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음방 탐구] 걸그룹 노출, 아이돌 일색?…음악방송은 ‘제자리 찾기’ 중 ①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 TV에선 똑같은 아이돌 그룹들이 의상만 바꿔입은 채 엇비슷한 노래를 부르는 프로그램들이 쏟아진다.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가요 프로그램이다. 40~50대 시청자들은 흔히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그룹들이 튀어나와 순위 경쟁, 노출 경쟁을 벌이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한다.

범람하는 음악방송들의 시청률은 심지어 ‘도토리 키재기’다. 2000년대 초반 1세대 아이돌(HOT, GOD)이 등장하며 가요계가 전성기를 이루던 때엔 수도권 시청률이 15~20%를 오갔지만, 이젠 2~5% 수준이다. 방송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가요 프로그램은 대형기획사를 통제할 수 있는 전략적인 방송이지만, 수익 측면에선 ‘고심의 대상’인 콘텐츠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기획사와 가요 제작자 입장에선 꼭 필요한 방송이겠지만, 방송사의 입장에선 의미를 고민해볼 필요도 있다”며 “유튜브 등 가수들의 무대를 접속할 통로가 많아지며 시청률은 떨어졌고, 10대들이 소비하는 걸 보여준다는 명분 하에 그 이상의 시청자들에겐 볼거리, 들을거리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비슷한 포맷과 타성에 젖은 제작관행으론 가요 프로그램도 내리막길”이라고 일침했다.

가수들에게 노래와 퍼포먼스를 선보일 무대를 제공하고, K-팝 첨병 역할을 한다는 거창한 기능과는 별개로 음악방송 스스로 존재이유를 고민해야 하는 때로 진작에 접어든 상황이다. 최근 음악 프로그램들의 수장들은 이 같은 상황에 공감하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MBC ‘음악중심’의 새 수장으로 온 박현석 CP는 걸그룹들의 노출경쟁으로 촉발된 선정성 문제, 아이돌 일색의 무대를 바로잡는 것으로부터 음악방송의 ‘제자리 찾기’ 과정을 강조했다.


▶ 걸그룹 노출 경쟁 ‘안녕’=걸그룹 선정성 논란은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늘 딜레마였다. 하지만 현재 “선정성은 반드시 잡겠다”는 데에 PD들은 공감하고 있다.

‘음악중심’의 박현석 CP는 “음악 프로그램은 다양한 장르를 소개하고 트렌드를 이끄는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청소년들이 보는 방송인데 가요계의 흐름에 이끌려가 섹시 콘셉트의 노출경쟁이 무대에서도 주를 이뤘다. 방송사도 자기모순에 빠졌다. 이 같은 문제인식과 반성에서 출발해 음악방송은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사 음악 프로그램의 PD들 역시 같은 고민을 반복했고, 그에 대한 대응책도 세웠다. “창작의 자유를 중시하자 생긴 부작용”을 절감하며, 주시청층인 청소년 보호에 무게를 둔 결정이다. “걸그룹의 섹시 코드는 대중이 부응해 열풍이 일었다”며 “어느 수준까지를 보여줄 것인지 판단하는 것이 가장 힘든 부분이지만, 대중적인 기준을 선을 삼고 있다. 음악방송은 의외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시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기에 불편하고 불쾌감을 유발한다면 방송사 차원에서 수정을 요청한다(Mnet ‘엠카운트다운’ 윤신혜 CP)”고 설명했다. “걸그룹의 섹시 콘셉트는 방송사 입장에서도 불가피한 선택이다. 다만 음악과의 어울림 여부를 시준으로 둔다. 지나치다 싶은 경우에 제재를 하고 있다”, “출연가수와 제작진이 안무와 의상에 대한 상의와 점검을 진핸한다”는 것이 각각 SBS ‘인기가요’와 KBS2 ‘뮤직뱅크’ 제작진의 입장이다.

▶ 아이돌 일색 음악프로? 이젠 ‘다양성’=80~90년대 향수를 품은 가수들의 연이은 컴백에 최근 방송 4사(KBS ‘뮤직뱅크’, MBC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엠넷 ‘엠카운트다운’) 음악방송에도 변화가 일었다. 지난 5일 MBC ‘음악중심’에선 박효신의 ‘야생화’, 이선희의 ‘그 중에 그대를 만나’, 임창정의 ‘흔한 노래’가 1위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4050 세대의 반응이 즉각적이었다. SNS에는 “댄서들이 아닌 진짜 가수들이 경쟁하는 가요 프로그램이 몇 년만이냐”, “10대들이 보는 프로그램에서 이런 일이?”라며 감격 섞인 의아함을 동시에 전했다. 4개 방송사를 대표하는 음악 프로그램의 눈에 띄는 변화였다. 


방송 4사 음악프로그램 관계자들은 “변화를 시도하고 싶지만 현실의 벽이 워낙에 높은게 사실이다”고 전제하면서도 저마다 ‘다양성’에 대한 고민은 안고있었다. 의상만 바꿔가며 요일별로 방송사를 출퇴근하는 아이돌 일색 무대에 대한 고심이었다.

‘음악중심’의 박현석 CP는 “10대로만 치우치지 않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30대 이상이 좋아하는 이은미 이선희가 ‘음악중심’에 출연할 수 있고, 1위 후보가 될 수 있다. 트로트, 발라드 등 폭을 넓히는 시도를 할 것”이라며 “가수의 본질은 노래에 있다. 지금은 퍼포먼스가 주가 된 그룹들의 출연이 많다. 여러 명의 멤버들이 격렬한 춤을 추며 노래를 나눠부르는 장면 대신 노래로 승부하는 가수들의 무대를 만들어주는 방송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방송의 제자리찾기”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엠카‘의 윤신혜 CP도 “지난 10일 방송에서 1위 후보 발표 전 이선희 문자 투표가 상당히 많이 왔다. 이선희 씨를 좋아하는 연령대가 엠카를 시청한다는 것이 상상이 안될 수도 있지만 이것이 현재 음악시장의 변화”라면서 “그 변화를 방송에서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보다 다양한 무대를 통해 음악시장의 긍정적인 변화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