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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W팀, 국내선 “8강도 가능” 해외선 “16강 어려워”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고 내달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참전하는 홍명보호 대표팀의 전망에 대해 국내와 국외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국내 매스컴과 국민들은 16강은 무난하지 않겠냐는 희망 섞인 낙관론이 지배적이다. 반면 해외 도박사와 현지 매스컴은 16강도 어렵다는 일관된 평가가 지난 해 본선 조 추첨 직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전력상 소속 H조에서 벨기에, 러시아를 넘지 못한다는 냉정한 분석이다.

16강도 좋고 8강도 좋지만 객관적 전력 차는 인정하고나서 이변을 기대해야 할 것 같다. 한국은 6월18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7시 쿠이아바에서 러시아, 23일 오전 4시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알제리, 27일 오전 5시 상파울루에서 벨기에와 차례로 조별리그를 치른다.

▷국내 예상은 “한국팀 16강은 가능” 안으로 굽은 팔

국민들은 16강 진출을 낙관하고 있다. 지난 해 말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9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무려 81%가 한국의 16강 진출을 예상했다. 이들중 8강까지 가능하다고 본 이는 18%였으며, 4강은 7%나 됐다. 우승을 예상한 이도 그중 1%였다.

이 같은 결과는 일반 국민뿐 아니라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의 FC서울이 소속 선수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37명 가운데 31명이 한국의 16강 진출을 내다봤다. 한국의 최종 성적을 묻는 말에 24명이 8강, 7명이 16강을 선택했고 4강과 우승을 고른 이들도 1명씩 있었다.

K리그 클래식 인천 유나이티드의 브라질 듀오 이보(28)와 주앙파울로(26)는 자국의 우승을 전망하는 한편으로 “한국은 2014년 런던올림픽에서 뛰어난 실력을 과시하며 동메달을 따냈다. 홍 감독은 월드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보는 심지어 “한국은 4강에 오를 정도의 전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고까지 했다.

국산 축구 게임인 ‘풋볼데이’의 서비스사에서 게임 내 선수 데이터와 실제 경기 기록에서 도출한 선수들의 능력치를 기반으로 한국 대표팀이 포진된 월드컵 예선 H조의 가상 대결을 1만여회 시뮬레이션한 결과에서도 한국이 1승 1무 1패로 16강에 진출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냉정해야 할 매스컴도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다. 국내 매스컴은 16강 진출을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에서 한술 더 떠 “첫 원정 8강이 목표”라고 제시하고 있다. 홍 감독은 “8강 언급은 너무 앞서간 감이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어느새 대표팀의 목표는 8강으로 ‘강제 상향조정’ 돼 버렸다.

▷해외 스포츠도박사 및 매스컴 대부분 “한국 16강 어려워” 냉정

최근 해외 스포츠베팅 전문업체 7곳의 전망을 종합하면 한국은 우승확률에서 출전국 중 26위에 머물렀다. 16개 팀이 결선 토너먼트를 벌이는 16강에 들지 못하는 순위다. 우승 배당은 무려 평균 365배로 형성됐다. 7개 업체 중 최저 배당은 251배, 최고 배당은 501배였다. 그 만큼 우승 확률을 낮게 본 것이다. 이같은 수치는 6개월 전인 지난 해 11월 본선진출 32개국이 확정된 직후 해외 유명 베팅업체들이 매긴 각 출전국 우승 확률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스포츠베팅은 응원 팀을 위한 희망 사항이나 바람은 가급적 배제하고 철저히 돈을 딸 가능성을 보고 돈을 걸며, 그에 따라 배당도 결정된다. 이런 점에서 월드컵뿐 아니라 다른 스포츠 경기에서도 우승 확률을 논할 때 자주 참고되는 요소다.

32개국 중 우승 평균 배당이 가장 적은 나라는 브라질로 3.83배에 불과했다. 브라질에 이어 2위 아르헨티나(5.61배), 3위 독일(6.43배)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대회 우승국인 스페인은 7.21배로 4위에 올랐다.

한국과 같은 H조에 속한 벨기에는 18배로 전체 5위에 올랐다. 러시아가 88.57배(14위), 알제리가 한국보다 낮은 1358배(30위)였다. 배당률대로라면 한국은 조 3위로 16강에 진출하지 못한다.

한국 축구에 대한 해외 베팅업체들의 예측은 틀릴 때가 많았다는 건 작은 위안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은 말할 것도 없이, 홍명보호 올림픽 팀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 도박사들의 예상을 잇따라 깨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외신도 한국 대표팀에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선 국제축구연맹(FIFA)부터 조편성이 확정된 직후 H조에 대해 “두 팀의 16강 후보와 두 팀의 아웃사이더”라는 제목의 글을 홈페이지에 실어 벨기에와 러시아의 16강행을 예상했다. 5월 현재 피파랭킹은 벨기에가 12위, 러시아 18위, 알제리 25위, 한국이 55위로 한국과 다른 3팀간 순위 차가 크다.

독일 온라인 스포츠매체 슈포엑스는 벨기에가 큰 어려움 없이 16강에 진출할 것으로 분석하며 알제리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러시아와 한국은 벨기에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은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판 야후스포츠는 H조 1위 후보로 러시아를 꼽고 벨기에가 2위를 차지할 것으로 봤다. 한국이 조 3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본 점에서는 다른 외신들과 마찬가지다.

이탈리아 스포츠 전문매체 몬도 팔도네도 한국과 알제리가 ‘탈 꼴찌’를 위해 조 3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미국 CBS뉴스는 “이번 월드컵의 다크호스 중 하나인 벨기에가 H조 1위를 차지할 것”이라며 “알제리, 러시아, 한국 등 나머지 3개국도 16강 진출을 위해 끝까지 싸우면서 놀라운 일을 만들 수 있다”며 조 2위 자리가 혼전 양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심령술사, 점성술사들 예언엔 한국팀 소외

남아공 월드컵 때는 문어 ‘파울’의 경기 예측이 화제를 모았다. 파울은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결승전과 독일 대표팀의 7경기 승패를 족집게처럼 맞췄다. 파울의 8경기 예상 적중률은 100%였다. 파울은 월드컵이 끝나고 석 달 뒤 자연사했지만 이후 원숭이 오랑우탄 등 ‘점쟁이’ 동물들이 큰 대회 때마다 경쟁적으로 등장하는 기현상으로 이어졌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는 동물 대신 이름 좀 날려보려는 예언가들이 그럴싸한 예언을 내놨다. AFP와 지지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의 유명한 심령술사이자 영능력자인 마르시아 페르난데스는 지난 해 말 열린 ‘국제 영능력자 축제’에서 관람객들의 요청을 받고 우승국을 점찍었다. 그는 “독일이 반드시 우승한다”고 예언했다.

반면 같은 브라질 출신 점성술사 세레나 살가도는 “개최국 브라질이 우승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브라질은 이탈리아, 독일, 아르헨티나 등 강호와 맞붙게 되며,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 정확하지는 않다”며 한발 물러섰다.

30년 넘게 해마다 새해 전망을 해왔다는 멕시코 예언가 안토니오 바스케즈도 “브라질은 2014 월드컵 우승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홈팀의 이점이 있을 뿐 아니라 지난 5년간 최고의 국가대표팀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그럴 듯한 이유까지 댔다. 그가 지난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망을 정확히 예측한 바 있다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브라질의 축구 레전드 펠레는 우승후보로 스페인과 독일을 꼽았다. 펠레는 그가 찍은 우승후보가 부진에 빠지는 ‘펠레의 저주’로도 유명하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다른 우승 후보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안타까운 점은 이 같은 예언이나 유명인의 예측에서 한국 팀은 늘 소외된다는 것이다. 우승후보는커녕 8강 후보로도 잘 거론되지 않는다. 이런 사실이 한국 축구의 대외 위상과 관련한 불편한 진실일 수 있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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