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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객선 침몰] “차라리 날 데려가라”…현장은 바다 향한 절규와 부르짖음
[헤럴드경제=민상식(진도) 기자]17일 오전 9시께 신원 미상이었던 진도 여객선 침몰 사망자가 안산 단원고 2학년 1반 박승빈(18) 양으로 확인됐다는 발표가 나오자 임시구호소가 마련된 진도 학생실내체육관에서 울부짖는 한 엄마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옆에서 함께 뜬 눈으로 밤을 새며 구조소식을 기다린 학부모들은 흐느끼며 엄마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위로했다. 여기저기 울음소리는 그치지 않았고, 곳곳에서 실망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학부모 수백명 밤새 오열=진도 학생실내체육관에는 생사를 확인하려는 실종자 가족 수백명의 오열이 끊이지 않았다.

학교에서 마련한 버스로 진도로 내려온 학부모들은 “내 새끼 지금 어디 있느냐”며 헤맸지만 임시구호소 관계자들은 명확한 답을 주지 못했다. 이에 실종자 학부모와 구호소 관계자들사이에서 “빨리 수색에 나서라”, “내 아이 찾아오라”는 격앙된 언쟁이 오갔고 몸싸움까지 이어졌다. 실종자 가족들은 현장에 마련된 침상에 울다 지쳐 눕기도 했다.

아침이 되자 뜬 눈으로 밤을 새운 실종자 가족들은 직접 현장을 봐야겠다면서 이날 오전 6시께 전남 진도군 팽목항으로 향했다. 팽목항은 사고해역 잠수부 진입을 요구하며 발을 동동 구르는 부모들로 가득했다. 일부 부모는 “해경이 제대로 구조작업을 벌이지 않으니 나라도 현장에 가서 구해야겠다”며 언성을 높였다.

오전 7시30분께 안개 끼고 다소 쌀쌀한 날씨에 이불을 둘러쓴 학부모, 자식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어머니, 부모를 위로하는 동생 등 실종자 가족 100여명은 긴급 마련된 배편을 타고 사고 현장으로 떠났다.

배에 타지 못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아무 말 없이 손자손녀가 있을 바다를 멍하게 쳐다봤다. 감정에 복받친 일부 가족들은 “뭣들 하고 있어. 빨리 나가서 구조나 해”라며 현장 사고 대책 관계자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계속 흐느끼며 전화기를 붙잡고 있던 한 학부모는 “차라리 날 데려가라”고 바다를 향해 절규했다.

▶장비 없어 고무 호스 잡고 위층 피신=16일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에서 구조된 승객들은 해남한국병원, 목포한국병원, 해남종합병원, 해남우리병원, 진도한국병원, 해남우석병원에 분산돼 치료를 받았다.

구조된 승객 대부분은 “오전 8시30분쯤 배 밑바닥에 무언가 긁힌 듯 소리가 난 뒤 배가 점차 기우는데도 선내에는 ‘제자리를 지키라’는 방송만 나왔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3~4층의 식당, 매점 등에 남아 있던 상당수 승객은 위층으로 대피하지 못했다고 구조자들은 전했다.

16일 전남 진도한국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승객 김성묵(37) 씨는 “배가 심하게 기운 뒤 같은 방에 있었던 학생들을 돕고 올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이 올라올 수 있도록 도왔다”며 “처음에는 커튼으로 올라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끌어올렸지만 여의치 않아 손에 잡히는 고무 호스를 이용했다. 고무 호스도 자꾸 늘어나 결국 소방 호스를 이용해서 사람들을 끌어올렸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진도한국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안산 단원고 2학년 박모(17) 양은 “배 안에 남아있는 친구들이 많다”며 눈물을 흘리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살려달라” 카톡 왔는데 왜 수색 안하나=진도 실내체육관에서 밤새 구조소식을 기다린 가족들은 16일 오후 10시께 실종된 단원고 학생으로부터 살려달라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는 소식에 술렁였다.

17일 새벽 내내 학부모들은 카톡 메시지에 관심을 갖고 수색 작업을 요구했다. 밤 사이 팽목항을 다녀온 실종자 가족들은 “아직까지 구조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 “팽목항 현장지휘자에 파출소장이 앉아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날 새벽 1시께 정홍원 국무총리가 방문했을때에는 실종자 가족들은 빨리 수색하라며 물병을 던지며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아침에도 학부모들은 “카카오톡 내용은 ‘식당칸에 10반 아이들 4명이 있다’, ‘여자애들 몇명이 울고 있다’, ‘살려달라’는 구체적인 내용이었다”며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는데 ‘왜 수색에 나서지 않냐’, ‘이런 내용이 왜 언론에 보도되지 않냐’”며 수차례 항의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와 유사한 내용의 메시지가 여러개 떠돌고 있지만 경찰 수사 결과 일부는 허위 문자로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사고 해역에는 함정 171척과 항공기 29대, 잠수요원 30여명 등 가용 인력과 장비가 총투입돼 수색작업이 벌이고 있다.

임시구호소 관계자가 “17일 오전 6시께부터 잠수대원들이 선내 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사고 현장의 조류가 워낙 거세서 구조대원들이 진입하지 못했다”고 말하자 체육관에 모인 학부모들은 주저앉으며 통곡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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