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2014 월드컵] 실력도 투지도…끝났다, 속터진 월드컵
벨기에전 수적 우세에도 0-1 분패…조별예선 1무2패…참담한 성적표

박주영 등 중용 ‘실력보단 인맥’ 논란
지나친 해외파 의존도…조직력 붕괴로…홍감독 짧았던 대회 준비기간 아쉬움


수많은 국민들이 대한민국을 외쳤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은 듣지 못한 모양이다.

대표팀은 27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상파울루의 아레나 데 상파울루 경기장에서 3차전 벨기에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1-0으로 패했다. 한국 대표팀은 1무 2패의 성적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 축구 특유의 장점인 투지도 빠른 스피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아시아의 호랑이는 사라졌다. 이번 대회는 한국 축구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 대회였다.

▶‘홍명보의 아이들’, 그리고 ‘으리’ 축구=문제점은 최종엔트리 23인을 선발하는 과정에서부터 나타났다. 홍명보(45) 감독은 유명한 팀에서 뛰는 선수라도 출전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활약이 없으면 선발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그러나 원칙은 무너졌다. 소속팀에서 아무런 활약이 없는 박주영 등의 이름이 명단에 포함되자 ‘엔트으리’가 아니냐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이번 월드컵 최종 엔트리를 포함된 멤버들은 흔히 ‘홍명보의 아이들’로 불리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홍명보의 아이들’은 2년전 런던 올림픽에서 공동 3위로 한국 대표팀 최초로 메달을 획득했다. 이들 중 12명이 이번 월드컵 엔트리에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이들 중엔 소속팀에서 출전이 없거나 주전경쟁에 밀려있는 선수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실력보다는 ‘연(緣)’을 중시한 선발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과거 히딩크 감독은 오로지 실력으로만 선수를 선발했다. 학연이나 지연 등 인맥을 철저히 배제하고 실력을 최우선으로 선수들을 구성했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는 신화를 썼고 박지성과 같은 스타를 낳을 수 있었다. 어쩌면 철저한 실력위주의 선발을 위해서라도 국내 감독 보다는 ‘연’에서 자유로운 해외 감독을 선발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홍명보 감독은 ‘으리’축구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해외파보다 뛰어났던 국내파=이번 월드컵에서 해외파는 역대 최대규모인 17명이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플레이어 20명 중 단 3명만이 국내파였다. 과도한 해외파 선발이 대표팀에 독이 될 수 있다. 해외파의 경우 국가대표팀의 경기를 위해 소속팀에서 나와 긴 시간을 이동해야 한다. 훈련량이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 밖에 없다.

해외파 한두 명이 아쉽던 과거와 달리 이제 국내 축구의 수준이 상당히 향상됐다.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이근호와 김신욱의 이번 월드컵 활약이 이를 증명했다. 오히려 해외파의 활약보다 K리그 출신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이번 월드컵이었다. 해외파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팀의 조직력을 해칠 수 있다. 해외파라는 신분이 실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수많은 선수들 역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해외파 선수들에 대한 맹신보다는 뛰어난 K리그 선수들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충고가 나오고 있다.

▶파리 목숨보다 하찮은 감독 목숨=2002년 한ㆍ일 월드컵에서 4강의 신화를 이뤘던 거스 히딩크(68) 감독 이후 수많은 감독들이 대표팀 감독들 거쳐갔다. 지금의 홍명보 감독을 포함하여 무려 10명의 감독들이 한국 대표팀을 맡았다. 이 중 외국인 감독은 4명이었다. 고정적으로 대표팀을 이끌었던 감독은 없었다. 당장의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되는 감독이 대부분이었다.

러시아의 카펠로(68) 감독은 2012년 부임하여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팀을 맡기로 계약했다. 물론 이번 월드컵에서 러시아가 16강에 오르진 못했으나 긴 시간동안 팀을 완성시킬 수 있는 기간을 보장받았다.

홍명보 감독이 월드컵을 대비하여 팀을 맡기 시작한 것은 2013년 6월 24일이다. 1년 남짓한 기간동안 팀을 완성시켜야 했다. 전술적인 문제나 선수 선발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지만 팀을 완성시키기에는 부족했던 기간도 문제로 지적된다. 당장 성적에 의해 감독이 바꾸기 보다는 신중한 감독 발탁을 통해 팀을 만들 수 있는 기간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팀은 단기간에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수 많은 경험을 쌓아야 본 무대에서 빛을 볼 수 있다. 현재 홍명보의 계약은 2015년 아시안컵까지다.

한국 대표팀의 브라질 여행은 이제 끝났다.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고 손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브라질 월드컵을 끝으로 월드컵이 영영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4년 뒤 있을 월드컵에서 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드러난 문제점을 확실하게 손질해야 한다. 


손수용 기자/feelgood@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