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대기업 취업도 ‘한국사’가 관건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대입에서도, 취업에서도 ‘한국사’가 관건이 되고 있다. 2017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되면서 촉발된 한국사 열풍이 대기업 취업시장에까지 밀려들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 SK, GS 등 국내 대기업들이 속속 필기과목에 한국사를 신설하거나 비중을 크게 늘리면서 일부 대학가에서 ‘한국사 스터디’까지 등장할 정도다.

27일 인적성검사 SKCT를 실시하는 SK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역사 문항을 도입한다. 총 460문항 중 10문항을 한국사 부문에서 출제할 계획이다.

SK그룹이 공개한 예상문제에 따르면 역사 문항 난이도는 정규 교과과정 수준이다. 문화유산 천마도가 공개된 지역을 한국지도에서 고르는 문제가 제시됐다. SK그룹은 박혁거세 신화를 소개하고, 해당 국가에 대한 올바른 설명을 고르는 객관식 문항도 예상문제로 내놨다.

이미 지난 13일 인적성검사 SSAT를 치른 삼성그룹은 올해부터 역사 문항을 대폭 늘렸다. 부여 정림사지 5층 석탑과 익산 미륵사지 석탑이 어떤 시대와 관련이 있는지 묻는 문항이 출제됐다. 세계사 문제까지 나왔다. 인물 설명을 제시한 뒤 프랑스 나폴레옹과 러시아 표트르 대제, 스페인 펠리페 2세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해당 인물이 누군지 고르게 하는 문제도 있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부터 역사에세이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올해는 역사 에세이 3문항 중 2문항을 선택해 45분간 각각 1000자 내외로 작성하게 했다. ‘세종대왕이 과거시험에 출제했던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 구별법’이라는 문제를 21세기 자신이 받는다면 어떻게 답하겠냐’는 문제가 출제됐다. 이순신의 거북선 등 ‘공학도의 자질’와 연관 있는 역사 속 발명품을 선택한 후 그 이유를 제시하는 문제도 있었다. 단순한 역사적 지식보다는, 역사적 통찰력과 세계관을 고루 살펴 보려는 취지다. 

재계 파급력을 지닌 삼성과 현대차, SK가 역사 문항을 크게 늘리면서 다른 기업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역사적 소양을 심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GS그룹은 2008년 GS칼텍스, 지난해 GS에너지 등 일부 계열사 공채시험에 한국사 역량평가를 도입한데 이어 올해부터 GS건설, GS홈쇼핑 등 전 계열사로 확대 실시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올바른 역사인식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들이 그룹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 낸다“는 허창수 그룹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 기업 관계자는 ”굳이 필기시험에 도입하지 않아도 심층면접과 최종면접 등에서 한국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역사관을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주로 내수시장에 주력해 온 중견기업 관계자도 “해외영업이 늘고 있어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필수적”이라고 했다.

대학가에서는 이미 취업준비생 몇명이 모여서 한국사를 공부하는 스터디그룹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사 문제집을 함께 풀어내는 필기시험용 스터디 뿐만 아니라, 면접과 에세이에 대비해 특정 역사적 사건와 관련한 책을 읽고 발제한 후 토론하는 스터디도 생겨났다. 취업학원도 속속 한국사 강의를 개설하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입시학원 뿐만 아니라 취업학원에서도 한국사 강의 개설이 늘어나면서 임용고사나 사립학교 취업을 준비하던 이들이 학원가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전했다.

wor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