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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침몰] “웃음 없는 등교길”…단원고 3학년 수업재개
[헤럴드경제=민상식(안산) 기자]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9일만에 경기 안산단원고등학교가 24일 수업을 재개해 학년별로 순차적으로 수업 정상화에 들어갔다. 대학입시를 앞둔 3학년이 이날 수업을 재개하고, 오는 28일부터는 1학년생들과 수학여행을 가지 않은 2학년 학생 14명이 등교한다.

후배를 잃은 3학년생들은 이날 등교길에서도 안정을 되찾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7시40분께부터 3학년 학생들이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노란 리본이 매어진 학교 정문 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의 얼굴빛은 어두웠고 친구들간 주고 받는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간간히 ‘오랜만이다. 잘지냈냐’고 친구들에게 인사하는 학생이 보였지만 웃는 학생들은 전혀 없었다. 학생들이 교문을 통과할때마다 취재진들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학생들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도망치듯 교문 안으로 들어갔다.

단원고 교사와 자원봉사자들은 “우리 아이들 지나가게 좀 비켜주세요”라고 외치며 취재진들과 차량을 제지했다.

단원고 3학년 A 군은 “오늘 공부는 안하고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한다고 들었다”며 “반 분위기는 좀 싸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은 학생들의 심리 안정과 회복 프로그램 중심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등교한 3학년생들은 1교시에 조회로 만남의 시간을 갖고, 2ㆍ3교시는 충격을 겪은 학생들의 심리를 치유하기 위한 질의응답식 교육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전문의 180여명과 심리치료 전문상담사 50여명이 참여해 ‘세월호 참사 이후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등의 일대일 상담을 했다. 마지막 4교시는 학급회의로 진행됐다.

정상적인 교과수업은 25일부터 재개된다. 1~4교시 일반 교과수업을 진행한 뒤 5~6교시에는 심리치료 상담을 받는다.

병원에서 치료 중인 2학년 학생의 수업 재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퇴원한 학생들은 집에서 심리치료상담을 받거나 퇴원하지 않는 학생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수업을 받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아직 마음을 추스르지 못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수업을 재개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피해 학생들이 학교에 모여 서로 아픔을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려대 안산병원 윤호경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같은 처지를 이해하는 친구들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하면서 아픔을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단원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임시분향소(안산 단원구 올림픽기념관)에는 밤새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져 24일 오전 8시까지 조문객 1만3700여명이 다녀갔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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