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한 선박의 인양 작업에 필요한 대형 설비들이 사고 현장에 도착하거나 도착 예정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이 3600t 규모 해상크레인 한 대를 투입했고 삼성중공업은 3600t, 8000t급 해상크레인 두 대를 투입했습니다. 8000t급 해상크레인은 20일 오전 도착 예정입니다. 사고 현장과 가까운 전남 영암에 위치한 현대삼호중공업은 세월호 인양작업을 위해 8만t급 플로팅도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정부의 요청이 오면 즉각 출발할 수 있도록 대기 중입니다.
해상크레인, 플로팅도크(floating dock)…생소한 용어인데요. 조선업에 종사하거나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면 사실 쉽게 들을 수 있는 용어들은 아닙니다.
해상크레인은 말 그대로 바다 위에 떠있는 크레인입니다. 조선소에서 거대한 선박 블록을 옮기는데 주로 사용되는 설비입니다. 선박은 철판을 용접해 이어 붙여 블록을 만들고, 또 블록과 블록을 조립해 선체를 만드는 방식으로 제작됩니다. 최근 컨테이너선 등이 점차 대형화가 돼가면서 블록의 크기도 점점 커지는 추세입니다.
삼성중공업의 8000t급 해상크레인 ‘삼성5호’의 모습(위). [사진=삼성중공업] |
조선소 야드에서 블록을 만들면 그 블록을 배를 만드는 도크로 옮겨야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크레인이 동원됩니다. 야드에도 900~1000t규모의 골리앗크레인이 있지만 블록 무게가 골리앗크레인이 감당할 수 있는 하중보다 무거울 경우 해상크레인이 필요합니다. 블록을 해안쪽으로 옮긴 후 해상크레인이 블록을 들어올려 도크로 이동시키는 것이죠.
국내에 있는 해상크레인 중 최대 규모는 삼성중공업이 여객선 침몰 현장에 투입한 8000t급 해상크레인 ‘삼성5호’입니다. 길이 170m, 폭 67m규모로 축구장 1.5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세월호의 무게가 약 6800t 정도라고 알려져있는데 삼성5호의 경우 스펙상으로는 세월호를 들어올리기 충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플로팅도크는 해상에서도 선박을 건조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바지선 형태의 대형 구조물을 뜻합니다. 도크를 바다 위에 띄운 상태에서 선발을 건조한 뒤 도크를 침수시켜서 배를 물에 띄우는 설비입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지원할 플로팅도크는 길이 335m, 폭 70m규모인데요. 부양능력은 8만t 정도라고 합니다.
조선소에는 드라이도크(dry dock)와 플로팅도크가 있습니다. 드라이도크는 일반적인 조선소 내 선박 건조 공간을 의미합니다. 땅을 파서 바닷물을 넣고 뺄 수 있도록 만들어져있습니다. 선박을 건조할 때는 육지 상태이고 선박을 바다로 내보낼 때는 바닷물이 유입돼 선박을 수면 위로 띄웁니다.
플로팅도크는 조선소 내 공간적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2001년 우리나라 조선소가 세계 최초로 고안한 건조기법입니다. 조선소 내 부지가 한정돼있다보니 무조건 땅을 파서 드라이도크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설령 공간을 확보해 만든다고 해도 수주가 줄게 되면 그 도크는 텅텅비게 되고 막대한 손실로 이어집니다.
플로팅도크는 바다 위에 떠있는 만큼 드라이도크보다 흔들림이 많다는 단점이 있지만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의 경우 기술력이 훌륭해 플로팅도크에서도 무리없이 선박을 건조할 수 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일감이 많은 경우에는 플로팅도크를 활용해 작업 회전율을 높이고,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블록 등 설비 적재장소로 사용도 가능해 비용절감 및 건조 과정 효율화에도 도움이 됩니다.
국내 조선사들이 국가 재난 사태 수습을 위해 자사 설비를 지원하는 것은 천안함 이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천안함 때는 대우조선해양의 해상크레인만 투입이 됐지만 이번에는 각 조선사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러한 노력들이 기적의 순간을 만들어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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