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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침몰]운항관리 중대 허점 ‘고양이에 생선 맡긴 꼴’…그러니 ‘안전’은 없었다
-여객선 단속하는 운항관리사, 여객선주 모임인 ‘해운조합’에서 월급 받아
-서해훼리호때 과적 지적되면서 운항관리자제도 시작, 20여년 지나 유명무실

[헤럴드경제=김재현(진도) 기자]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로 선박운항관리자 제도의 운영 상 중대 허점이 노출됐다.

선박운항관리자 제도는 지난 1993년 29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해훼리호 사고 이후 도입된 제도다. 이는 해운 자치구별로 운항관리자를 배치해 여객선 출항 전 과적, 과승객, 적재화물의 고정여부를 점검하는 안전관리 체계다.

도입된 이유는 서해훼리호의 사고 원인 중 하나가 과적이었기 때문이다. 정원이 221명이었던 서해훼리호는 당시 이를 훨씬 초과하는 362명을 태우고 바다로 나갔다가 침몰했다. 이 때문에 출항전에 여객선의 과적ㆍ승선인원을 점검하고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운항관리자는 한때 91명이었으나 지난 2003년에는 81명(통신사 6명 포함)으로 줄어들었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감소, 2010년에는 62명(통신사 3명 포함)까지 감소했다가 74명으로 다시 늘었다. 같은 기간 여객선 이용객이 40%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운항관리자 일인 당 업무는 10년만에 53%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는 운항관리자를 고용, 관리하는 여객선사들의 모임인 ‘해운조합’이 영업이익이 점점 줄어든다는 핑계로 운항관리자를 점점 줄여나가면서 벌어진 일이다.

특히 인천항의 업무량은 크게 늘었다. 2012년 기준 인천항의 운항관리자는 모두 7명으로 관리자 1명당 24만4416명의 승객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는 같은해 전국 평균 19만6446여명에 비해 높은 수치다.

그 결과 현장 점검을 할 수 있는 인력은 거의 사라지고 형식적인 서류검사를 통해 운항을 허가해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서해훼리호 사건이 있은지 20여년 만에 형식적인 절차만 남았을 뿐 실질적인 점검은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이같은 정황을 부추긴 배경 중에는 운항관리자에게 월급을 주고 고용하는 ‘해운조합’의 임원ㆍ대기업들이 운항관리자의 규제를 받아야 하는 ‘여객선사’라는 점도 있었다. 자신들의 인사, 예산, 업무추진 등을 잡고 있는 해운조합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운항관리자들은 점점 해운조합의 임원들인 여객선사들의 입맛에 맞게 규제를 완화해주고, 실제 현장검사보다는 서류검사만으로 출항을 허가하는 ‘도장찍는 기계’ 역할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세월호는 운항관리자들의 감독을 받는 상황에서도 과적, 적재불량 상태로 항해에 나설 수 있었던 셈이다.

점검은 더더욱 ‘형식적’으로 돼 갔고, 여객선들은 마음 놓고 과적ㆍ승선인원 조작이 가능한 상황이 이어져 세월호 사고라는 대형 참사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인천지검(최재경 검사장)은 이같은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23일 한국해운조합 본사와 해운조합 인천지부 소속 운항관리실 등 2곳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지난 2012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당시 국토해양부에 제출한 ‘연안여객운송산업 장기 발전방안 연구’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현재 체제의 장점은 운항관리자와 선사가 상호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단점은 안전을 책임지는 운항관리자가 고용된 관계로 사업자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사업자가 비용 증가 부담으로 운항관리자의 신규채용을 불허하면서 인력을 늘리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하고 대안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여객 뿐 아니라 화물에도 운항관리비용 수수료를 걷어 비용을 마련, 운항관리자를 늘리고 여객선사로부터 운항관리자들을 독립시키기 위해 운항관리 전문 조직을 별도 신설, 한국해운조합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는 해결책 등을 제안했다.

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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