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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마곡, ‘묻지마 띄우기’ 그만…미분양 우려 감지
[헤럴드경제 = 윤현종 기자] 19일, 한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마곡’을 쳐봤습니다. 신도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개발이 한창인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와 관련한 각종 기사가 뜹니다. 이날 기준으로 기사 29개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제목만 보면 이게 광고인지 기사인지 의심스럽습니다. 18∼20일 간 ‘마곡’이 들어간 기사 중 몇 개만 요약해서 골라본 제목들입니다.

‘마곡…(중략)…투자자 발길 잇따라’ㆍ‘마곡지구 최중심지 오피스텔 청약열풍’ㆍ‘마곡지구 뜬다…배후수요 두둑해 오피스텔 인기’ㆍ‘마곡XXXXX오피스텔(중략)…파격 특별분양 눈길’ㆍ‘마곡XXXXX, 입지탁월ㆍ특화설계 눈길’ 등등.

마곡 한 아파트단지 분양현장의 ‘MGM 지급방안 동의 및 협력업체 등록서’

마치 마곡의 모든 오피스텔은 지금 투자해야 하고, 아파트는 지금 청약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과연 그럴까요?

▶ ‘입지 좋아도 잘 될까 말까’ = 현재 마곡지구 업무용지 중 오피스텔 건립 가능부지는 C1ㆍC12ㆍC13ㆍC14ㆍC15ㆍC16ㆍC17블록입니다. 이 중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당장 입주해도 문제 없는 곳은 C14, C15블록입니다.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도 지근거리입니다. 일부 상업지구인 B7블록은 지하철역과 더 가깝습니다. 실제 이 블록에서 작년 하반기 공급된 한 오피스텔(559실 규모)은 분양성적이 좋았습니다.

C14∼15블록과 도로 하나를 마주한 C16, C17블록도 생활환경만 보면 투자전망이 ‘나름대로’ 좋아 보입니다. 다만 지하철역이 C14∼15블록이나 B7블록 등처럼 가깝진 않습니다. 일대 오피스텔을 공급해 본 한 분양업자는 “현재 분양하는 C16블록 T오피스텔 의 실제 분양률은 업체 측 주장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다”며 “같은 역세권이지만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입지 때문에 작년처럼 분양이 잘 될 공산은 낮다”고 귀띔했습니다.

2.26 임대차선진화 방안 발표로 소득노출을 꺼린 투자자가 결정을 망설이는 것도 한 몫 합니다. 15일 T오피스텔 현장을 찾은 한 여성 방문객은 “임대소득 노출 때문에 걱정된다”며 “생각을 더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습니다. 현장 마케팅 관계자도 이를 의식한 듯 ‘2년간 (임대소득세)과세를 유예받을 수 있는 소액투자자가 우리 단지의 주 고객층’이라며 ‘오픈 4일 간 계약률이 30%’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기자에게 “기사 쓸 때 이걸 꼭 넣어달라”며 견본주택 전화번호를 건넵니다. 광고성 기사를 써 달라는 의미입니다. 잘 되는 현장에서 굳이 이런 행태를 보일 까닭이 있을까요?

마곡지구 대로변에 걸린 오피스텔 분양 현수막

▶ “최소 3년 후, 또는 2020년까진 투자하지 마라” = 나머지 C1ㆍC12ㆍC13블록 등은 사정이 더 안 좋습니다. 이곳 오피스텔 분양업체들이 입을 모아 내세우는 ‘배후수요’도 최소 2017년은 돼야 가시화 할 것이란 게 토박이 중개업자나 분양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실제 마곡서 영업 중인 A 분양대행사 집계에 따르면 현재 입주시기가 잡힌 15개기업 중 2017년에 들어올 기업이 7곳입니다. 이 중엔 현지 업자들이 ‘대박’으로 꼽는 ‘LG세대융합 R&D허브(종사자 3만명 예상)’도 포함돼 있습니다. 나머지 9개업체의 ‘입주시기’ 란은 비어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마곡지구의 한 공인중개사가 “이곳 오피스텔은 적어도 2017년, 길게 볼 때 2020년까진 투자 안 하는 게 좋다”고 말한 데엔 다 이유가 있어보입니다.

▶ 지방선거 앞두고 일시 집중된 오피스텔 공급, ‘조직 분양’ 성행도 = 이 뿐 아닙니다. 마곡의 오피스텔 공급은 일시에 몰려있습니다. 15일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에 따르면 마곡지구 오피스텔은 작년 상ㆍ하반기 걸쳐 1744실이 공급됐습니다. 올해 분양될 물량은 상반기에만 3475실에 이릅니다.

공급이 집중된 이유를 두고 여러 해석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6.4 지방선거입니다. 선거 판세 상 서울시장의 재선이 가능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빨리 털고 나가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단 얘기입니다. 10여년 간 분양업계에 종사한 한 관계자는 “마곡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을 들인 ‘전략지역’”이라며 “시장이 바뀌면 마곡지구 사업이 어떻게 될 지 모른단 불안감으로 상반기 공급을 서두른 오피스텔 단지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합니다.

잘 안 될 분양물량을 빨리 팔려면 강력한 마케팅이 필요합니다. 현재 공급 중인 ‘허허벌판 오피스텔’ 현장 대부분에서 조직분양이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유입니다. 이는 분양영업사원을 단지 별 대거 투입하는 방식으로 ‘떼분양’이라고도 합니다. 일종의 ‘분양상담사 간 경쟁 부추기기’ 인 셈입니다. 상담사 수십ㆍ수백명을 조직해 현장에 투입한 뒤 계약성사 1건당 현금수당을 지급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제주도 수익형 호텔 현장서 근무하던 상담사 절반 정도가 마곡 오피스텔 쪽에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영업인력이 집중된 현장은 ‘잘 안 팔릴 곳’임을 입증하는 잣대로 보면 된다”고 설명합니다. 실제 한 오피스텔(2015년 입주예정) 단지엔 130여명의 ‘분양 영업조직’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아파트도 중대형은 중개업자에 ‘알선료 200만원’ 지급…“팔아야 한다” 안간힘 = 최근 아파트 공급을 시작한 마곡의 한 분양 현장엔 인근 중개업자와 연계한 마케팅 행태가 눈에 띕니다. 이 단지 브랜드 로고가 찍힌 ‘MGM지급방안 동의 및 협력업체 등록서’엔 부동산 연계수수료 지급조건 및 유의사항이 씌여 있습니다. 적용 면적은 전용 84㎡ 및 114㎡입니다. 해당 가구는 분양 물량의 83%가 넘습니다. 몇 가구 안 되는 59㎡는 빠져 있습니다.

지급되는 알선 수수료는 가구 당 200만원으로 적혀있습니다. 등록서에 쓰인 접수시기에 따르면 견본주택 개관 25일 전부터 고객을 알선할 부동산 중개업자를 모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수료 지급범위는 ‘추천된 고객이 청약하고, 정당계약 기간 내 계약한 건’으로 정한다고 기재돼 있습니다.

이와 관련,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해당단지 분양을 책임진 대행사들 대부분이 고객을 모으는 방법으로 중개업자와 계약해MGM(Members Get Membersㆍ고객유치 마케팅)수수료 책정한다”며 “200만원은 평균가격이고, 비싸게는 500만원도 준다”고 말합니다. 이 관계자는 “분양 관련업체들이 인근 중개업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기도 한다”며 “중개업자에게 저녁 한 끼 사주면서 ‘우호세력’으로 만드는 작업도 포함된다”고 털어놓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행태는 결국 미분양을 우려한 조치라는 게 업계의 해석입니다. 한 분양대행사 대표는 “(해당 단지의 경우)잘 나갈 것 같은 소형(전용59㎡)면적은 자신있게 팔 수 있으리라 본 것 같다”며 “마곡도 중대형은 미분양이 상당하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마곡 공공단지는 중소형과 대형 간 온도차가 심합니다. 인기 있는 단지의 면적대는 3개월 새 분양권 웃돈만 갑절이 된 데다 전매기간임에도 불법거래가 성행합니다. 반면 대형 면적은 분양 1년이 가까워 오지만 주인을 찾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십 수년 간 돈을 모아 내 집 한 칸 구해보려는 수요자분, 그리고 노후를 고려해 소액투자를 계획 중인 분, ‘뜬다, 잘 된다’는 기사가 많을 수록 해당지역 상황은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뜬다고 다 뜨는 게 아닙니다. 싸다고 다 저렴하지 않습니다. 미분양엔 반드시 그럴만 한 이유가 있습니다. ‘훈풍’ 이 불 수록 판단은 현명하게 하십시오. 당신의 주머니를 노리는 ‘꾼들’도 그만큼 많으니까요.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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