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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배? 성배?’ 김기태 감독 사퇴 ‘충격'…LG 감독 잔혹사 이어지나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독배인가 성배인가.

김기태(45) 프로야구 LG 트윈스 감독이 스스로 물러났다. 시즌 개막 후 고작 18경기 만에 옷을 벗었다. 이유는 성적부진. 하지만 김기태 감독의 충격적인 사퇴를 두고 여러 말들이 무성하다.

LG는 2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를 마친 뒤 “김기태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LG는 “당분간 조계현 수석코치가 대행을 맡을 예정”이라며 “아직 김 감독의 사표를 수리하지는 않았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김 감독과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성적부진이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올랐던 지난해같은 끈끈함이 올해 LG에 없었다. 23일 삼성전 이전까지 성적은 4승1무12패. 9개 구단 중 꼴찌였다. 최근 10경기 성적은 1승 9패. 설상가상 지난 20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벤치클리어링 사태까지 벌어지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전국민이 애도 기간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야구팬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한화 정근우에게 사구를 던진 LG 투수 정찬헌은 벌금 200만원과 5경기 출장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22일 경기를 앞두고는 선수 전원이 삭발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지만 1-8로 무기력하게 졌다.


LG 감독 잔혹사가 또다시 되풀이됐다. LG는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을 때마다 프런트와 불협화음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겉으로는 성적부진으로 인한 사퇴나 경질이지만, 현장을 믿고 지원에 충실하는 프런트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인기 구단 사령탑이라는 눈부신 ‘성배’가 오래지 않아 쓰디쓴 ‘독배’로 변하는 이유다.

LG는 지난 2002년 팀을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시켰던 김성근 감독을 경질한 뒤 10년 넘게 ‘흑역사’를 보냈다. 그 사이 LG를 거쳐간 감독만 대행을 포함해 6명이다. 평균 수명이 2년이 채 안된다. 2003년 이광환 감독에 이어 2004년 이순철 감독이 취임했다. 이순철 감독은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2006 시즌 도중 양승호 감독 대행에게 물려줬다. 그해 LG는 꼴찌로 밀려났다. 2007년에는 MBC 출신이자 ‘현대 유니콘스 왕조’를 일군 김재박 감독을 영입했다. 첫해 5위로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그게 다였다. 2008년 8위로 떨어진 LG는 2009년에도 7위에 머물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재계약에 실패한 김 감독에 이어 박종훈 두산 2군 감독이 사령탑에 올랐다. 그러나 박 감독도 계약기간 5년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2년 만에 물러났고 그 바통을 김기태 2군 감독이 이어받았다.

김기태 감독은 현역시절부터 정평이 난 강한 카리스마와 ‘형님 리더십'으로 모래알같은 LG 선수단을 하나로 아울렀다. 취임 첫해부터 주축투수들의 승부조작사건, 임찬규의 물벼락 사건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지만 “감독을 탓하라”며 맨앞에 나서 고개를 숙이고 선수단을 다독이는 특유의 리더십으로 위기를 정면돌파했다. 그 결과 지난해엔 11년 만에 가을잔치에 오르며 LG 팬들에게 ’유광잠바‘를 입을 수 있는 기쁨을 안겼다. 그러나 결국 계약기간 마지막 시즌, 4월이 채 가기도 전에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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