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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대형 사고, 리더가 ‘삶’과 ‘죽음’을 갈랐다
전세계 각종 사고 원인과 인류에 준 교훈
2006년 이집트 여객선 1000명 참변
선장·승무원 안일한 대응 피해 키워
타이타닉호 침몰은 ‘1弗 볼트’ 때문에

2009년 허드슨강 불시착 여객기
기장, 전원 구조뒤 마지막으로 탈출

작은 이상 징후도 세밀하게 살피고
사고상황 가정한 충분한 사전훈련 필요

높게 솟구치는 파도 속에는 늘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식량과 자원을 선사하던 검은 바다는 예로부터 선원과 승객들을 끝없이 삼켜왔다. 

2006년 이집트 여객선 참사는 우리 ‘세월호’ 사건과 상당히 닮아있다. 선장과 승무원들의 안일한 대응이 사고의 피해를 키운 것이다. 당시 배에서 불이 났는데도 승무원들은 진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약 3시간을 그대로 항해했다. 구명조치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배 위로 나가겠다는 승객들을 막고 문을 걸어 잠궜다. 배가 침몰하면서 구명보트에 제일 먼저 오른 사람도 선장이었다. 전체 탑승객의 3분의2인 1000여명은 바다 한가운데서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천재(天災)든 인재(人災)든 크고 작은 대형참사는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 그러나 리더십과 대응체계, 사전대비 여부에 따라 수천명이 허망하게 목숨을 잃기도, 기적처럼 생을 이어가기도 한다.사진은 타이타닉호(위),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여객기. [사진=위키피디아]

1994년 발트 해에서 침몰한 에스토니아호 침몰사고도 대표적인 ‘인재(人災)’다. 쿵 하는 소리가 들리고 15분 후 배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기울었고, 한 시간이 채 안 돼 수많은 승객들이 객실에 갇힌 채 침몰했다. 선장은 침몰이 확실해 진 후에야 비로소 경고방송을 내보냈다. 당시 생존자의 3분의1이 승무원이었고, 12세 미만 어린이는 전부 사망했다.

반면 극한 상황 속에서도 리더의 뛰어난 판단력은 다른 이들의 목숨을 살리기도 한다.

2010년 10월 칠레 광산붕괴 사고에서 33명의 광원은 69일간 지하에 갇혀 있었다. 당시 작업반장인 루이스 우르수아씨는 장시간 매몰 상황에서도 엄격한 원칙과 규율에 근거해 광부들을 통제했다. 48시간마다 과자 반 조각, 참치통조림 두 숟가락, 우유 반 컵을 배급했고, 간호사 출신 광부가 매일 다른 광부들의 건강을 체크했다. 루이스씨는 모든 광부들이 땅 위로 올라간 후 가장 마지막에 구조 밧줄을 잡았다. 


2009년 미국 허드슨강에 불시착해서 승객 10명과 승무원 5명을 구한 여객기도 그런 경우다. ‘허드슨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당시 여객기 양쪽 엔진이 새 떼와 충돌해 모두 멈추면서 시작됐다.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은 상황이 여의치 않자 초고층 빌딩이 들어선 맨해튼을 우회한 후 급격하게 좌회전 해 허드슨강에 착륙했다. 정확한 활강 각도로 손상을 거의 입지 않고 착륙한 비행기 속에서 승객과 승무원은 1시간 뒤 전원 구조됐다. 기장은 구조가 일단락된 후에도 객실을 두 번이나 오고간 후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빠져나왔다. 기장은 “(여객)회사에서 내린 지침대로 행동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형 참사 사건에서 정확한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장이나 선장의 인격이나 리더십에 기대기보다, 정확한 대응체계에 따라 행동하고, 사전에 충분히 이를 훈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정해진 대응체계를 얼마나 정확히 지키는지에 따라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고,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대응체계와 준법정신이 해이해져 큰 참사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아주 사소한 차이에서 사고의 규모가 결정되기도 한다.

1503명의 사상자를 낸 타이타닉호의 잔해를 분석한 결과 침몰의 기술적 원인은 설치 조립시에 사용된 볼트와 리벳조인트의 불량으로 밝혀졌다. 1달러짜리 이 조그만 부품이 대형 인명사고를 불러왔고, 선장의 자만과 방침이 그 규모를 키운 것이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 참사와 같은 치명적 결과가 나오기 전, 29개의 작은 실패와 300여 가지의 이상 징후를 보인다는 ‘하인리히 법칙’에 주목했다. 그는 “타이타닉호가 침몰하기까지 300여 가지의 작은 이상 징후가 있었다. 이런 실패 징후를 미리 포착했다면 대형 참사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선 실패의 교훈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는 지혜도 필요하다. 국내외 대형 참사에서 안전 불감증과 대응체계 부족이 매번 지적되는데도 부르르 끓어오르던 위기의식은 채 몇 년도 안 돼 차갑게 식고 만다.

헨리 페트로스키는 저서 ‘종이 한 장의 차이’에서 ‘실패의 30년 주기설’을 제시했다. 1847년 영국 체스터에서 건설 중이던 대형교량이 무너진 후 1879년 스코틀랜드 테이강 다리 붕괴로 74명이 또 사망했다. 한 세대 엔지니어가 다음 세대와 교대하는 시간을 약 30년으로 보고, 세대 간 실패의 노하우가 단절되면서 이런 재앙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헨리 페트로스키는 이런 실패의 교훈에 귀 기울이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윤희ㆍ신동윤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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