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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몸집 키우느라 내부 상처 치료엔 소홀
STX의 시작과 끝에는 ‘경제 위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1997년 한국 사회에 닥친 외환위기로 쌍용그룹이 휘청인 것이 STX 태동의 시작이다. 2013년 STX그룹에 닥친 위기는 조선ㆍ해운업 불황이다. 주력계열사인 조선해양과 팬오션이 무너지면서 위기는 그룹 전체를 집어 삼켰다. 전문가들은 호황기에 ‘위기 관리’에 집중했다면 그룹이 해체되는 비극은 막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인수ㆍ합병(M&A)을 통한 외형 확장은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외부여건이 급속히 변화하면서 그룹 내 변동성을 확대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부터 경기 불황의 시그널이 나타났던 만큼 대규모 투자에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분석한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2007년은 조선과 해운경기가 초호황기를 이루던 때지만 하반기부터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등 글로벌 경기 하강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규모 사업에 대한 선별적인 투자와 속도 조절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룹 차원의 현금흐름 관리가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STX는 2007년 3월 중국 다롄 조선해양기지를 착공하고 그 해 10월 세계 최대 크루즈선 건조업체인 아커야즈를 인수해 STX유럽을 설립했다. 각각 2조원이 넘는 투자가 이뤄졌다. 대규모 투자가 연이어 진행되면서 상대적으로 재무 건전성 및 내부적인 현금 확보에 소홀한 것이 갑자기 닥친 불황에 대응하지 못한 원인이라는 의미다.

수주가 급감하는 상황에 대비한 위기관리책이 필요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선 산업이 호황기였을 때는 수주가 계속 증가하며 STX조선해양의 내부 선수금으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조달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수주가 바닥을 치며 선수금 유입이 크게 줄었다. 호황기 때 유입된 선수금은 이미 회사 인수 자금으로 사용된 이후였다.

게다가 선주사들도 자금난을 겪으며 선수금 지급이 늦어지거나 헤비테일(heavytailㆍ선수금을 지급하고 선박을 인도할 때 나머지 대금을 정산하는 계약 방식) 계약을 선호하면서 자금 유입은 더욱 난항을 겪게 된다. 선박 건조에 필요한 자금마저 부족한 상황에 놓이면서 결국 차입 부담이 커지게 된 셈이다.

재무 부담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M&A에 관심을 기울였던 점도 패착 중 하나다. 최종적인 인수는 무산됐지만 대한통운, 대우건설, 대한조선, 하이닉스반도체 등의 인수전에 참여하거나 인수를 검토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견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무리한 M&A 시도는 그룹 전반의 성장 전략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시장의 경고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했다”고 말했다.

그룹 출범 때부터 ‘올인’했던 그룹 수직 계열화에 대해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또한 위기 관리의 일환이다. 선박 부품, 엔진, 조선, 해운으로 연결되는 수직계열화는 제조 과정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계열사 한 곳의 실적 부진이 그룹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맹점이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과 해운은 경기 사이클이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업종이다. 호황과 불황의 시기가 비슷하다”며 “수직 계열화와 더불어 이에 따른 부작용도 대비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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