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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쿼바디스, 우크라’…우크라이나의 앞날은?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우크라이나, 어디로 가나?(Quovadis Ukraine)’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17일(현지시간) 열린 ‘제네바 4자 평화회담’이 기대 밖에 결실을 맺으면서, 우크라이나가 영토와 국가의 영속성을 유지하며 정상화의 길을 걸을수 있을 지 주목된다.

미국과 러시아, 유럽연합(EU), 우크라이나는 이번 회담에서 ‘정부군 철수, 불법적 관청ㆍ거리 점검 해제, 범국민대화 개시’ 등 긴장완화 조치에 합의했다. 우크라이나 동ㆍ서 세력이 이번 합의 초안을 무리없이 이행한다면, 우크라이나 정치 달력은 ‘5월 대통령 선거 실시→범국민 대화→개헌’ 등의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 친러 시위 장면. [사진=로이터]

▶5.25 대선이 분수령
=이번 4자 회담에서 러시아가 한발 양보한 모양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평화적 중재자’로서의 모습을 부각시켰다. 그러면서도 17일 장장 4시간에 걸친 대국민 담화를 통해 그는 모든 러시아인과 동부의 친러 시위자들이 원하는 건 ‘연방제’ ‘지방분권’이며, 이를 법으로 보장받는 것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개헌을 위한 주민투표가 먼저 일지, 5월25일 대선이 먼저일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과도정부가 동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보장과 협상을 할 수있느냐”라고 말했다. 공을 과도정부에 돌린 것이다.

동남부 분리주의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합의대로라면 정부는 시위 지역에 파견한 대테러 진압군을 철군시켜야한다. 이어 한달여 남은 대선을 준비해야한다. 합법적 선거를 치르기 위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주도로 미국, EU, 러시아가 감시단을 파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력 대권후보인 ‘초콜릿왕’ 페트로 프로셴코와 ‘오렌지공주’ 율리아 티모셴코는 사실상 대선 운동에 나선 지 오래다. 티모셴코는 지지율이 뒤쳐지지만, 과거 총리 재임 시절에 러시아와 일한 경험이 있고, 동부 도시를 직접 찾아가 “무력 사용보단 대화로 해결하자”고 중재에 나서는 등 주도권 쥐기에 주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대선 후보를 측면 지원할 것으로 전망하며, 티모셴코를 지목한 바 있다.

선두를 달리는 프로셴코는 제과회사를 경영하는 올리가리히(신흥부자) 출신으로, 대표적인 친 서방인사다. 만일 프로셴코가 당선되더라도 국가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러시아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순조롭게 대선이 치러진다면, 차기 대통령은 동남부 정치인을 아우르는 범국민 대화에 나서야한다. 하지만 이후 동남부 친러세력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대화와 협상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동부 친러세력은 ‘연방제’를 고집하고 있고, 서부 친서방 세력은 ‘연방제’는 동부를 사실상 러시아에 떼주는 것과 마찬가지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이 평행선을 달릴 수도 있다. 이 경우 장기간 정정불안이 계속되고, 최악의 경우 내전 발발의 사태로 치닫을 수 있다.

전쟁 공포에 돈을 빼기 위해 은행 자동인출기 앞에서 줄을 서 있는 키예프 주민들. [사진=AFP]

▶경제는 ‘쌍둥이 쇼크’
=러시아군이 개입하기도 전에 우크라이나 경제는 이미 ‘전시(戰時)’ 상황이다. 자국 통화 가치는 사상 최악으로 추락하고 있는 반면 물가는 치솟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키예프포스트에 따르면 흐리브냐화 가치가 사상 최저로 떨어져, 우크라이나인들은 자국 통화를 버리고 달러와 유로화를 사들이고 있다.

달러 대비 흐리브냐 가치는 올 들어 현재까지 약 50% 떨어졌다. 17일 달러 당 11.3흐리브냐로, 지난해 정부가 예상한 평균 전망치 10.5 흐리브냐보다 하락했다.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은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예금금리를 6.5%에서 9.5%로 올렸으며, 민간은행 14개에 대해 은행간 외환거래를 금지시켰다.

인플레는 시작됐다. 버스 요금, 식료품가와 식당과 약국에서도 가격이 오름새다. 작년 우크라이나 정부는 올해 물가상승률이 12~14%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수출기업은 이런 상황에서도 콧노래가 나올 판이다. 자국 통화가 약세면 수출 수입인 늘게 된다. 실제 우크라이나 철강회사 메틴베스트는 흐리브냐화 10% 평가 절하 시 2억5000만~3억달러의 수입 증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금융 불안 해소는 가능할까. 이는 전적으로 외부 수혈에 달려있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180억달러를 제공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중기 차관 13억8000만달러를 일단 제공하고, 추가로 8억4800만달러를 더 지원할 계획이며, 미국은 10억달러를 긴급자금으로 대기로했다. 세계은행은 다음달 7억5000만달러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모두 합산해도 과도정부가 필요하다고 밝힌 ‘향후 2년간 270억달러’에는 미치지 못한다.

우크라이나 투자회사인 캐피털우크라이나의 발레리아 곤테리요바 회장은 “정치와 경제 상황이 안정되면, 흐리브냐는 1달러에 9.8~10.7로 강세로 전환될 것”이며 “흐리브냐가 안정되면 외환 통화 대량 매도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비관적 전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스탠다드뱅크의 티모시 애쉬 신흥시장연구소장은 “동부사태가 완화되고, IMF 자금이 들어와도 흐리브냐 가치가 정부 전망치인 달러 당 10.5흐리브냐를 회복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흐리브냐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마지노선으로 달러 당 15흐리브냐를 제시했다. 러시아가 군사 개입에 나서지 않고 내전으로 확대되지 않을 경우 올해 연말에는 달러 당 11~12흐리브냐선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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