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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푸른하늘 “‘홍대 아이유’보다 ‘홍대 공무원’이 더 즐겁지 않나요?”

  • 기사입력 2014-05-1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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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뮤지션의 이름만으로 예상할 수 있는 음악과 실제 그 뮤지션의 음악이 들어맞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뮤지션의 실체와 음악 사이의 간극이 커서 당황스러운 경우도 꽤 많다. 이 같은 괴리감은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가슴에 품고 있는 음악적 허영심에서 비롯된다. 드러나는 것이 실체를 왜곡하는 일이 잦은 현실 속에서 싱어송라이터 곽푸른하늘은 이름부터 음악, 그리고 실체까지 ‘삼위일체’를 보여주는 보기 드문 뮤지션이다.

이름(참고로 본명이다)에서 느껴지는 맑음은 음악에도 그대로 투영돼 허영심과 동떨어진 투명한 결과물을 빚어냈다. 어른인 척 하지도 유치하지도 않은 목소리와 음악은 솔직함 그 자체로 청자를 무장해제 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깊은 사색을 통해 정리된 노랫말 속에 펼쳐진 생각의 여지는 넓었다. 아는 사람들은 아는 곽푸른하늘의 ‘홍대 아이유’라는 별명이 실은 꽤 많은 실체를 가리고 있음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곽푸른하늘은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며 달콤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인디 음악계의 클리셰와 상당히 먼 곳에 홀로 놓여있었다. 정규 1집 ‘있는 듯 없는 듯’과 EP ‘밤안개’를 온라인 음원으로 공개한 곽푸른하늘을 지난 15일 서울 서교동 카페 언플러그드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남다른 학창시절이 완성한 무공해 감성=“정규 1집은 2년 전, EP는 지난해 가을에 냈는데 급하게 무언가를 바라지 않고 느긋한 성격이라 뒤늦게 두 앨범의 음원을 온라인에 공개했어요. 1집을 CD로 2000장 찍었는데 너무 많아 타일로 붙여도 되겠다고 걱정했지만 결국 공연을 통해 2년 만에 거의 다 팔았어요. 문제는 EP ‘밤안개’의 물량을 소화하는 것인데, 사진집까지 포함된 비싼 앨범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잘 안 팔리네요(웃음).”

곽푸른하늘 특유의 느긋한 성격과 깊은 감성은 남다르게 보낸 학창시절을 돌아봐야 설명할 수 있다. 어머니의 교육관에 따라 그는 초등학교 4학년 이후 대안학교로 진학해 고등학교 과정까지 마쳤다. 그가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곳은 강원도 삼척 소재 삼무곡자연예술학교로, 졸업을 위해 필요한 것은 학업성적이 아니었다.

“제가 다닌 학교는 공부 대신, 하고 싶은 것을 배우되 성과물을 만들어내야만 졸업할 수 있는 곳이었어요. 학교에서 처음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자연스럽게 곡이 하나둘씩 만들어졌어요. 1집은 그 곡들을 모아서 만든 졸업작품인 셈이에요. ‘빠져들어가’는 쏟아질 듯 가득한 삼척 하늘의 별을 보고 만든 곡이고, 제 첫 자작곡인 ‘바람만 불어’도 그곳에서 경험한 자연을 바탕으로 만들었죠. 제가 음악을 하고 싶은 지 아닌 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주변의 도움을 받아 만든 앨범이라 많은 부분이 어설프긴 하지만 말이죠. 많은 분들이 제게 집중해 신경을 써줬고, 또 제가 제 존재를 느낄 수 있게 해준 고마운 곳이에요. ‘알게 되었어’ 같은 곡은 그런 제 경험과 고마움을 고스란히 담은 곡이죠.”


곽푸른하늘은 성과물 덕분에 1년 반만에 학교를 조기 졸업할 수 있었다. 그것이 방황의 시작이었다. 그가 집으로 돌아오자 어머니는 “이제 딸을 다 키웠다”고 선언하며 대안학교 선생님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안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돌아온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남들과 다르게 살아온 삶이 불안했고,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또래 친구들은 주변에 없었다. 철저히 혼자가 된 그는 집안에 틀어박혀 1년 동안 진로를 고민했다.

“1집의 첫 번째 곡 ‘내가 있을게’는 앞으로 음악이 운명일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을 담은 곡이긴 하지만, 제가 음악을 할 만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지 더 나아가 음악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나설 수가 없었어요. 잘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확신은 없었고요. ‘그래, 나 어설프다’ 같은 곡은 그 당시의 고민을 담은 곡이죠. 주위에서 앨범을 정식으로 만들어보라고 채근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1집은 졸업작품으로 묻혀버렸을지도 몰라요. ‘나,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는 당시의 제 심정을 잘 대변해주는 곡이죠.”


▶“‘홍대 아이유’ 보다 ‘홍대 공무원’ 어때요?”= 앨범을 제작한 이후에도 상황은 여전히 막연했다. 따로 소속사도 없었기 때문에 앨범을 시중에 유통하는 방법조차 몰랐다. 당시 곽푸른하늘의 음악을 듣고 깊은 인상을 받은 김대현 영화감독이 다른 인디 뮤지션 ‘사이’의 공연 게스트 무대를 소개해줬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설 수 있는 무대가 늘어났다. 이와 더불어 곽푸른하늘의 맑은 목소리와 음악에 관심을 보이는 팬들도 함께 늘어났다. 특히 그가 지난 2012년 말 홍대 라이브 클럽 ‘쌀롱 바다비’에서 회기동단편선과 벌인 기획 공연 ‘홍대 아이유 결정전’은 그에게 ‘홍대 아이유’라는 별명을 각인시켰다.

“당시 제가 단편선을 압도적으로 이겼는데 졌다고 아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큰일이에요(웃음). 그 공연 이후 저를 ‘홍대 아이유’라고 부르는 분들이 많아졌지만, 크게 고민하진 않아요. 제가 저를 ‘홍대 아이유’라고 소개하는 일은 없으니까요. 아직도 제가 무대에 설만한 자격을 가진 뮤지션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많아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하고 싶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저를 알아봐 주고 제 음악을 사랑해주신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에요.”

‘홍대 아이유’보다는 ‘홍대 공무원’이 어떻겠느냐는 기자의 말에 곽푸른하늘은 박장대소했다. 그는 공무원처럼 홍대 공연장에서 정기적으로 늘 볼 수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만약 제가 보통의 제 또래들처럼 전형적인 교육과정을 거치고 공부를 했다면 아마도 지금쯤 공무원 공부를 하고 있었을 걸요? 가끔 남들처럼 대학에 진학해 그 나이 대에 쌓을 수 있는 경험들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흔들리고 싶진 않아요. 꾸준히 오랫동안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은 그것이 음악이었으면 좋겠어요.”


▶“더 많은 사람들 만나 많은 경험 쌓고 싶어”= 곽푸른하늘이 지난해 발매한 EP ‘밤안개’는 아이돌 그룹 앨범 이상의 내용물을 자랑한다. 특히 남장을 콘셉트로 촬영한 다양한 화보는 어설프고 귀여워서 하나하나 웃음을 자아낸다. 참고로 이 앨범은 300장 한정판으로 넘버링이 기재돼 있다. 나중에는 구입하고 싶어도 못 구한다. 서두르시라.

화보와는 달리 수록곡에는 짙은 애수가 깔려 있다. ‘가까워지는 시간’의 “가까워지는 시간보다 멀어지는 시간이 더 빠르다고 멀어지지 마”, ‘읽히지 않는 책’의 “나는 네가 쉬지 않는 공휴일. 오늘 아침 떨어트린 머리카락. 너의 창문에 말라붙은 빗방울 물자국” 같은 가사에서 느껴지는 결핍의 정서는 코믹한 화보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EP는 정규 2집을 준비하다가 방향을 바꿔서 만든 앨범이에요. 1집과는 달리 처음으로 혼자서 끝까지 원하는 방향대로 만들었어요. 다소 추상적이면서 스스로도 잘 이해할 수 없었던 1집의 가사와는 달리 EP의 가사는 뚜렷한 이야기를 가진 것도 차이점이죠. 화보와는 다른 느낌의 음악을 통해 즐거움과 슬픔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담아내고 싶었어요.”


곽푸른하늘은 다음 달 6일 카페 언플러그드에서 콘서트를 연다. 그 즈음이면 홍대 앞에서 몸집에 비해 커다란 기타를 짊어진 채 앨범을 담은 가방을 들고 부지런히 걸어 다니는 곽푸른하늘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소속사 없이 홀로 활동하다보니 다른 뮤지션들과 친분을 쌓거나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아 아쉬워요. 또래 친구들이 별로 없다 보니 인디 신에서 활동 중인 많은 뮤지션들과 만나고 싶어요. 2집도 준비 중이긴 한데, 느긋한 성격 때문에 언제 나오게 될 확답을 못 드리겠어요(웃음). 사실 저는 엑소와 샤이니 같은 아이돌 음악을 매우 좋아해요. 그런 음악들을 제 나름대로 해석하는 독특한 콘서트도 열어보고 싶어요.”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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