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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 - 박영서> 텐안먼 사태는 망각이 아니라 기억이다
중국 지도부가 신경을 곤두세웠던 6·4 톈안먼(天安門)사태 25주년이 지난 주 별다른 소요없이 무사히 지나갔다. 중국 당국은 톈안먼사태 25주년을 전후해 두달 동안 거의 준전시상태를 유지했다.

톈안먼 광장 주변은 초긴장 상태였고 문제가 될만한 인터넷사이트는 봉쇄됐다. 민주화 관련 인사들도 대거 잡아들였고 외국 기자들은 ‘미묘한 문제’를 취재하지 않도록 당국으로부터 명령을 받았다.

올해 중국 당국이 철저한 봉쇄책으로 대응한 것은 톈안먼사태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습시위가 예상되는 데다 신장위구르자치족의 테러 가능성까지 우려됐기 때문이었다. 결국 톈안먼 관련 집회는 원천적으로 차단됐고 공산당 지도부는 큰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테러와의 전면전이 여전히 진행되는 상태에서 보란듯이 중국 이곳 저곳에서 폭탄사건이 터지면서 불안감은 여전한 상태다.

지난 9일 새벽 윈난(云南)성 추숑시의 주택가 근로자 아파트 4층에서 폭발이 일어나 주민 3명이 숨지고 4명이 크게 다쳤다. 현지 공안 당국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폭발물을 터뜨린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지난 8일 헤이룽장(黑龍江)성 안다(安達)시의 한 패스트푸드 체인에서도 폭발물이 터져 경찰관 3명이 다쳤다. 공안 당국은 일정한 직업이 없는 올해 34세의 용의자를 붙잡아 심문한 결과 패스트푸드점 운영자를 협박해 금품을 뜯어내려고 이번 사건을 저질렀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조직적인 테러가 아닌 금품을 노린 개인 범죄로 결론이 났지만 점포 수가 2000개가 넘는 대형 패스트푸드 가맹점에서 폭파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공포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공산당 일당 집권 하에서 축적· 확대되어온 ‘사회모순’이 터지면서 중국 사회가 흔들리고 있다. 빈부격차, 정치적 부패, 민관의 충돌, 경제성장의 한계, 민족문제, 환경오염, 금융불안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순은 극한점을 달리고 있다.

특히 농촌지역은 심상치 않다. 지방정부에 토지를 헐값에 몰수당한 농민들은 땅을 팔아 막대한 재산을 모은 당 간부들과 부동산업자들을 원망하고 있다. 농민들의 시위와 폭동은 갈수록 증가, 현재 중국 전역에서 하루 500여건이 일어난다는 소식이다.

이에따라 중국 정부는 최근 몇년간 국내 치안에 엄청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가운데 올해 치안 등 중국의 체제유지 예산은 국방 예산보다 더 많은 실정이다.

이처럼 공산당 정권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치밀하고 정교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 국민들의 불만은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일각에선 모순이 더 이상 기존 정치 틀에서는 억제할 수 없는 영역에까지 도달했다고 진단한다. 이런 현상의 근본에 있는 것은 지금까지 65년간 계속되고 있는 공산당 일당 체제다.

중국 공산당의 이데올로기는 붕괴되고 있다. 중국은 이제 통제를 통해서만 유지되는 사회가 됐다. 25년 전 톈안먼광장에서 울려퍼졌던 국민들의 요구가 이제 다시 돌아오고 있다. 톈안먼의 유산을 국복하는 최선책은 ‘망각’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기억’을 되살리는 일이다. 

 박영서 베이징 특파원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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