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젊은 명의들 20> “징후없는 복부동맥류 정기 검진 필수”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혈관외과 조진현 교수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담배피우시나요? 65세 넘으셨어요? 반드시 혈관초음파 받아야합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혈관외과 조진현(44) 교수가 만나는사람마다 혈관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물어보는 말이다.

우리 몸 속의 ‘혈관’은 단순히 막히거나 터지면 위험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나의 혈관이 건강한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위, 대장 내시경이나 피검사, 소변검사 등으로 건강검진을 많이 실시하지만 혈관 상태가 어떤지 확인하는 것도 다소 생소하다. 하지만 혈관은 한번 손상되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특히 고령층에서 ‘어느날 갑자기’ 배가 살살 아파 체한줄 알다가 참을 수없는 고통에 병원에 실려와 ‘복부대동맥류’ 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받는 환자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복부대동맥류’란 심장에서 나온 혈액을 온몸에 공급하는 가장 큰 혈관인 복부대동맥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복부대동맥류)으로 평소의 대동맥(직경 2㎝ 안팎)보다 50%(1㎝) 이상 부풀어 올라, 이 곳이 파열되면 사망 위험이 9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다. 

규칙적인 운동은 건강한 혈관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데, 특히 계단을 오를 때 뒷꿈치를 들면 더욱 좋다. 조진현 교수가 환자에게 직접 시범을 보이고있다.

조진현 교수는 “복부대동맥류의 유병률은 50세부터 급격히 증가한다”며 “60세 이상의 약 5%가 복부대동맥류를 가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한다.

복부동맥류에 ‘흡연’과 ‘음주’는 둘 다 안좋지만 담배는 백해무익이다. 복부대동맥류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인 ‘흡연’의 경우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5.5배가 높으며 남성유병율이 여성보다 4.5배 더 높다고 알려져있다.

조진현 교수는 “복부동맥류 발병을 가장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길은 65세이상인 경우 혈관초음파검사를 정기적으로 검진을 하는 것”이라며“특히 과체중에 흡연을 할 경우 반드시 혈관초음파 받을 것”을 권했다.

혈관초음파는 아직 일반인에게 생소하지만 혈관질환의 정확한 진단에 필수적인 검사로 미국에서는 복부대동맥류 파열의 위험성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높아 로컬병원에서 무료 초음파 검진을 쉽게 볼 수 있다. 조진현 교수는 혈관초음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포드대학에서 임상강사를 마치고 귀국해 국내 혈관초음파 검사의 중요성을 전파한 장본인이다.

조 교수는 “혈관 건강 상태를 미리 확인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다”며 “동맥의 압력을 측정하여 동맥폐색 유무를 확인하고 초음파 검사로 정확하게 혈관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조진현 교수는 美 혈관검사 전문가 자격시험인 공인혈관검사사(RVT)와 혈관판독인증의(RPVI)를 국내 의사 중 최초로 동시에 취득했다. 이 자격은 미국 초음파검사 인증기관인 ARDMS(The American Registry for Diagnostic Medical Sonography)가 인증하는 자격증이다. RVT자격은 혈관검사 실무 경력 및 교육 이수, 연수 평점 등 자격 요건을 갖추고 시험에 통과해야 받을 수 있으며, 비침습적 혈관 검사에 대한 국제적 자격기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복부동맥류가 무서운 이유는 평상시 별다른 징후가 없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복부대동맥은 뱃속 깊은 곳에 있는데다 주변에 통증을 전달할만한 신경들이 거의 없어 복부대동맥이 점점 얇아지고 부풀어 올라도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복부대동맥류 환자의 90% 이상이 건강검진 등을 받다가 우연히 발견한다”고 말했다.

“미국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2009년경이었어요, 강동구의 한 노인복지관에서 복부대동맥류 초음파 무료 검진을 진행했는데 이때 참여하신 66세의 남성분께서 복부대동맥이 6cm로 크게 부풀어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평소 특별한 질환 없이 건강하던 환자분께서 이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으셨지만, 혈관이 터지기전에 스텐트 삽입술을 통해 치료를 받고 이틀 후에 건강하게 퇴원하셨어요 .초음파 검사를 통한 진단이 없었다면, 언제 파열될지 모르는 복부대동맥을 안고 사는 위험한 상황이었죠”

복부동맥류가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라면 일상에서 제일 빈번히 접할 수 있는 혈관질환은 허벅지나 종아리 혈관이 튀어나오는 ‘하지정맥류’이다. 얼마 전 개최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에 첫 번째 금메달을 안겨준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 선수도 지병으로 갖고있는 하지정맥류는 백화점 판매사원 등 하루종일 서서 근무해야하는 직업을 가진 여성층에 주로 발병하는 질환으로 많이 알려져있다.

조 교수는 “하지정맥류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을 통해 증상이 회복되지만 그렇다고 가벼히 볼 질환은 아니다”라며 “경동맥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뇌졸중, 장으로 가는 혈관이 막히면 장에 괴사가 발생하고, 다리로 가는 혈관이 막혀 괴사가 발생하면 절단이 불가피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기도하기 때문에 반드시 정확한 원인을 발견해 치료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건강한 혈관을 유지하기 위한 첫번째 노력은, 흡연을 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금연을 실천하는 것이고 혈관비만을 막기위해 하루 30분정도 걷기 등 무리하지않고 꾸준한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충고한다.

“적당한 음주는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을 주기도해서 저도 적당히 즐기는 편이에요. 하지만 장기간에 걸친 과음은 심장근육을 약하게 만들어 알코올성 심근증에 걸릴 수 있고 혈액에 중성지방이 많아지면 고혈압, 심장병, 위험이 높아집니다” 고 충고한다. 또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상대적으로 혈관이 수축되어 심근경색증의 위험이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따뜻한 낮 시간 동안에는 활동량이 많아지는데 이때 무리하게 되면 동맥이 막힌 환자들은 혈액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조진현 교수는 지난해 우리나라 복부대동맥류 환자에 대한 유병률 조사 결과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시했다.유럽과 미국에서 복부대동맥류 질환의 유병률은 발표 된 적이 있지만, 한국인에 대한 유병률 조사는 조 교수의 연구가 최초이다.

조 교수는 향후 혈관초음파가 진단 영역을 넘어 치료에도 유용하다는 것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전남 곡성이 고향인 조진현 교수는 항상 웃는 얼굴과 구수한 사투리로 환자들을 편하게 대하는 것으로 환자들 사이에도 유명하다.

“아따~ 수술이 아주 잘 됐으니 걱정하지 마시랑께요. 이제 손주랑 같이 나들이도 하시고 좋은 공기 마시며 힐링하시면 되겠네요” . 조진현 교수의 회진이 끝난 방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조 교수의 구수한 사투리를 들은 환자의 얼굴에 금새 웃음꽃이 피기 때문이다.

/kt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