 전력을 꾸리다보니 한국 축구의 강점인 조직력을 다질 수 있는 기회를 갖기가 힘들었던 반해, 이영표 해설위원은 네덜란드, 잉글랜드, 독일, 사우디 아라비아, 캐나다 등 해외 여러 클럽팀에서의 오랜 선수생활 경험과 평소 일에 대한 강렬한 열정과 노력으로 임했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참가국 선수들의 장단점과 전술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해설에 적극 반영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사실 이영표 해설위원은 관록있는 해설과 경력을 앞세운 차범근과 미리 많은 준비를 했던 것으로 알려진 안정환, 송종국보다 열세에 놓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영표 해설위원은 이러한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뒤엎는 결과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홍명보 감독과 이영표 해설위원, 두 월드컵 신화의 주인공 사례를 통해 개인의 인생은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반전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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