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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침몰] ‘통곡의 바다‘에 ‘진도의 기적’ 위해 힘 보탠 자원봉사자들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진도는 ‘통곡의 바다’다.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지 엿새째. 우려는 현실로 변해가고 있다. 그토록 기다리던 생환자는 감감무소식이다. 실종자가족 1000여명이 묵고있는 진도체육관. 사고 수습이 장기화되면서 그들도 지쳐가고 있다. 가족의 죽음이란 극심한 고통에 탈진 상태다.

무거운 공기에 짓눌린 진도체육관을 노란색 물결이 휘감기 시작했다. 사고 6일째 자원봉사자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진도와 안산은 물론 서울과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밀려오고 있다. 가족이나 친구끼리 삼삼오오 오기도 한다. 기업체나 사회단체도 많다. 생업을 뒤로 미룬 사람도 있고 어린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들도 있다. 자원봉사를 자처한 사연도, 출신지역도 각양각색이다.

작은 힘을 보태고자 하는 마음은 한결같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현재 244개단체, 총 5032명이 진도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펼쳤다. 세월호 사고 이후 접수된 각종 구호물품은 식품, 수건, 이불, 의약품 등 30여개 종류에 총 20만개에 이른다. 자원봉사 규모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자원봉사자들은 진도 실내체육관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친 유족들의 몸과 마음을 살핀다. 이들은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한달음에 진도로 내려온 실종자 가족들을 조용히 돕고 있다. 매 끼니를 챙기면서 속옷조차 갈아입을 수 없던 가족들을 위해 옷가지를 나눠준다. 자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오열하는 부모의 손을 가만히 잡아주는 모습도 눈에 띈다. 충격에 잠겨 손사래만 치는 부모들에게 음식을 떠먹이기도, 실신한 노인들의 팔다리를 주무르기도 한다. 자원봉사자들은 정부당국의 손길이 닿을 수 없는 부분을 세심하게 챙기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불편을 덜어주기위해 애쓰고 있다.

자원봉사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이뤄진다. 실종자 상당수가 고교생인 점을 감안해 청소년들의 참여는 반려하고 있다. 돌아오지 못하는 자녀들을 연상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다.


세월호 참사에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아파하고 있다. 대형 참사일수록 슬픔을 나누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은 더 큰 힘을 발휘한다. 큰 재난이 터질때마다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던 것은 바로 공동체 의식이었다. 이름 밝히기를 한사코 거부한 자원봉사자 한 모(49)씨는 “남 일이 아닌 내 일이란 생각에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달려왔다”고 말했다. 진도의 기적을 위해 모두가 기도하는 마음이다.

kong@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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