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세월호 침몰 사고] 고대안산병원, 절망 버터내는 학생들…“나쁜 생각 안 하려 애써”
[헤럴드경제=이지웅(안산) 기자]지난 17일 오후 경기 안산 고대병원. 여객선에서 구조돼 현재 이 병원에 입원 중인 60여명 학생들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도 “나쁜 생각은 안 하려고 한다. 꼭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이날 TV 뉴스 속보로 사망자 소식이 전해지자 “아 듣기 싫어. 또 눈물 나올 것 같아”라며 귀를 양 손으로 막고 울먹이는 학생도 있었지만, 이날 저녁 방과 후 병문안을 온 타 학교 친구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한 생존자 학생은 병문안을 온 친구들과 후배들이 자신을 부둥켜 안고 연신 울먹이자 이들을 오히려 보듬으면서 “난 괜찮다”라며 덤덤하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 밤에 만난 생존자 학생 김(17) 군의 어머니는 “아들은 선실에 남아있는 친구들이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며 “나쁜 생각을 하지 않고 차분하게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김 군은 여객선 침몰 당시 선실이 아닌 외부의 갑판 쪽으로 나와 있었기 때문에 화를 면했다고 어머니는 전했다. 김 군은 여객선이 기울기 시작할 무렵 친구들과 함께 구명조끼를 나눠 입었고, 바다에 뛰어내려 출동한 해경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됐다.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생존 학생들 대부분은 보조 스탠드에 의지해 걸어다닐 수 있는 상태다. 간혹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한 채 휠체어로 이동하는 학생도 있고, 코가 부러져 부은 얼굴을 한 학생도 찾아볼 수 있었다.

생존한 2학년 선배의 병문안을 왔다는 단원고 1학년 여학생은 “다른 선배들도 당연히 살아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같이 온 1학년 남학생은 “선배들이 잘 버티고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자신을 안산 시민이라고 소개한 50대 남성은 이날 병원 앞에선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보험금 줄 생각하지 말고 잠수부들 동원해서 생존자 발견 시 5억원의 보상금을 주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며 조속한 구조작업을 촉구했다.


한 학부모는 “병동 안 환자복을 입은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간간히 웃기도 하고 다행이라는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많다”며 “아이들끼리 서로 이야기하는 게 심리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아직 구조되지 않은 학생들은 어떻게 하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늦은 밤이 되자 병문안 온 친구들이 줄면서 병원은 좀 더 차분해졌다. 밤 11시쯤 한 학생은 “잠이 안 온다”며 복도를 계속 걷기도 했다.

병원 측은 이날 아침 9시부터 생존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심리 검사를 늦은 저녁까지 계속 실시했다. 병원 관계자는 “이 결과를 보고 학생들의 심리치료를 어떻게 진행할지 판단하게 된다”고 했다.

18일 오전 9시 현재 안산 고대병원에는 숨진 단원고 학생 3명이 안치돼 있다. 9시30분에는 단원고 2학년 학생 사망자 황민우, 장진형 군이 추가로 안치됐다.

plat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