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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방황하는 칼날'
영화 ‘방황하는 칼날’은 소설 ‘비밀’, ‘백야행’, ‘용의자 X의 헌신’등으로 유명한 일본 미스터리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Higashino Keigo)의 원작을 영화화 한 것입니다. 이 작품은 ‘방황하는 칼날’은 우리들에게 ‘딸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에 동조하는가?’라고 묻습니다.

작품 속에서, 빗 속 귀가 길에서 납치된 여중생 수진(이수빈 분)은 성폭행 당하는 과정에 사망합니다. 아버지 상현(정재영 분)은 하나뿐인 딸의 죽음을 법으로 해결하기에는 무기력함을 느끼고 직접 딸에 대한 복수에 나섭니다. 이러한 복수를 법적으로는 자력구제라고 합니다.


자력구제란 개인이 자기의 권리를 보호하거나 실현하기 위하여 국가의 힘을 빌리지 않고 실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법이 체계화되기 이전에는 자력구제가 횡행하였지만, 사회가 발전하면서 자력구제는 원칙적으로 금지됐습니다(자력구제 금지의 원칙).

민법에 자력구제에 관한 규정은 있으나, 극히 예외적으로만 인정됩니다. 형법 역시 자력구제의 일종인 ‘자구행위’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으나, 매우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인정됩니다. 이는 각자가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서 실력행사를 하면, 사회가 혼란스럽고 불안해지기 때문입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남은 인생은 없습니다”라는 상현의 대사처럼, 아버지 입장에서 딸을 살해한 자를 법의 심판에만 맡기기에는 너무 무기력하고 분노를 억누를 길이 없을 것입니다. 딸의 복수를 위한 상현의 처절한 집념은 자식을 둔 부모라면 심적으로 동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법은 법을 알고 법의 뒤에 숨는 자들에게 방패 역할을 해주지만, 딸을 잃은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법이 준엄하지 못하고 미흡하기 그지없습니다. 상현의 복수는 심적으로 이해는 되지만, 법적으로는 모두 처벌 받습니다. 법이 정말 야속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살면서 아무 잘못도 하지 않고 살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인지 ‘죄는 미워하되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죄를 지은 것은 사람인데 죄가 무슨 죄가 있어 죄를 미워하냐’는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죄를 지은 자는 사람인데 미워해야할 것이 과연 죄일까요?

영화 제목 ‘방황하는 칼날’과 달리 칼날은 방황하지 않고 단호합니다. 방황하는 것은 단지 칼날을 조정하는 사람의 마음일 뿐입니다. 영화 ‘방황하는 칼날’은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사라져 버려, 모두가 피해자라고 외쳐대는 세상을 이야기합니다. 아니, 피해에 대해서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선거철이 다가왔습니다. 후보자들은 학이지지(學而知之 - 배워서 아는 사람)로 많이 배워 능력 있는 후보자라고 유세합니다. 우리 사회는 지도자가 생이지지(生而知之 -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사람)나 학이지지(學而知之)이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단지 책임감 있고 노력하는 곤이지지(困而知之 - 곤란함을 겪고 아는 사람) 정도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요?

한 번 발생한 사고는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책임감 있는 곤이지지 정도의 지도자를 소망해 봅니다. 정말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한 명의 생존자라도 더 구조되기를 바라며, 기성세대의 잘못에 희생당한 ‘세월호’ 학생들의 명복을 빕니다.

자문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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