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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선임기자의 생생e수첩> 차라리 총리를 수입하자

박근혜 대통령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거의 그로기 상태에 빠진 때문입니다. 문 후보자는 ‘과거발언’으로 여야 모두에 사퇴 종용을 받고 있습니다. 여론도 점점 더 싸늘해지는 느낌입니다. 사면초가(四面楚歌)입니다. 자진사퇴가 초읽기에 들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중앙아시아 3국을 순방중인데 21일 귀국합니다. 총리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회 요구서 결재를 미룹니다. 대통령을 수행중인 청와대 대변인의 기내 브리핑 광경이 매우 불안해 보입니다. 문 후보자는 대통령이 돌아올 때까지 청문회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합니다. 버티겠다는 질타가 쏟아집니다.

문제는 청문회입니다. 자진사퇴 쪽에 힘이 실렸지만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본인의 해명을 듣고 질의응답을 통해 잘잘못을 가리자는 겁니다. 보고 말고 할 것도 없다는 반대론자들의 자세는 민주주의 기본과 거리가 있습니다. 법에도 분명히 어긋납니다. 

<사진> 김원태 웹 작가의 작품으로 알려진 “침몰하는-청와대”라는 제목의 그림. 인사참사로 따가운 눈총을 받는 청와대를 세월호에 빗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적어도 기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게도 변화가 보입니다. 이런 뒤 총리가 된 들 제대로 일 할 있을까 말입니다. 항간엔 당차게 치고나갈 이들이 몇 몇 있었는데 하나같이 손사래를 치고 휴대폰을 꺼버렸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어느 집은 부인 쪽에서 청와대 콜에 오케이를 하면 ‘도장’ 찍을 각오를 하라는 으름장까지 내놓더라는 소문도 들립니다.

인사청문회가 생기기전에 '해피콜'이었답니다. 유선전화기 시절, 개각 때마다 화장실 가는 사이에 전화가 올까 두려워 전화 지킴이까지 뒀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전화를 놓치면 지명 리스트에서 제외되니까 말이죠. 그래서 무선전화기 개발이 힘 꽤나 쓰는 사람들의 채근으로 몇 년 앞당겨졌다는 믿거나 말거나 설(設)도 있습니다.

오늘(19일) 아침 시내버스 안, 라디오 시사프로에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김 의원은 약관 40대 초반 나이에 경남도지사에 당선돼 연임한 뒤 3선을 마다하고 2010년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총리후보로 전격 발탁됐다 결국 낙마한 인물입니다. 인·친척과 주변 지인들과의 크고 작은 편의상의 거래 까지 낱낱이 뒤져 도덕성 잣대로 몰아 부친 야당의 선전 결과입니다. 당시 한나라당이 막판에 도저히 안 되겠다며 등을 돌린 것이 결정타였습니다.

그러다 이듬해 경남 김해을 재보궐선거에 승리해 금배지를 답니다. 기적적으로 회생합니다. 그런 그가 청문회에 한소리합니다. 냉철하게 따질 것은 따지되 투트랙으로 하자는 겁니다. 신상문제는 비공식적으로, 정책수행 능력은 공개적으로 말이죠. 그리고 총리는 대통령 의 런닝메이트로 국민이 선택하자고 합니다. 믿든 곱든 국민이 뽑고 중간평가를 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입니다. 그래야 말로만 보장되는 책임총리 문제도 쑥 들어가게 됩니다.

잠시, 청문회 강국 미국의 예를 보죠. FBI까지 나서서 청문회 당사자의 신성을 털어댑니다. 심지어 동네 세탁소나 편의점까지 찾아가 그 사람에 대한 평판을 묻습니다. 술 먹고 주정은 않았는지, 시비는 없었는지, 출퇴근 엘리베이터에서 싸가지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교통위반 스티커는 몇 잘 받았는지도 말입니다. 그리고 그 자료를 놓고 커튼을 치고 다시 따집니다. 이 정도면 하고 결론이 나면 정책수행 능력에 대한 평점을 놓고 결론을 냅니다. 그래서 건진 인력들이 지금의 미국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이러다 총리감 결국 못 찾을지 모릅니다. 총리후보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김병준 국민대교수. 그 역시 아픈 과거가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정부에서 정책실장을 지내다 교육부총리로 임명된 지 18일 만에 중도하차한 케이스입니다. 제자논문표절 의혹을 끝내 걷어내지 못한 겁니다. 그 당시 억울함이 역력했지만 당시 야당(새누리당)의 집요한 공세에 결국 정치가 역겹다며 사표를 냈습니다. 사회나 국가 설계, 공공부문 혁신의 고수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 화두인 국가개조에 한 수 갖춘 인물이라는 평입니다. 정치색은 그에게 액세서리일 뿐입니다. 다시 그를 주목합니다.

지금 낙마시리즈는 청와대 책임이 가장 큽니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인사검증 총괄자입니다. 월드컵으로 따지면 본선진출 좌절 아닙니까. 여당의 책임 역시 무겁습니다. 청문회 강도도 논문의 검증 잣대로 이처럼 가파르게 세운 것이 당시 야당이었던 새누리당의 작품입니다. 김대중·노무현 두 정부 때 했던 것을 지금 고스란히 되돌려 받는 중입니다. 새정치연합도 문제가 없지 않습니다. 새정치 타이틀을 걸고 과거에 너무 집착합니다. 벼르고 벼른 흔적을 감추지 못합니다. 야당이 차기 대권을 잡으면 지금 여당은 야당이 돼 또 보복할 겁니다. 참으로 암담합니다.

잠시, 코미디 소재 같은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수입 총리’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박 대통령이 해외출장길에 총리감을 구해 전용기에 태워 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니면 외계인 총리? 영어로 그럴듯하게 말하자면 ‘아웃소싱’ 아닙니까.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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