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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대응 매뉴얼은 있었는데…선장 탈출용이었다
사고 발생사실 알려야 하는데
선체 기운이후 20여분지나 통보

구명조끼 입고 퇴실준비 알렸지만
선장은 방안에서 대기하라 주문

승객 탈출안내 매뉴얼과 정반대
선장 · 승무원 첫 구조선으로 탈출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청해진해운 소속 ‘세월호’와 관련해 사고 직후 선원들의 선내 대처 미흡이 지적되는 가운데, 이미 선박 침몰시 선원과 국민들의 행동요령을 담은 매뉴얼은 완성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선장이 먼저 탈출하면서 매뉴얼에 담긴 내용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일이 진행됐다. ‘사람이 문제’인 전형적인 인재였던 것이다.

특히 선원들의 말을 듣지 않고 매뉴얼처럼 행동한 사람들은 다수가 살아남았다는 점에서 매뉴얼대로 일이 진행됐으면 더욱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따라 선장 등 먼저 배를 탈출한 선원들에 대한 책임론이 한층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18일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행정안전부의 2011년 연구용역과제 ‘비상시 행동요령 콘텐츠 개선 및 보완’(책임 연구자 박창희 국방대학교 교수)에는 ‘선박(여객선 포함) 침몰시 행동요령’을 다루고 있다.

중앙 119 구조단 홈페이지의 ‘국민재난대응행동요령’을 인용한 이 매뉴얼에 따르면 선박 침몰 초기상황에서 선박사고가 발생하면 큰 소리로 외치거나 비상벨을 눌러 사고 발생사실을 알리라고 돼 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가 공개한 제주교통관제센터(VTS)와 세월호의 교신을 보면 세월호는 이미 지난 16일 오전 8시 35분여께 선체가 기울기 시작했지만 20여분 지난 8시55분에나 이 사실을 제주VTS에 통보했다.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가던 6,825t급 청해진 소속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해 뱃머리만 남긴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5분이 지난 뒤 제주 VTS는 “인명들(사람들) 구명조끼 착용하시고 퇴선할지 모르니 준비해주세요”라고 알렸지만 이 선장은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고 방 안에서 기다릴 것을 주문한 것이 다 였다. 결국 배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귀중한 초기 30여분의 ‘골든타임’ 동안 배가 사고가 났다는 사실도 제대로 전달 못받은 것이다.

매뉴얼에 따르면 이후 탑승객들은 선박 내 직원들의 지시에 따라 질서를 유지하면서 침착하게 출입문을 통해 선박 외부로 탈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세월호 선장은 사람들에게 ‘안전한 실내에서 기다리라’고 안내했다. 이 역시 매뉴얼에 나온 내용과는 정반대다.

이 와중에 선장은 조타실 안에 있던 승무원들의 구명정을 투하하려는 시도도 실패하자 1등 항해사에게 퇴선명령을 내렸으며, 첫 구조선을 타고 선체를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직원들은 사람들의 탈출을 안내하라는 매뉴얼의 지침과 정반대다. 또 ‘선장은 화물을 싣거나 여객이 타기 시작할 때부터 화물을 모두 부리거나 여객이 다 내릴 때까지 선박을 떠나서는 아니 된다’는 선원법 10조와 ‘선장은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인명, 선박 및 화물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하여야 한다’고 돼 있는 선원법 11조 위반이기도 하다.

매뉴얼에는 또 선박 침몰시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함교 등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구조를 기다린다는 내용도 담고 있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진도=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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