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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침몰] 구조됐다 목숨 끊은 단원고 교감 눈물의 발인
[헤럴드경제=민상식(안산) 기자]여객선 침몰사고 발생 엿새째인 21일, 학생들의 실종을 자책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단원고 강모(52) 교감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이날 오전 4시30분께 안산 제일장례식장에서 치러진 발인식에는 강 교감의 유족과 제자, 동료 등 50여명이 참석해 강 교감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영정 사진을 앞세운 운구행렬이 빈소에서 나와 운구차량으로 향하자 유족들은 주위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뒤를 따랐다.

교감의 동료, 선후배 교원은 운구차 주변에 서서 강 교감의 관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발인식에 참여한 한 남성은 “강 교감의 학군사관후보생(ROTC) 동기”라며 “그는 고지식하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소신있는 친구였다. 가까운 미래에 좋은 곳에서 만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이 운구차에 실린 후 강 교감의 부인 A 씨는 조용히 땅을 응시한 채 발을 한 걸음 한 걸음 어렵게 옮겼고, 두 딸과 아들도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며 고인을 뒤따랐다.

A 씨는 “힘들지만 남편이 의롭게 갔으니까, 워낙 책임감이 있었던 분이라서 당당하게 갔으니까 그걸로 됐다”며 흐느꼈다.

강 교감의 둘째 딸 B 씨는 “남동생이 너무 힘들어 하고 있다. 나도 힘들고 아무 생각이 없다. 앞으로 버티고 살 것”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강 교감의 시신을 태운 운구차는 장례식장을 떠나 고인이 생전에 학생들과 함께 지냈던 단원고를 들렀다. 강 교감은 운구차에 실려 교내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서 수원 연화장으로 향했다.

강 교감은 사고 당일 학생들과 함께 세월호에 탑승했다 구조된 뒤 진도에서 구조현장을 지켜보다 18일 오전 진도 실내체육관 인근 야산에서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에는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에 벅차다.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달라. 내가 수학여행을 추진했다. 내 몸뚱이를 불살라 침몰 지역에 뿌려 달라.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라며 자책하는 글이 적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87년 교사로 임용돼 30년 가까이 교직에 몸담아 온 강 교감은 올해 3월 단원고로 부임했다.

한편, 이날 오전 7시, 9시, 11시 제일병원과 한사랑병원, 온누리병원에서 여객선 침몰로 희생한 학생들의 장례식이 치러질 예정이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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