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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구조자에겐 또 다른‘구조의 손길’을
죄책감에 ‘생존자 증후군’ 쉽게 노출
구조자 마음엔 침몰의 기억이…
외상후 스트레스 치료 집중관찰 필요

수많은 인명이 희생된 재난의 현장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또 다른 고통이다. 어떤 이는 사고 당시의 아픈 기억을 떨쳐내지 못해 평생을 악몽 속에서 고통받고, 또 어떤 이는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생존자 증후군’에 빠지기도 한다.

전 국민을 비탄에 빠뜨린 ‘세월호 침몰 사건’ 역시 현재까지 구조된 175명의 마음에 비슷한 상흔을 남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고로 입은 충격을 내버려 둘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이른바 ‘트라우마’가 이들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 밖으로 건져졌지만 구조자들의 마음은 아직까지 침몰의 기억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들에게 ‘또 한 번의 구조’가 필요한 이유다.

현재 안산고대병원에는 구조된 단원고 학생 60여명이 입원해 있다. 이들 대부분이 가벼운 타박상 정도의 부상만을 입었지만 사고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창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언론 브리핑에서 “(학생들의)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조차 가늠하기 힘든 상태”라며 “정신적 스트레스가 지속될 가능성이 아주 커서 집중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도교육청역시 학생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관리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천재지변, 화재, 전쟁, 성폭행 등 신체를 해치고 생명을 위협하는 대형 사건사고를 겪은 사람이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아 호소하는 불안장애를 말한다. 최근 있었던 ‘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나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 사고’ 모두 살아남은 이들에게 이같은 후유증을 남겼다. 재난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극렬한 사회적 갈등을 불러왔던 2009년 ‘쌍용차 대량 해고 사태’는 노동자들의 잇따른 자살을 불러왔을 정도로 상처가 깊었다.

심민영 국립서울병원 심리적외상관리팀장에 따르면 사고 초기 한달 동안은 보통 과각성증상, 회피증상, 해리증상 등 세 가지 부류의 증상이 나타난다. 과각성증상은 대형 사고 이후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예민함’으로 작은 일에도 깜짝 놀라는 것을 말한다. 회피증상은 사고를 생각나게 하는 모든 것들을 보거나 듣지 않으려 하는 현상이다. 가장 심각한 상황은 피해자가 과각성을 스스로 대처하면서 나타나는 무감각증인 해리증상이다. 치료의 기본은 피해자와 이야기를 해서 상황을 교육하는 것인데 해리증상의 경우 교육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사고 초기 심리적 충격은 누구나 겪는 것으로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충격이 장애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소방방재청이 전국 17개 시ㆍ도에 재난심리지원센터를 구축해 재난심리상담을 진행한 결과 전체 상담을 진행한 2775명 중 95.6%가 일상으로 돌아갔다. 상황이 심각해져 병원으로 인계된 경우는 128명(4.4%)에 불과했다.

하지만 안정을 찾았다가도 6개월에서 1년이 지난 뒤에야 외상 후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특히 어린 학생들의 경우에는 스트레스 관리에 취약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더욱 심하고 만성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진도 여객선 침몰 사건은 지난 경험에 비춰봤을 때 심각한 집단 외상에 해당돼 생존자들에게 상당한 정신적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며 생존자들이 사고 관련 소식에 반복해서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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