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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학 박사가 소통 못하는…짜깁기 인문학 추방 33인 선언
지식인마을 시리즈
/장대익 외 32인 지음
/김영사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지금까지 국내에 출간된 인문학 서적은 번역물내지 짜깁기가 주류를 이뤘다. 최근 들어 인문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짐에 따라 대중인문서를 표방한 다양한 책들이 출간되고 있지만, 내용이 다소 가벼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된 김영사의 ‘지식인마을’ 시리즈는 국내 소장 학자들의 독자적인 연구 성과를 대중의 언어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기존의 인문학 총서와 궤를 달리한다. 또한 ‘지식인마을’은 인문학 고전 번역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인문학 시리즈의 뼈대를 세웠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가진다.

‘지식인마을’ 시리즈가 40권 ‘지식인마을에 가다’ 출간을 마지막으로 완간됐다.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완간을 기념하는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지식인마을’을 책임 기획한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가 참석했다.

장 교수는 “인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전공자가 어렵게 쌓은 전문지식으로 대중과 소통하지 못하고 학원에서 논술만 가르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한국사회에는 시험이라는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공부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잃어버리는 ‘문턱증후군’이 팽배해 있는 데 이를 극복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지식인마을 지도=지금까지 국내에 출간된 인문학 서적은 번역물내지 짜깁기가 주류를 이뤘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된 김영사의 ‘지식인마을’ 시리즈는 국내 소장 학자들의 독자적인 연구 성과를 대중의 언어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기존의 인문학 시리즈와 궤를 달리하며, 번역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인문학 시리즈의 뼈대를 세웠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가진다. [사진제공=김영사]

‘지식인마을’ 시리즈에 참여한 학자는 장 교수를 포함해 33인이다. 한국의 인문학적 토양을 풍성하게 만들어보자는 하나의 목적 아래 많은 학자들이 참여해 10년에 가까운 기간을 함께한 것은 국내 출판계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사례다.

장 교수는 “그동안 지식을 효율적으로 습득하는 기술에 대한 논의만 많았을 뿐, 지식을 왜 쌓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 이 같은 한국의 지식문화를 바꿔보자는 야심을 가지고 시리즈를 시작했다”며 “집필의 의뢰했을 때 거절당한 일이 거의 없었을 정도로, 많은 학자들이 취지에 공감해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서로의 사상을 선명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두 명의 지성을 짝으로 내세워 치열한 논쟁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시리즈의 이름에서도 파악할 수 있듯이 각 권에 등장하는 지성들은 가상의 마을인 ‘지식인마을’의 주민으로 설정돼 있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지성들은 다윈과 페일리, 공자와 맹자, 아인슈타인과 보어, 장자와 노자, 하이데거와 후설, 이황과 이이 등 80명에 달한다. 또한 이 시리즈는 학문의 분야와 경계를 허물고 인문ㆍ자연ㆍ사회과학의 통섭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이 과정을 통해 다양한 지식들은 씨줄과 날줄처럼 엮이고, 독자는 그 지식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지식인마을 설명회=지난 2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가 ‘지식인마을’ 시리즈 완간의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장 교수는 지난 2006년부터 ‘지식인마을’ 시리즈를 책임 기획해왔다. [사진제공=김영사]

장 교수는 “두 지성을 중심으로 지식인의 네트워크를 보여주는 방식의 지식교양 시리즈는 최초다. 지식은 한 사람의 천재가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진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며 “각 분야를 10년 이상 연구한 전문가가 대학교 1학년의 눈높이에 맞춰 집필해 학자로서의 권위와 읽는 재미를 동시에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지식인마을’ 시리즈는 당초 100명의 지성들을 50권으로 묶어 완간하는 것이 목표였다. 목표보다 축소된 40권으로 완간한 이유에 대해 장 교수는 “시리즈의 취지와 맞지 않는 저자의 원고를 반려하는 등 현실적인 이유로 10권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마지막권 ‘지식인마을에 가다’의 서문에 ‘완공’이 아닌 ‘준공’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향후 10권을 추가로 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한국 학계에 편중된 분야가 무엇인지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라며 “이 시리즈는 완성이 아니다. 다른 대형출판사에서도 이런 기획에 적극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최연순 김영사 편집이사는 “이 달 초에 열린 런던도서전에 ‘지식인마을’을 소개했는데 세계 유수의 출판사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내 고무된 상황”이라면서, “시리즈 완간에 맞춰 올 초 8주 동안 8차례 걸쳐 저자들이 대중 강연을 벌였고, 5월과 7월에도 강의가 마련될 예정”이라며 관심을 당부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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